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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라운드닙, 스텁닙 필감 차이 (feat.몽블랑 149)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3. 9.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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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쓰다보면 종종 스텁닙에 대해서 들어보게 될 것이다. 스텁닙은 간단하게 말해서 잘려진 나무 밑동처럼 펜촉의 끝이 직선으로 커팅된 형태이다. 시각적으로 직각을 이루고 양옆으로 티핑이 긴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형태로 인해 세로획을 그을 때 더 두껍고 가로획은 얇게 그어진다. 반대로 라운드닙은 펜촉 끝, 일명 티핑을 둥그렇게 가공해낸 것으로 어느 방향으로 획을 긋던 가로세로획 차이를 최소화 한 것을 의미한다. 즉 라운드 닙은 모든 방향에서 획의 두께가 일정해야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특정한 필체를 위해 가로세로획의 차이를 주기 위해서는 스텁 형태의 닙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스텁닙은 티핑이 넓어지는 만큼 펜촉의 마모를 줄여주기 위한 이리듐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며 저가형 모델에선 원가절감을 위하여 아예 티핑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현재 메이저 브랜드에서도 스텁 형태의 닙은 단종되어 구하기 어렵다.

라운드 닙은 어느 방향에서든 획의 두께가 일정하기 위하여 볼펜의 팁 처럼 구 형태로 마감되어 있으므로 필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반면 스텁닙은 종이와 맞닿는 포인트가 점이 아닌 선, 면의 개념으로 필각을 펜촉에 맞게 조절하며 사용해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페인트 브러시와 페인트 롤러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인트 롤러로 칠하기 위해선 롤러가 벽면에 전체적으로 닿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행 경성 닙은 오히려 빈티지 연성 닙보다 사용 난이도가 높다. 연성닙은 슬릿이 벌어짐에 따라 필각이 맞지 않더라도 잉크가 끊기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라운드 닙은 사용하면 할수록 티핑의 일부가 마모되어 구 형태에서 한쪽이 점차 마모되는데 해당 부분에서 마찰력이 줄어들어 부드러워지게 된다. 스텁닙의 경우엔 제한적 필각으로 인해 오래 사용된 개체들은 90% 이상이 슬릿이 어긋난 단차를 갖게된다. 연성닙이라면 크게 상관 없지만 경성닙의 경우엔 추후 사용자가 쓰기엔 거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라운드닙은 EF~M 영역에 속하는데 라운드닙이라고 해서 전부 다 같은 필감을 주지 않는다. 같은 양상의 필감도 아닌데 예로 몽블랑 현행 만년필의 EF닙은 세필을 위해 티핑 양 옆은 얇지만 이리듐이 아랫면으로 다소 두껍게 붙어 세로로 긴 형태를 취한다. 이로인해 가로획을 그을 때 마찰력이 높아져 종이를 긁는, 사각거리는 필감을 주게된다. 티핑의 양옆, 위아래의 두께 밸런스가 적절할 때 가장 이상적인 라운드 닙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가장 밸런스가 좋은 닙 사이즈는 M닙이다. 브랜드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M닙이 가로세로획의 두께가 일정하고 티핑의 형태가 가장 원형에 가깝다. 스텁닙에 속하는 B닙 이상에선 제한된 필각으로 인해 필기시 불편함이 동반되는데 일반 필기시 손목을 돌리지 않고 쓰기에 적합하게 사선으로 티핑을 잘라낸 스텁닙이 바로 오블리크닙이다. 왼손잡이용, 오른손잡이용 따로 제공되었으며 손목을 돌리지 않고 일반적인 고정된 필각에서 자연스럽게 필기가 가능하다. 캘리그래피를 하는 이들은 직관적인 형태의 스텁닙을 선호하기에 오블리크닙은 영문 필기체를 즐겨 쓰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과거의 만년필 펜촉은 오늘날처럼 티핑이 볼펜의 팁처럼 둥글지 않아서 낮은 필각으로 쓰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구체적인 형태를 설명하면 펜촉의 윗면 끝선에서 아랫면으로 내려가는 부분에서만 폴리싱이 들어가며 위로는 직선으로 커팅만 되어있다. 옆에서 볼 때 들리지 않은 뱃머리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로인해 필각을 높이게 되면 가공되지 않은 윗면이 종이에 닿아 굉장히 사각거림이 강조된다. 이러한 제한적 필각으로 인해 쿠겔닙, 일명 볼닙이 등장하게 되었고 높은 필각에서도 쓸 수 있는 옵션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늘날 윗면까지 둥근 형태가 이어진 빈티지 쿠겔형태의 닙이 기본옵션으로 바뀌게되었다. 스텁닙의 경우엔 기본적으로 가로로 긴 형태는 변하지 않았지만 티핑 두께가 점차 두꺼워져서 가로세로획의 굵기 차이가 상대적으로 현행이 덜 나게 되었다. 빈티지의 경우엔 가로획이 EF닙 수준으로 아주 얇게 그어지지만 현행은 F~M 정도로 그어진다. 티핑이 아예 없는 스틸 스텁닙은 가로세로획의 차이가 크니 참고하길 바란다.

만년필의 닙 선택은 항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특히나 아시아권 문자를 쓰는 이들에겐 더 심한데 다이어리나 메모용으로 쓴다면 필히 세필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두꺼우면 잉크 배출양이 많아져 뒷면에 번지거나 작게 글씨를 쓰기 어렵다. 그렇다고 세필을 쓰게되면 그만큼 티핑이 줄어들어 종이와 맞닿는 면적 또한 줄어들어 필감도 특색이 떨어지게 된다. 항상 추천하는 닙은 초보자들에겐 EF닙, 중급자들에겐 F~M닙을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닙 사이즈는 필사용 M닙 이상을 추천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티핑이 두터울수록 필감이 좋은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스텁닙이 더 좋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제한적 필각으로 인해 초보자들에겐 사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만년필을 쓰고는 싶은데 막상 쓸 것이 다이어리 밖에 없다면 다이어리 사이즈를 키우고 펜촉 사이즈를 두껍게 가보라는 방법도 추천해본다. 만년필 본고장인 미국,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닙 사이즈는 M닙이다. 문자 자체가 태필과 잘 맞는 이유도 있겠지만 필감 또한 M닙의 현행 라운드 닙은 가장 만년필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현행과 빈티지가 어느정도 섞여있긴 하지만 현행 기준으로 설명을 했으며 빈티지 경우엔 M닙이 현행 EF닙 보다도 세필일 정도라 아예 다른 차원에서 설명해야 하니 논외이다. 결국 정리하면 라운드 닙에선 가장 두꺼운 사이즈인 M닙에서 가장 이상적인 필감과 획 밸런스를 경험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스텁닙은 필각이 제한되지만 라운드에서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텁닙에선 초보자라면 오블리크닙을 추천하고 캘리그래피를 한다면 일반 스텁닙을 선택하면 된다. 라운드닙은 종이 위를 부드럽게 지나가지만 스텁닙은 종이와 달라붙어 그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취향 차이이기에 둘 중 우위를 정하기는 어렵다. 사용량을 따지면 오히려 라운드닙의 빈도가 더 높다. 스텁닙을 메인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으며 누차 언급했듯이 캘리그래피, 영문필기체용으로 적합하다. 단순히 필감만을 보고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같은 모델을 쓰더라도 펜촉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필감을 주기에 모델의 다양성보다 펜촉의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손에 맞는 만년필은 외형, 무게가 결정하고 필감은 펜촉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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