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만년필 수집가들에게 1970년대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딱 한자루 생각나는 모델이 있을 것이다. 바로 파카45. 위 사진 중 첫번째 제품은 몽블랑 300 모델인데 딱 보면 파카45가 떠오르지 않는가? 전쟁 이후의 만년필 디자인 트렌드는 카피다. 어떤 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유명해지면 모두가 그 제품의 디자인을 접목시켜 출시했다. 70년대도 그러했고 80년대도 마찬가지다. 80년대 만년필도 저가형 모델들은 대부분 노블레스와 비슷하다. 노블레스가 원조가 아니며 아시아에서는 파일럿, 유럽에서는 듀퐁 등 딱 그 시절의 디자인 트렌드가 존재한다. 위 모델들은 그러한 트렌드에 편승하여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들이다. 노블레스 디자인의 경우엔 국내에서 만년필이 대중화 되던 시기와 맞물려 국산 만년필 디자인이 죄다 저런 형태를 취하게 된다. 한빠, 자바 등등 얇은 배럴에 캡을 뒤쪽에 딸칵 끼워 고정시키는 구조까지 동일하다.
일본의 만년필 산업이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전쟁 이후 본인들만의 독자적인 디자인과 특이성을 내세웠다. 그러다가 결국은 몽블랑 디자인을 카피하여 내놓게 되는데 그만큼 20세기 후반의 몽블랑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런 몽블랑도 보급형 제품들의 디자인은 카피 수준으로 찍어냈다. 오히려 보급형 라인업이었기에 트렌드를 주도하는게 아니라 뒤따르는 행태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300, 노블레스라는 제품만 놓고 본다면 오리지날 제품들 보다 품질이 좋다고 느끼긴 어렵다. 오히려 몽블랑 로고를 박아넣어 브랜드 가치만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몽블랑에 대한 로망이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다면 위의 모델들이 차선책이 될 수는 있겠으나 오히려 몽블랑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게 남을 수 있어 굳이 추천은 하지 않는다. 몽블랑이란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크기 상관없이 빈티지 마이스터스튁 라인이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몽블랑은 역사의 시작이 늦었지만 설립 초창기부터 타 독일제 브랜드들이 몽블랑을 카피했고 지금도 전세계 만년필 브랜드들이 몽블랑의 유선형 시가타입 디자인을 카피하고 있다. 만년필의 기준이 되는 브랜드지만 한때 위 모델들처럼 보급형 라인업에서 타 브랜드의 인기제품들을 카피한 제품들도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해보길 바라며 경험까진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매번 몽블랑 저가형 제품들을 리뷰할 때 마다 남기는 코멘트인데 그저 몽블랑 로고를 달았다고 한들 몽블랑이 될 수는 없었기에 마이스터스튁 라인업 이외 전 상품 단종이라는 역사가 남게 된 것임을 기억하자. 단순히 고급화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애초에 비슷한 가격대 상품보다 떨어지는 품질이라 판매량도 꾸준히 유지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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