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MoMA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MoMA는 Museum of Modern Art의 약어로 순수미술 뿐만 아니라 건축, 시각디자인,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며 최근 미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기념품샵, 모마 디자인 스토어에는 다양한 디자인이 접목된 소품들을 판매하는데 그 중에 한 볼펜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자인 스토어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은 다양한 색을 절묘하게 상품에 접목 시켰는데 그 컬러는 특이한, 혼합 색들이 아닌 아이들도 흔히 아는 무지개 원색들을 사용한다. 오히려 흔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기 쉽다는 취지인 셈이다. 리뷰하는 제품에도 무지개 색상 중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색만을 사용했으며 이 원색은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친근한 색상으로 처음 보자마자 나 역시 시선이 바로 향했고 쉽게 끊어지질 않았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주의를 끄는 디자인이다.
컬러 스펙트럼 도트들은 멀리서 언뜻 봤을 때는 펜의 배럴 바깥으로 튀어나와 마치 샤프 그립부의 미끄럼 방지의 고무같은 인상을 받았으나 상자에서 꺼내고 실물을 확인하니 오히려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깊이감을 주는 디자인이었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었는 요인은 빨강색 도트부터 파란색으로 갈수록 깊이가 깊어지면서 입체감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심플한 듯 보이지만 전혀 심플하지 않으며 여기서 끝이 아닌데, 볼펜심을 수납할 때는 컬러 도트가 사라지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을 경험하게 된다. 볼펜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때는 올 스텐의 실버 컬러를 보여주고 사용시에 펜을 트위스트하여 볼펜심을 배출하면 배럴의 도트들이 무지개 색을 입게 된다. 센세이셔널하지 않은가? 무게감도 좋고 국제호환규격 리필심 사용으로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단순 디자인 제품이 아닌 실용성까지 겸비했으며 미사용시엔 심플한 디자인으로 변신까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디자인 상품이다.
근래들어 사용해본 볼펜 중 Top 1 제품이며 가격대비 만족도 역시 최고다. 같잖은 유럽제 볼펜보다 보는 재미, 쓰는 재미 모두 만족스럽다. 사실상 필기구 중 만년필을 제외하고선 필기감 자체는 리필심에 의해 결정되기에 필감을 논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나 볼펜은 한정판이 아니거나 금은보화가 들어가지 않는 이상 비쌀 이유가 없는 제품이기에 모마 디자인 제품처럼 다른 시선을 끌어주고 쓰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이 크다. 1970년대 오로라의 Thesi 볼펜 역시 시기에 맞지 않게 지극히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모마에 입성했던 적이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라미에서 Dialog 1 볼펜을 굉장히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한 적도 있다. 오늘날 명품 볼펜으로 손꼽히는 몽블랑 164 볼펜은 소비자 가격 70만원을 넘기는데 구성된 부품의 원자재 가격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7만원도 아까운 제품이다. 오로지 몽블랑 로고 가격으로 70만원이 채워졌을 뿐이다.
물론 모마 볼펜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 깊게 파고들면 중국제 한계인 마감 디테일이 떨어지는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배럴의 도트들은 미끌어짐 방지가 크게 되지 않고 펀칭 홀 부위의 마감이나 내부 재질의 품질이 다른 고가 제품들에 비해 떨어지긴 한다. 애초에 가격 자체가 3만원대 제품이기도 하고 다른 유럽 브랜드들의 10만원 이하 볼펜 제품군은 전부 중국 OEM이기도 하다. 모마 볼펜의 디자인, 도트 메커니즘이 아무 군더더기 없이 볼펜에 녹아든 요소는 가격에 비할바가 되지 못한다. 디자인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디자인에 비중이 크기에 디자인 요소를 넣느라고 다른 요소들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마 볼펜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은 굉장히 고평가 할만 하다. 거기다 희소성까지 챙길 수 있어 당분간은 이 볼펜만 들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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