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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970년대 카레라 4색 중력 멀티펜 리뷰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3. 8. 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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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파커 제품의 중력 멀티펜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대부분의 멀티펜들은 원하는 색상의 레버를 내려 사용하는데 중력 멀티펜은 원하는 색상 표기를 바라보고 뒤쪽에 하나 달린 노브를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색상이 나온다. 무게 추를 이용하여 색상 배치를 반대로 한 구조로 작동하는 원리인데 신기하고 재미는 있으나 사실상 실용성이 떨어져서 판매율이 저조한 편이다. 결국 중력 멀티펜은 현재 입지를 잃고 대부분 단종되거나 사라져버렸다. 시선을 맞추더라도 펜의 각도에 따라 다른 색상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빈번하여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냥 원하는 레버를 내려 사용하는게 속도도 빠르고 정확하다. 시선을 맞추는 번거로움이나 원하는 레버를 내리는 것이다 별반 차이가 없다. 처음엔 신기하지만 쓰다보면 불편해서 결국 4 레버 멀티펜을 쓰게 된다. 유독 중력 멀티펜은 파커, 몽블랑, 로트링 등 고가 브랜드에서 자주 보인다. 아무래도 다양한 색상을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4개 색상이 다른 레버가 달려있는 뚱뚱한 볼펜의 디자인을 타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디자인이 심플해짐으로써 고급스러움을 가미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이번에 리뷰하는 몽블랑의 카레라 모델은 고급스러움과 다소 거리가 있어보인다.

 

 1970~80년대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몽블랑에서는 보급형, 저가형 제품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몽블랑 221, 21, 슬림라인, 노블레스 등등 저가 라인업이 다 7~80년대 모델들이다. 원래부터 몽블랑은 저가 모델까지 취급했다. 몽블랑이 설립한 첫해부터 80년대까지 제품군을 분리해서 저가형, 고가형 나누어 제작, 판매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고가정책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 때 저가라인업을 모조리 단종시켜버리게 된다. 더 이상 몽블랑에선 보급형 저렴한 모델을 구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차피 몽블랑의 저가 모델들은 몽블랑 공장에서 제작하지 않고 다른 하청업체 브랜드에서 몽블랑 로고만 달고 제조되었기 때문에 그 품질은 몽블랑 수준을 느낄 수 없는게 현실이었지만 말이다. 몽블랑 로고는 80년대를 기점으로 명품 브랜드 이미지로 탈바꿈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몽블랑 저가 라인업이 일반 문구 수준으로 저렴하지도 않았기에 판매량이 썩 좋지도 않았다. 고가정책은 오늘날 고급 필기구 브랜드에서 몽블랑만 살아남게 된 신의 한수로 평가 받는다.

 

대부분 멀티펜들은 다른 일반 보급형 볼펜들과 달리 리필심이 떨어지면 교체해가며 쓰기 때문에 분해결합 비중이 꽤나 높은 편이다. 따라서 멀티펜을 오래 쓰다보면 그립부와 배럴부 결합 과정에서 나사산이 깨지거나 크랙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나사산이 멀쩡하면 배럴부가 잠그면서 크랙이 나는데 유니 퓨어몰트를 여러개째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처음 구매했던 퓨어몰트 멀티펜도 배럴부가 잠그면서 깨져버렸고 다음 번 구매한 제품도 몇년 쓰다보면 크랙이 발생하며 깨져버렸다. 다시 접착을 해도 금방 깨져버리는데 배럴부가 얇아서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빈티지 만년필들에서 보여주었던 중결링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캡을 스크류 타입으로 잠그게 되면 자연스레 배럴부 나사산이 밀려들어오면서 캡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때 힘이 조금이라도 과하게 가해지면 캡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캡에 금속 링으로 잡아주는 부품만 있다면 그 이상 벌어지지 않아 깨짐을 방지할 수 있다. 카레라 멀티펜 그립부엔 그러한 중결링이 들어간다. 나사산 자체가 그립부가 아닌 배럴부에 있으며 그립부 끝 라인에는 벌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검정색 금속 링이 둘러진다. 이 때문에 아무리 강하게 조여도 그립부에 크랙이 나거나 하지 않는다. 다른 고가형 멀티펜들은 아예 그립부를 금속 재질로 제작하여 이를 원천봉쇄하지만 카레라 모델은 원가절감을 위해 그립부 파츠가 플라스틱이며 내구성을 위해 중결링을 추가해주는 성의를 보인다.

 

1970년대 플라스틱 재질의 멀티펜임에도 지금까지 멀쩡히 작동하고 크랙없이 잘 작동하는 이유가 펜 자체에 담겨있다. 다른 보급형 브랜드들과는 다른 차별점을 이런 내구성 증진에 힘쓴 요소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량생산에 들어서면서 모든 공산품의 내구성은 떨어지고 금방 고장나서 새제품 구매를 촉진하는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세워왔다. 이런 시장에서 몽블랑 보급형 볼펜은 내구성을 끝까지 챙긴 모습에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짧게만 보면 금방 고장나서 다른 새상품을 구매하는게 기업들 입장에서 선순환 구조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신뢰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재구매 할 수 있도록 well made 하는게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 짧게 보면 그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기업의 가치를 보려면 그 기업이 제조하는 제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되어 오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다만 그 기업의 오늘날 모습이 다소 변질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정도 기반이 있다면 성공동력으로 충분히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나의 투자 기조는 이러하며 해당 공식을 적용하여 투자한 기업들은 90% 이상이 우상향 해오고 있다. 작고 사소할지 몰라도 그 하나 때문에 제품을 더 오래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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