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리칸 매니아들에게 펠리칸 최고를 꼽으라면 100, 100N, m800 이 세가지를 이야기한다. 100은 펠리칸의 최초 제품이며 100N은 뒤이어 나온 개량형, 그리고 m800은 1980년대 새롭게 등장한 오버사이즈 플래그쉽 제품이다. 각 모델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며 80년대 m800은 심지어 독일 몽블랑 베스트셀러 판매량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100 역시 전세계 최초로 피스톤 필러를 도입했으며 몽블랑이 이를 개량한 텔레스코픽 필러를 뒤이어 개발하게 된다. 1920년대 시작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회사 자체는 19세기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초반에는 펜촉 제조능력이 없어 타 브랜드에서 납품 받아 사용했지만 뜨거운 시장 반응으로 발빠르게 제조능력을 갖춰 다양한 펜촉옵션을 구성해냈다. 개인적으로 독일 만년필의 완성도는 그 어떤 브랜드들이 따라오기 힘들다고 확신한다. 쉽게 표현하면 미국의 만년필은 보다 직관적으로 심플하게 실용적인 만년필을 제조하지만 독일은 심미성, 감성을 담아낸다.
100, 100N, m800을 직관적으로 비교하면 일단 잉크충전량은 100N>100>m800 순서로 많다. 크기가 가장 큰 m800의 충전량이 많아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간혹 m800이 100보다 잉크가 더 들어간다는 글을 보지만 백여자루가 넘는 만년필 개체들을 모두 비교해봐도 100의 충전량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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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0N, m800 잉크 주입량 비교
펠리칸 100N과 m800의 크기 차이는 엄청나다. 100N은 캡을 닫았을 경우엔 m400 보다도 크기가 작은데 잉크 주입량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m800이 오버사이즈에 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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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세 펜 모두 잉크충전량이 최상위급이라 비교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 충전방식은 모두 피스톤 필러 타입으로 방법은 동일하다. 캡도 트위스트 방식으로 동일하며 잉크창까지 유사한 디자인을 갖고있다. 잉크창의 길이는 빈티지 모델들이 더 길며 캡을 닫았을 땐 노출이 되지 않아 캡을 닫은 상태에선 잉크 잔량 확인이 불가능하다. 성능적으로 본다면 캡의 밀폐력은 m800이 훨씬 우수하고 피드 안정성 등 실사용면에선 현행이 빈티지를 따라가긴 어려운게 현실이다. 빈티지 모델들은 연성닙, 혹은 경성닙은 닙 옵션을 변경해 선택이 가능하고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된다. m800은 지극히 경성닙이지만 극초기형 모델의 경우 약연성을 경험할 수 있다. 약연성이라고 한들 빈티지 연성 앞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건 어쩔 수 없다. m800은 대용량 잉크잔량에 경성닙으로 필기머신이라는 별명이 붙어 일명 고시용펜으로 불리우며 빈티지 모델들은 아주 얄쌍한 티핑에 사각거리는 필감과 낭창거리는 연성감, 거기에 풍부한 잉크흐름이 더해져 손글씨를 화려하게 쓸 수 있는 손맛용 펜으로 일컬어진다.
빈티지와 현행 스타일이 너무 상극이라 비교 자체가 어렵고 100과 100N을 비교하는게 차라리 나은데 두 펜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막상 손에 쥐어보고 실물을 본다면 확실히 다른 펜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단 100은 노브부분이 플랫한 디자인이고 100N은 노브도 곡선을 그린다. 100의 노브엔 후기형을 제외하곤 세로선도 그어지는데 이 디자인이 굉장히 클래식함을 유발한다. 거기에 재질 자체가 다른데 100은 대부분 하드러버재질로 제작되고 100N 부터는 셀룰로이드 재질로 제작된다. 재질 자체가 다르면 전반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사진으로는 담아내기가 어려운데 제품들의 온도감은 100>100N>m800 순서로 따듯함이 느껴진다. 100, 100N 모두 캡을 뒤에 꽂아 사용 가능한 범주의 밸런스를 보여주지만 캡을 끼우지 않고 쓸 때의 느낌이 더 극대화된다. 손에 쥐었을 때는 두 펜 모두 현행 200, 400의 두께감, 길이감이 비슷하지만 100이 조금 더 작은 편이다. 필기시 안정감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100N이 더 손에 감기는 느낌이다.
보다 빈티지함을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100, 빈티지 펜이지만 실사용으로도 쓰고 싶다면 100N, 현행이 좋다면 m800이 맞아보인다. m800을 이야기할 때 pf닙이니 en닙이니 14c first year니 하지만 100, 100N 앞에서는 주름 잡기 힘든 수준의 연성도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m800에서 색다른 필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는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도 분명하다. 세가지 모두 닙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는데 그들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펜은 100N이다. 물론 손맛 자체만 본다면 100을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손에 감기는 느낌은 100N이 가장 좋고 실사용에도 전혀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m800은 결국은 146, 149를 넘어서기엔 2% 아쉬움이 남아 항상 책상 위에 꺼내다가도 결국 진열장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내 손이 크지 않고 작은편이라 작은 펜들이 손에 더 맞는 이유가 크기도 하다. 빈티지 펠리칸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기에 손이 큰 사람이라면 펠리칸을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역사적 정통성을 언급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게 몽블랑 149 모델인데 구조적 설계가 가장 오랜기간동안 유지되어 온 만년필은 사실상 펠리칸 만년필이다. 1920년대부터 2023년 현재까지 동일한 구조의 피스톤 필러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디테일한 구조는 거의 변경없이 유지되어 있다. 하지만 몽블랑은 필러 자체가 변경이 이루어졌고 구성 파츠 변경도 몇차례 이루어졌다. 펠리칸만큼 기본 구조가 오랜기간 유지된 모델은 전무하다. 그만큼 처음부터 완성도 높게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심지어 피스톤 필러 메커니즘은 오늘날까지 모든 고급 모델에 쓰이는 가장 이상적인 필링 시스템이다. 배럴에 직접 잉크를 주입하여 손의 체온으로 인해 잉크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번이라도 분해를 해보았으면 그런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펠리칸의 배럴은 이너배럴과 아웃배럴 크게 두겹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이너배럴과 아웃배럴 사이에 배럴 한겹이 더 들어간다. 총 3중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드로퍼 모델처럼 손의 체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우려는 없다.
역사가 짧다고, 시장에 늦게 진입했다고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늦게 시장에 등장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완벽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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