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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칼럼] 미국 브랜드, 콘클린 만년필

Fountain pen/etc

by 슈퍼스토어 2023. 9.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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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린 만년필 설립자 로이 콘클린. 오하이오주 톨레도 출신 발명가이며 1898년도 사업에 뛰어들고 3년만에 콘클린 만년필 컴퍼니를 설립하게 된다. 로이 콘클린은 만년필 회사 설립 시작부터 셀프필링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본인이 직접 개발해낸 크레센트 필러 방식이었다. 충전방식은 직관적이며 다음 세대의 레버필러와 비슷한데 배럴 옆면에 초승달 모양으로 튀어나와 해당 돌출부위를 누르면 배럴 안에 위치한 고무색을 수축시켜 잉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레버필러보다도 앞선 가장 안정적으로 구현된 셀프 필링 메커니즘이다. 다만 초기형 필러이기에 단점도 존재하는데 잉크 충전을 위한 초승달 버튼이 지나치게 튀어나와 있고 사용자에 따라 손아귀에 걸려 불편함을 초래했다. 반대로 해당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원형 디자인인 만년필이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한손으로도 잉크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수월했다. 한가지 크레센트 필러를 사용해보지 않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초승달 버튼은 배럴에 있는 잠금장치로 인해 필기시 눌리지 않으며 잉크를 쏟을 우려가 없다.

현존하는 잉크 충전 방식 중 가장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이며 10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 해당 필러를 복각하여 현행 콘클린 제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로이 콘클린은 오랜기간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고 1900년대 초반 은퇴하게 된다. 이후 콘클린 펑션 컴퍼니로 변경되었고 여전히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매출을 높여 나갔다.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한 셀프필링 만년필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캐나다, 멕시코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만년필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이르렀고 당시엔 워터맨, 쉐퍼, 파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단순히 필러 기능만을 내세우지 않고 다양한 펜촉 옵션들까지 제공하여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기 직전까지 갔으나 이후 등장한 레버필러, 버튼필러에 밀려 주도권을 잃게 되었다. 레버, 버튼필러 등장 직전에는 고밀도 고무색을 압축하여 내장함으로써 잉크 충전량을 극대화하여 완성도를 높여나갔지만 새로운 필러 개발이 아닌 기존 크레센트 필러 개량일 뿐이기에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진 못한게 패착 요인이다.

사실상 콘클린의 최전성기는 1900년대를 시작으로 1910년대에 막을 내리게 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역사가 굉장히 짧아 콘클린에 대해 아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 브랜드인 것은 아는 이들이 있어도 19세기 시작한 역사 깊은 브랜드라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현행 복각 제품으로 크레센트 필러 모델을 선보여 향수를 자극하지만 레버필러 감성을 이기지 못해 오늘날 시장에서도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1900년대 초반 금장, 은장 오버레이를 주로 채택했으며 당시엔 초승달 버튼은 오히려 디자인적 요소로 작용해 좋은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나 누락할 수 있었던 잠금장치는 크레센트 필러가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날 콘클린 빈티지 만년필을 쓰게 되면 한가지 조정해줘야 할 부분이 있는데 펜촉의 각도다. 파커75처럼 손쉽게 닙을 조정할 수 없으므로 안전하게 닙을 분해한 뒤 본인의 파지 각도에 맞게 초승달 버튼의 위치를 조정하여 펜촉을 결합하고 써야 한다. 기존에 장착된 각도가 본인 필각에 맞다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맞지 않아 걸리적거리게 된다.

크레센트 필러 만년필을 써보면 굉장히 딥펜스럽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딥펜은 쓰다가 잉크가 떨어지면 잉크병에 펜촉을 담궈 다시 쓰는데 크레센트 필러 역시 쓰다가 잉크가 떨어지면 한손으로 펜촉을 잉크병에 담근 뒤 크레센트 필러로 잉크를 빨아들인 뒤 바로 써내려갈 수 있다. 다만 딥펜에 비해 수십배 많은 필기가 가능한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무게 중심은 필러로 인해 다소 뒤쪽으로 쏠리긴 하지만 60% 지점에 위치해 아주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펜의 크기에 따라 잠금장치가 불편할 수 있으며 캡을 뒤에 꽂고 사용은 가능하다. 1900년대 극초반 모델의 경우 잉크충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충전을 자주해줘야 하는데 이는 버튼 필러도 마찬가지라 실용성은 크레센트 필러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잉크 충전량이 적다면 충전 난이도가 아주 쉬워야 한다. 초기의 셀프필러 만년필들은 충전량이 아주 소량이기에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 아이드로퍼 방식이던 시절에 비해 잉크충전량이 상당히 줄어들어 충전량에 대한 시장의 니즈는 아주 컸기에 이를 충족시킬 새로운 필러에 대한 욕구 역시 컸다. 잉크 충전량을 방대하게 늘리는 회사가 이제 만년필 시장을 휘어잡게 된다는 공식이 세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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