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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칼럼] 워터맨 만년필 - 4부, 명기 패트리션의 등장

Fountain pen/Waterman

by 슈퍼스토어 2023. 8. 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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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맨은 1920년대에 리플 모델로 만년필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고 다음 모델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리플의 광고는 193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는 워터맨이 황금기가 점차 끝자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워터맨은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았지만 20년대가 넘어가면서 부터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버렸다. 리플 모델은 워터맨의 전성기 시절 히트했던 플래그쉽 모델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워터맨의 몰락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있다. 원인은 다른 경쟁사인 파커, 쉐퍼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 패트리션 리뷰에서도 언급했었는데 패트리션 등장은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 pre war 시기의 만년필 트렌드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했고 도태되면 바로 사라져버릴 정도로 트렌드에 민감했는데 워터맨은 성공에 취해 다소 보수적인 모습으로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고집스런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전환점에 등장한 요소는 바로 셀룰로이드 배럴의 등장이다. 하드러버 재질 특성상 다채로운 색상 표현에 한계가 있었고 단어 그대로 고무 재질이기 때문에 광택 표현에 있어서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셀룰로이드의 등장으로 트렌드 판도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쉐퍼와 파커는 1929년도에 벌써부터 시장에 셀룰로이드 재질을 사용하여 제작한 모델들이 시장에 출시되었는데 워터맨은 1930년대에도 여전히 하드러버 재질 배럴을 사용한 모델이 프로토타입으로 나와있는 현실이었다. 패트리션의 출시연도는 29년도지만 당시의 트렌드는 1년 단위로 빠르게 변화했으며 재질 뿐만 아니라 펜의 형태 바뀌는 트렌드까지 있는 격동적으로 흘러가던 시기였다. 쉐퍼에서는 펜의 형태를 유선형 디자인으로 출시를 했고 여성 전용 모델이 등장하기까지 했는데 패트리션은 여성들이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큰 오버사이즈였고 유선형 디자인도 아닌 올드한 플랫탑, 바텀 디자인을 고수했다. 이후엔 파커에선 잉크충전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버큐매틱 방식까지 선보였지만 패트리션은 여전히 레버필러였다. 오늘날에서 바라보면 정통 클래식 만년필 형태를 고수한 기본 중의 기본인 만년필 느낌이지만 당시엔 올드하고 트렌디하지 않은, 비싸기만 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1936년이 되어서야 워터맨도 새로운 충전 방식인 잉크 뷰 메커니즘을 출시했는데 당시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었다. 2중 작동 레버를 이용하여 잉크 충전량도 많아졌으며 화려한 디자인 모델에 해당 기능을 탑재하여 시장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충전방식을 도입했어도 결과는 좋지 못했는데 플랫한 디자인은 여전히 유지되었고 레버가 배럴에 보이는 구조이기에 당시 레버가 사라진 깔끔한 배럴 디자인 트렌드를 따르지 못해 도태되었다. 1930년대는 레버필러의 시대가 끝났고 배럴에 레버가 드러나지 않아야 했다. 또한 펜의 형태는 유선형의 곡선을 취해야 했으며 셀룰로이드 재질을 이용한 화려한 색상, 패턴이 동반되어야 했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아무리 큰 대형 브랜드인 워터맨도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다가 점차 시장에서 도태되어 가기 시작했다. 따라서 워터맨의 가장 마지막 역작은 패트리션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패트리션이 빈티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 워터맨 빈티지 만년필을 찾는다면 리플, 패트리션 딱 두자루만 보면 된다.

 

당시의 만년필은 오늘날 스마트폰과 굉장히 비슷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인 폴더블 폰은 센세이셔널한 등장이었는데 이에 따라 전세계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폴더블 개발에 불을 켜고 따라하고 있을 정도다. 만년필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회사가 새로운 기능, 디자인을 선보이면 모두가 비슷하게 따라했다. 단순히 카피 수준이라면 오리지날을 넘어서지 못했고 개선하여 더욱 강력하게 벤치마킹을 해냈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만년필을 휴대하며 허리춤에 차고 다니기도 하고 목걸이 형태로 목에 걸고 다니기도 했다. 외관은 쥬얼리처럼 반짝이고 금, 은, 보석을 집어 넣기도 했다.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닌 사치품, 액세서리로써의 과시용 물품이기도 했다. 쉐퍼의 미니멀한 디자인인 유선형과 보다 얇아진 모습은 만년필이 필기구로써 기능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역사의 시작이었다. 만년필 회사들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가격대는 보다 낮아졌고 접근성이 높아짐으로써 일반 대중들도 딥펜이 아닌 만년필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자들 유품에서 만년필이 종종 발견되었는데 1차 전쟁 때는 간부급 이상 유해에서 많이 발견되었고 2차 세계대전 유해에선 일반 병사들에서도 발견되었다. 즉, 만년필은 1930년대가 넘어가면서 일반 대중들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아직까진 연필 사용량도 많아서 만년필과 샤프의 세트상품들이 많이 판매되었고 심지어 만년필과 샤프를 결합한 멀티펜 타입도 존재했다. 절반 상단은 만년필, 하단은 샤프 기능을 탑재한 것. 이러한 모습은 19세기 딥펜에서도 볼 수 있는데 딥펜과 샤프 기능을 양쪽 혹은 내부에 결합함으로써 한자루로 두가지 기능을 쓸 수 있게 만든 것들이다. 패트리션은 워터맨의 패착이다. 하지만 그 펜을 써보면 기본에 충실한 럭셔리함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빈티지 만년필 한자루만 써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당시 동시대의 다른 브랜드 만년필들과 함께 써보면서 비교해본다면 그 펜 이상의 부분을 느낄 수 있다. 리플은 트렌드세터였지만 패트리션은 올드했다. 워터맨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이후의 행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행 워터맨도 에드슨, 세레니떼라는 인상적인 모델들을 남겼지만 몽블랑처럼 유지되지 못하고 단종되어 버린데에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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