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공황 속 화려한 폭죽처럼 사라져버린 워터맨 패트리션 빈티지 만년필.
1920년대 들어서선 만년필에 무거운 금, 은 등의 금속재질이 아닌 하드러버 소재를 염색하여 단조로운 블랙 컬러가 아닌 다양한 색상을 출시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러한 트렌드의 첫 스타트를 파카 듀오폴드 빅레드가 끊어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붉은 색상의 거대한 만년필은 굉장히 개성적이었고 당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였던 만년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절정의 기교가 담긴 모델이 바로 워터맨 패트리션 모델이다. 1929년 최초 등장하였고 대형기에 속하며 거대한 14k 금촉이 장착된다. 하드러버와 셀룰로이드 소재가 함께 사용되었고 오닉스, 나크레, 레드리플, 터키옥, 아끼마노, 에메랄드 등이 존재한다.
가장 기본 컬러는 오닉스였고 이후 판매량 저조로 다른 컬러들은 단종되어도 오닉스만큼은 1930년대 단종되기 직전까지 생산되었다. 레드리플 컬러는 이전 모델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며 프로토타입인 시제품에서만 확인된다. 정확한 단종 시점은 1935년도인데 약 6년의 짧은 생산기간을 갖는다. 배럴 패턴은 겉 표면에 도색된 것이 아닌 직접 파츠 제작시 자연스러운 패턴을 담기 위해 성형 단계에서 염색되어 안쪽까지 패턴이 그대로 남아있다. 따라서 깊이감 있는 디자인이 확인되는데 각 개체마다 모두 패턴이 달라 개성, 독창성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 되었다.
캡탑과 캡립, 하단 바텀 부분에는 붉은색 하드러버 파츠가 들어가서 내구성을 높였고 캡 밴드는 두꺼운 금장 장식이 들어가지만 패턴이 뚫어져있어 내구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클립이 가장 아쉬운데 이너캡을 분해해야 캡을 빼낼 수 있다. 캡탑과 연동되는 방식이 아니라 분해가 까다로운 편이다. 하단 금장 코인에는 WATERMANS 인그레이빙이 양각으로 되어있고 배럴에는 WATERMAN'S REG.U.S. IDEAL PAT.OFF. FOUNTAIN PEN이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펜촉에는 PATRICIAN WATERMAN'S IDEAL REG.U.S. PAT.OFF. MADE IN U.S.A.으로 미제 각인까지 새겨진다.
경제 대공황하면 보통 유럽을 떠올리지만 미국 역시 피해가긴 어려웠다. 1차세계대전 직후인 1923년부터 1929년까지의 미국은 경제호황을 누렸는데 1차세계대전 당시 피해를 입지 않았고 당시 유럽국에 무기, 식량들을 판매해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풍족한 시기가 오래 유지될거라 생각했기에 보다 럭셔리한 고급품을 출시했던 것인데 1929년 미국에도 경기침체가 찾아오게 된다. 주식시장도 붕괴하였으며 과도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나친 공급을 낳았으며 수요가 따르지 못했고 무역적 측면에서도 높은 관세로 흑자를 보고 있었지만 전세계가 파산해버려 전범위적인 경제 타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에 등장했던 하이엔드 플래그쉽 워터맨 패트리션은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판매량이 저조하여 라인업 중 절반 정도가 단종되었고 35년도에 전라인 단종되는 비운의 펜으로 사라져버린다. 이후 패트리션의 바통을 넘겨받고 비슷한 디자인으로 저가형 모델이 나오게 된다. 레버 필러 방식에 배럴에 비해 엄청나게 큰 펜촉. 하트홀은 키 홀 형태로 독특한 디자인을 갖는다. EF, F, M 세가지 펜촉을 써보고 있는데 세 펜촉 모두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필감은 상당한 플렉시블함이다. 벤딩 가공이 처리된 펜촉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블랑과는 달리 슬릿이 시원스럽게 열리는 스프링닙스러운 필감을 선사해준다. 필압을 뺐을 때는 확실히 사각거리는 느낌, 티핑의 츄리닝 바지가 아닌 레깅스를 신은 것 처럼 펜촉의 형태에 딱 달라 붙어주는 사각거림을 선사하며 슬릿이 부드럽게 벌어질 때의 느낌과 어우러질 때는 딥펜 펜촉을 쓰는 느낌도 준다.
펜촉 자체가 워낙 대형 사이즈라 소형닙의 플렉시블함과는 확연히 구분되며 손맛은 극대화 된다. 펜 자체는 필링 메커니즘도 레버 필러라 무게감을 주는 요소는 없어 가벼우며 캡은 꽂지 않고 쓸 때 이상적인 무게 밸런스를 갖는다. 그립부와 배럴은 슬리브 방식이며 하드러버 재질이라 마찰력이 우수하다. 빈티지 만년필 3톱으로 불리우는 모델 중 하나인데 확실히 그럴만하다. 몽블랑 139, 워터맨 패트리션, 펠리칸 100 세 펜 중 하나에 낄만 하다. 3대 빈티지 펜은 만년필 리뷰 2.0으로 작성하게 되면 100점을 넘길 것 같아 리뷰체계가 파괴될 듯 하여 미루도록 한다.
워터맨 패트리션 메카니컬 펜슬, 1930년대 후기형이지만 하드러버 재질 (0) | 2021.05.03 |
---|---|
[만년필 리뷰] 워터맨 패트리션 빈티지 만년필 c.1929 (0) | 2021.04.13 |
[만년필 리뷰] 워터맨 513, 1940년대 빈티지 (0) | 2021.01.14 |
워터맨 hundred year 후기형 빈티지 만년필 리뷰 (0) | 2020.12.11 |
워터맨 블루 구형 vs 신형 잉크 비교 (0) | 2020.09.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