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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필과 태필 사이의 고찰, 결국은 태필 (feat.몽블랑 144G)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4. 1. 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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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만년필을 접한지 오래되지 않은 경우엔 세필, 백자루 이상 써본 이들은 대부분이 태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필사든 메모든 상관 없이 나타나는데 나 역시도 과거엔 다이어리 사용을 위해 세필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다이어리 사이즈를 키워 태필로 메모한다. 태필로 다이어리 사용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일 뿐 그저 적는 공간을 키워버리면 해결된다. 이에따라 휴대성은 떨어지기에 사무실, 서재에서만 사용하는 붙박이용 다이어리다. 휴대를 하면서 사용하는 메모장, 소형 다이어리는 만년필이 아닌 볼펜, 수성펜을 사용한다. 만년필을 상시 휴대하며 사용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국은 주머니에 잉크 범벅을 한번쯤은 만들게 되어있다. 특히나 그 만년필이 빈티지 연식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학창 시절에는 잉크가 물드는 것도 훈장처럼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으며 비싼 양복을 입으며 만년필 휴대는 점차 줄어들어 갔다.

만년필 태필의 매력을 크게 느꼈던 이유 중 하나인 커스텀 만년필. 펜촉까지 사용자 필각, 필압 등에 맞추어 연마를 해주는데 이때 선택하는 닙이 EF, F 닙이면 사실상 커스텀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특히나 일제 브랜드라면 M닙 까지도 커스텀을 해도 크게 체감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나카야에서도 가장 추천해주는 닙 사이즈는 B닙, 태닙 사이즈다. 닙 사이즈를 떠나서 만년필 자체 사이즈에 따라서도 필감은 크게 갈리는데 이는 만년필 크기가 커지면 자연스레 펜촉도 커지고 펜촉이 커지면 티핑도 커지면서 같은 F닙이어도 대형기에선 M닙 이상으로 그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제 M닙, 아시아제 B닙 이상을 선호하게 되는 것.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대부분 종이, 노트를 바꿔볼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이, 노트에 펜을 맞추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EF 이상은 꿈도 꾸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필기구를 사용하는 연령층도 대부분 학생들이고 학생들은 휴대성이 보장된 제품들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만약 만년필을 필기구 목적이 아닌 취미용, 즐기기 목적이라면 필히 적는 노트를 바꿔보길 추천한다. 만년필을 쓰면서 조그마한 노트에 작은 글씨로만 채워넣는다는 것은 만년필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획을 더욱 시원스럽고 크게 그어보고 그 펜촉의 감촉을 온전히 느껴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종이 뒷면이 번지는 것이 두려워 슬릿을 벌려보지도 못하고 펜촉에 단차가 생길까봐 조심조심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펜촉 자체가 경성닙이라면 다르겠지만 연성닙이라면 본래 슬릿을 벌려주며 획의 변형을 주기 위함이 목적이다. 그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하는게 정석 아닐까? 경성닙의 단차는 문제가 되지만 연성닙의 단차는 사용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단차가 한국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 역시 필각이 아시아권 문자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영문권 문자들은 필각이 낮은 상태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시아권 한자 문자들은 필각을 세워 얇은 획으로 좁은 공간에 채워넣어야 한다. 영문 필기체처럼 휘갈기며 쓰는 것이 아니라 한 획 한 획 긋기 때문에 필각이 높을 수 밖에 없고 필각이 높으면 단차가 있을 시에 종이를 긁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차도 새 펜을 구입하여 한명의 사용자가 만들어 낸 단차라면 긁힘 없이 부드럽게 나아가게 된다. 세필의 매력도 있지만 확실히 태필의 직접적인 필감을 넘어서기란 불가능하다. 만년필이란 필기구 자체가 현시점 독특한 필감을 즐기기 위함인데 그 필감은 펜촉의 티핑과 종이가 맞닿으면서 내주게 되고 그 접촉면이 많을 수록 필감은 극대화 된다. 그런데 펜촉이 얇아질수록 접촉면은 줄어들게 되고 그럴수록 필감은 보다 일반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 이러한 세필닙에서 만년필 특유의 필감을 느끼려면 유일한 옵션은 바로 연성감인 것이다. 즉 세필닙을 선택한다면 연성닙을 선택하길 추천하고 경성닙인데 세필을 쓴다? 일반 수성펜을 쓰는게 오히려 더 나은 필감을 느낄 수 있다. 경성 태필은 M에서 더 두꺼워질수록 부드러움에서 쫀득함으로 바뀌게 된다. 현행에서 빈티지로 갈수록 부드러움이 줄어듦에 따라 사각거림이 추가되기 시작한다. 부드러우면서 사각인다는게 역설적이지만 빈티지 닙에선 그걸 느낄 수 있다.

잉크 충전량이 작은 만년필에서 태필은 잉크충전이 번거로워진다. 반대로 잉크 충전을 자주 할 수 없는 만년필인 피스톤 필러 모델에는 잉크 충전 주기를 짧게 해주는 효과를 준다. 그만큼 잉크 소모량이 많으며 거기에 연성감까지 추가된다면 그 소모량은 배가된다. 빈티지 B닙이라고 하더라도 빈티지는 현행 대비 세필인 경향이 있어서 현행 M과 B 사이의 포지션이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일반 B닙의 티핑 절단면이 필각과 도무지 맞질 않는다면 OB를 선택하면 된다. 왼손잡이라면 반대 각으로 커팅된 OB닙도 존재한다. 실용성 범주에 드는 닙 사이즈는 빈티지 기준 B닙이고 그 이상 BB닙은 일반 다이어리 메모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용 노트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게 또 필감이 남다르기에 포기하기 어렵다. 매번 매물을 찾을 때면 머리로는 OB닙을 찾지만 가슴은 OBB를 찾고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 OBB를 한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게 아닐까.

몽블랑 기준 4호닙의 OB, 6호닙의 OB, 9호 닙의 OB는 모두 획 두께가 다르고 차라리 9호 닙이라면 OBB가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4호로는 OB가 적절해 보이는데 4호 OBB닙은 잉크 충전 주기가 너무 짧은 편이다. 참고로 비밀이지만 OBBB닙의 필감은 새로운 차원의 느낌으로 부디 입문하지 않기를 권장한다. 만년필 세필로 다들 입문하지만 태필로 만년필이 아닌 새로운 느낌의 필감을 경험하게 되는 두번의 경험을 할 수 있는게 만년필이다. 무조건 태필이 좋다는건 아니지만 단순히 필감만을 놓고 봤을 때는 태필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만연해있는 4기통 엔진으로도 충분히 잘 달리고 이동수단으로써 아무런 문제 없이 탈 수 있지만 6기통, 8기통, 12기통으로 넘어갈수록 단순히 자동차 이상의 그 무언가로 탈바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4기통, 6기통도 충분하지만 8기통 넘어가면 그렇게까지 필요는 없다 과하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손에 쥐어주면 거절 할 이유도 없고 기존에 갖고있던 4기통은 차로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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