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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칼럼] 만년필의 기준, 파커 - 1부

Fountain pen/PARKER

by 슈퍼스토어 2023. 10. 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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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셰퍼드 파커. 만년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무조건 들어봤을 영문 풀네임이다. 1863년 위스콘신 슬스버그에서 태어났고 그 지역에서 만년필의 역사를 시작해 나갔다. 어린시절에는 농장에서 일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교직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투잡으로 펜 대리점에서 만년필을 판매했다. 판매대상은 그가 일하던 학교의 학생들이 주 대상이었고 당시의 만년필은 피드에 잉크채널, 에어채널이 따로 없는 심플한 구조로 잉크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러한 만년필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클레임을 반영하여 직접 개선된 만년필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파커 역사의 시발점이 되었다. 1889년 특허를 출원하고 직접 만년필을 제작하여 당시 본인이 묵고있던 호텔에서 다른 투숙객들을 상대로 판매를 했다. 극초창기의 성공한 만년필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다들 본인이 직접 개발하고 제작까지 하며 본인의 생산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파커의 역사는 수많은 특허로 남겨졌는데 만년필의 신기술들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주었다. 3대 브랜드 중 독일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미국 브랜드이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만년필의 기준이자 기본이며 그 기본에 충실하기에 실용성, 내구성 등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의 타사 미국 제품들을 보면 느끼겠지만 파커의 느낌을 굉장히 많이 뿜어내고 있다. 그만큼 카피제품이 많았고 그 카피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몽블랑의 등장 이전에는 파커가 디자인의 표본이 되었을 정도였다. 특히나 듀오폴드의 형태는 현행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오늘날 가장 많은 복각품들을 만들어낸 브랜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파커 만년필이 인기가 많은 편인데 불리우는 발음은 파커가 아닌 파카가 더 정겹다. 이유는 6.25전쟁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파커 만년필을 같이 들고 들어왔기 때문인데 세계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국가에서 서구제품을 경험할 수 있던 것은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파커의 필링 메커니즘 스타트는 역시나 아이드로퍼 방식이었고 마찬가지로 제품 구성에 스포이드를 함께 넣어주었다. 1900년대 초반의 디자인 패턴인 금속 오버레이에 화려한 인그레이빙부터 심플한 인그레이빙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었고 다소 역사가 앞서기에 1900년대는 안정기에 들어선 운영을 볼 수 있다. 이는 초고가 라인업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조각에 쥬얼리까지 박아넣은 예술품 수준의 제품을 선보였고 이는 미국 브랜드들 중 최상위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던 라인업이었다. 19세기의 파커는 대중성을 챙겼지만 20세기 초반의 파커는 럭셔리함을 끌어올렸다. 이는 다른 무수한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함이었고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대공황 이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대공황을 겪으며 상황은 반전되지만 그 이전의 시장에선 아주 적절했고 성공적이었다. 단순히 외장 뿐만 아니라 럭키커브 시스템까지 도입함으로써 선택지를 좁혀버렸다. 이때의 파커는 최정점에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드로퍼 시절에는 만년필의 형태가 꽤나 얄쌍한 모습인데 이후 배럴에 잉크 색을 집어넣으며 배럴이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즉 본래의 필기구는 연필처럼 어느정도 얄쌍한 모습이 본래의 모습에 가깝다는 점이다. 셀프필링 시대로 전환되면서 내부에 필링 시스템을 집어넣으며 만년필은 점차 두꺼워졌고 다른 필기구들과의 차별화가 자연스레 이루어진 셈이다. 두꺼워진 배럴은 일반 필기구로써의 입지가 좁아지고 점차 서명용 인식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볼펜 등의 등장 또한 영향을 주었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 중반 대부분 동안 도톰한 배럴이 주를 이루었고 다시금 80년대 들어오면서 얄쌍한 바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돌고돌아 다시 근본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80년대의 트렌드는 아주 짧았지만 우리는 필기구의 근본이 어떠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만년필이라는 필기구를 쓰는게 아닌 이상 대부분의 필기구들을 보면 샤프, 볼펜, 수성펜 등 연필의 두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만년필이 보드마카 수준으로 오버사이징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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