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해외시장 첫 발걸음은 캐나다로 향했다. 몬트리올에 워터맨 공장을 설립했고 이후 유럽시장으로까지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단순 시장 확장 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인정 받게 되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시장에선 스포이드를 이용한 수동 충전방식이 만연했고 만년필 구매시 스포이드가 따라 나가는 상황이었기에 회사들은 셀프 필링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었다. 1903년 펌프 타입 충전방식을 워터맨에서 도입했지만 문제점이 많았고 1907년에도 여전히 세이프티 기능이 추가되었을 뿐 아이드로퍼 기반은 유지되었다. 1908년이 되어서야 어느정도 안정화된 충전 기능이 탑재되었는데 1913년이 되었을 때 콘클린 라이센스로 레버필러가 적용되게 된다. 오늘날 빈티지 만년필을 사용함에 있어서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 셀프 필러는 레버필러이며 그 이전의 셀프 충전방식은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다.
앞선 칼럼들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20세기 극초반의 만년필 디자인은 딥펜에서 넘어온 디자인 트렌드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어 만년필의 배럴 두께감이 연필 수준으로 얇은 편이다. 얇은 스타일에 아이드로퍼 기능, 거기에 외장에 금장 혹은 은장이 오버레이 되는 액세서리 유행도 한번 휩쓸었는데 워터맨도 비슷한 트렌드를 접목시킨 모델들이 존재한다. 세이프티 기능이 접목된 모델들은 뒤쪽 노브를 돌리면 펜촉이 수납되었다가 배출되는 형태를 취하며 이는 수납의 목적이 아닌 배럴 내부의 잉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워터맨도 세이프티 기능을 도입했을 때 공격적으로 마케팅했으며 당시의 세이프티는 혁신적이었다. 아이드로퍼 특성상 잉크를 충전할 때 마다 접속부를 실링해주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세이프티는 스포이드를 이용해서 잉크만 넣어주면 잉크가 샐 염려는 덜어도 되었다. 현행 만년필들 보다도 밀폐력이 높은데 다만 캡에 들어가는 코르크 관리가 중요하다.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를 착안하여 설계된 방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안전한 충전 방식이라고 한들 핵심 파츠인 코르크가 삭아있으면 잉크는 샐 수 밖에 없다.
워터맨의 셀프필러 모델은 PSF 약자 명칭이 들어가는데 이는 Pocket Self Filler의 약자이다. 레버필러 기반이며 여전히 외관에는 금속 오버레이가 들어가는 트렌드가 유지된다. 이런 액세서리 형태의 디자인은 쥬얼리 브랜드들이 만년필 사업에 뛰어들고 도태되기 전까지 유지되는데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아무래도 초창기의 만년필은 값이 비싸 사치품으로 인식되었고 그런 사치품은 부유층들만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라 더욱 고급스럽게 흘러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후 만년필이 대중화되면서 가격도 자연스레 내려감으로써 만년필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들도 사용 가능한 필기구가 되면서 외장이 아닌 필기기능, 충전기능 자체에 집중하는 트렌드로 넘어가게 된다. 디테일한 흐름은 이후에 다루기로하자. 당시의 만년필 휴대용 케이스에는 스포이드를 수납할 수 있도록 여유공간이 있었으며 잉크도 유리병이 아닌 따로 담아 휴대할 수 있도록 잉크 케이스까지 존재했다. 잉크 케이스 역시 만년필과 마찬가지로 외관에 금속 재질에 인그레이빙이 들어가 화려한 패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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