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149 70년대 모델은 50년대를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연식으로 대체품으로써 각광 받고 있다. 닙, 피드, 그립감, 충전방식 등 각각 요소들을 50년대와 비교분석하며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6~90년대 연식들 중 가장 50년대와 비슷한 느낌인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해외 커뮤니티, 현지에서도 70년대 모델의 인기가 많고 거래량도 많다. 다만 대체품은 대체품일 뿐 두 펜을 비교해서 써보면 완전히 다른 펜임은 분명하다. 그 차이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디자인, 재질, 펜촉(필감), 피드, 충전방식, 그립감 순서로 총 6가지 요소를 리뷰해본다.
(1) 디자인
우선 디자인 자체는 언뜻 봐서는 거의 동일하다. 디테일하게 살펴보아야 다른 점들이 보이는데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캡밴드 부분이다. 메인 밴드는 둘다 금색이지만 50년대는 양 사이드 서브밴드가 은색 2줄이 들어간다. 은색 밴드는 순은 재질이라 오랜 세월에 따라 캡 재질의 수축팽창에 따른 늘어남으로 타이트하지 않은 개체들이 많은 편이다. 늘어난 밴드는 전용 툴을 이용하여 줄여줄 수 있다. 50년대 149 중에서 극초기형 모델에는 밴드에 도금이 아닌 14k 금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간혹 클립도 순금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클립의 장력을 유지하기 위해 순금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없다. 펜촉의 인그레이빙이 미세한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인 디자인 자체는 비슷하며 노브에 닙 사이즈 인그레이빙이 들어간다. 모델명이 새겨지는 경우도 있고 잉크창도 초기형의 경우 큰 차이를 보인다. 후기형은 짧은 잉크창으로 동일하지만 잉크창 색상이 노란빛을 띈다. 주황빛인 경우도 있으나 본래는 노란색이며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색으로 주황빛을 띠게 된다. 초기형의 잉크창은 길이가 길어지며 위의 사진은 후기형으로 짧은 잉크창을 보인다. 잉크창은 캡을 닫아도 바깥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길게 뻗어있으며 캡을 닫은 상태에서도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메리트를 보여준다.
(2) 재질
50년대는 셀룰로이드 재질로 제작되어 광택이 오묘하다. 플라스틱의 자체 검정 느낌이 아니라 반투명한 물질에 검정색 도료를 집어넣은 느낌인데 광택감이 특이하다. 사진상으로도 미묘하게 느껴지는데 플라스틱은 자체의 매트한 블랙이라면 셀룰로이드는 투명한 블랙의 느낌이다. 질감 자체도 플라스틱보다 따듯한 느낌에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 다만 오래 사용함에 따라 색이 빠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직사광선에 아예 노출시켜 장시간 보관하면 잉크창 색상으로 펜 전체가 변해버리기도 한다. 마찰과 변형이 주로 발생하는 필러 부근에 색빠짐이 가장 심하고 잉크창 주변으로도 색빠짐이 빠르게 발생한다. 색빠짐을 방지하기 위해선 분해결합을 최소화하고 보관에 유의하여야 한다. 크랙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3) 펜촉(필감)
우선 6~90년대 연식들의 필감을 설명하면 60년대 초반의 경우엔 50년대 후반 펜촉을 공유하기에 동일한 필감을 느낄 수 있고 중반으로 넘어가면 벤딩 가공으로 인해 세필에선 연성감이 오히려 감소한 필감을 보여준다. 후반으로 가게되면 일명 내로우숄더 닙으로 가볍게 낭창거리기 보다 묵직한 연성감이 특징이고 70년대로 넘어가면서 와이드 숄더 닙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 때부터 낭창한 연성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이게 50년대의 닙 형태와 같은 와이드 숄더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는 생략한다. 와이드 숄더 닙의 특징은 펜촉의 넥 부분이 얇기 때문에 탄성감이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 즉 연성감 자체만 따지게 되면 50년대와 70년대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두 펜촉을 동시에 비교를 해보면 근본적인 차이가 느껴지는데 50년대의 연성감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고 70년대는 가벼운 느낌이다. 이는 금 함량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으나 오히려 과거보다 현재가 동일한 14k라고 보더라도 기술력의 차이로 현재의 금 함량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느냐, 펜촉 자체의 두께(상하)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닙들이 더 두껍게 커팅되는데 이로인해 닙 형태(좌우)의 너비가 비슷하더라도 다른 필감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두께 차이는 티핑 가공에도 연결되는데 50년대는 티핑이 상하로 두텁게 용접되지 않지만 70년대는 상하로 두텁게 용접된다.
(4) 피드
50년대 초기형의 피드는 플랫 피드지만 후기형 라운드 피드와 비교를 해본다. 50년대 후기형 라운드 깊은 고랑형 피드는 62년식까지 장착되며 이후 깊은 고랑은 사라지고 스키슬로프만 남고 67년식까지 이어진다. 이후 72년식부터 슬로프가 사라지고 솔리드 피드로 자리잡는데 잉크 흐름 자체는 고랑의 유무로 차이가 난다기 보다 위쪽의 잉크채널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요소이다. 149 초기형 피드의 아랫면 고랑의 역할은 잉크가 탱크로부터 과하게 공급되었을 경우 피드 끝에 맺히게 되는데 이를 모세관 현상으로 당겨 잉크가 과잉 공급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간혹 슬로프로 잉크가 추가 공급되어 잉크 흐름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으나 저쪽에선 탱크와 연결되는 부분도 없을 뿐더러 잉크채널 외에서 잉크가 흘러나오는 것은 누수이다. 간혹 솔리드 에보나이트 피드, 70년대 피드에서 잉크가 과잉 공급되면 피드 끝, 닙 티핑 아랫면으로 잉크가 맺히는데 하단 슬로프가 없어서 이를 제어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70년대 피드는 잉크채널 자체가 50년대 모델에 비해 축소되었고 잉크 공급의 직관성을 줄어 흐름이 과한 현상이 없지만 조립이 잘못된 경우엔 언급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50년대 피드의 안정성은 좋지 못한 편이라 약한 스냅으로도 잉크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한 흐름으로 인해 풀 플렉시블 닙처럼 쓰더라도 잉크 끊김이 없다.
위에 올린 가장 마지막 사진을 보면 현행 플라스틱 피드를 장착한 모델만 슬릿을 벌렸을 때 잉크 끊김이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보나이트 피드는 잉크흐름이 보장되기에 끊기는 현상이 덜하지만 슬릿을 벌리고 계속해서 쓰는 테스트를 할 때엔 플라스틱 피드처럼 끊기곤 한다. 50년대 피드만이 이러한 현상이 아예 없으며 가장 마지막 형태의 에보나이트 피드인 스플릿 에보나이트 피드, 일명 샤크피드가 안정성과 흐름 두가지를 모두 잡은 피드이다. 항상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샤크피드를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선 내구성 이슈가 있다며 비판글이 대부분인데 직접 써보면 알겠지만 스플릿 형태는 고정형 솔리드 피드를 개량하여 펜촉이 벌어짐에 따라 닙과 피드가 들뜨는 순간에 흐름이 줄어들어 끊기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피드 상하를 절개함으로써 펜촉이 들릴 때 피드 상단이 함께 들리며 피드와 펜촉의 간격을 최대한 줄여냈다. 이는 연성닙을 많이 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피드에서 닙이 떨어지면서 모세관 현상이 끊어짐과 동시에 잉크 공급도 끊기게 된다. 피드가 닙에 붙어 유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잉크공급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며 잉크 흐름까지 균일해지는 효과를 보여주게 된다. 피드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고 기능적으로 훌륭하며 제조 난이도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의 피드이니 부디 써보고 말하길 바란다.
(5) 충전방식
두가지 모두 피스톤필러 기반이지만 50년대는 텔레스코픽 필러로 잉크 충전량이 거진 1.5배 이상에 달한다. 피스톤 스크류가 작동하는 범위를 두단계로 확장하여 70년대 필러 스레드가 위치하는 곳까지 피스톤 노브의 움직임 범위를 확장 시켰다. 현존하는 셀프필러 만년필 중 잉크 충전량이 가장 많으며 모든 필러 구성 파츠가 피스톤 실을 제외하고 전부 금속 재질이다. 일부 얇은 파츠는 잉크가 굳은 상태에서 힘이 가해지면 부러지는 경우가 있어 윤활작업만 잘해주며 사용하면 문제없이 작동한다. B닙 이상의 닙에 연성이기 까지 하면 아무리 피스톤 필러 방식이라고 한들 몇일 못쓰고 잉크가 바닥나는데 텔레스코픽 필러는 써도 써도 바닥을 보이기 쉽지 않다.
(6) 그립감
손에 감기는 느낌 자체는 굉장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부분이라 사용자의 손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손이 작은편이라 현행 149는 약간 오버한 느낌인데 50년대 149는 70년대보다 길이도 짧고 두께도 살짝 얇은 편이다. 펜을 길게 쥐고 쓰는 편이라 149는 항상 나사산에 중지를 걸치는데 플라스틱 버전은 나사산이 뾰족한 편이지만 50년대는 둥근 편이라 중지에 배기지도 않는다. 펜 자체도 작아 손에 더 잘 맞으며 캡을 뒤에 꽂고 써도 후기형 149처럼 아주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캡은 빼고 쓰는게 가장 밸런스 좋다. 손이 큰 편이라면 오히려 50년대가 안맞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론 146과 149 중간 느낌의 두께감을 선호해서 136과 139 사이의 138 모델을 선호하는데 14x 시리즈에서는 8호 사이즈가 사라진게 아쉬운 부분이다. 50년대 149는 146과 149 사이 중 148.5호 정도라 149에 더 가깝긴 하지만 딱 한치수 작은 149 느낌이라 손에 더 잘 맞는다. 아무리 좋고 비싼 만년필이라도 손이 아주 큰데 파커75를 쓰는 것과 손이 아주 작은데 149를 쓰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만년필에 손을 맞추라고는 하지만 손에 맞는 만년필을 찾는게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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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0년대와 70년대 149를 비교분석해보았는데 가격과 접근성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70년대가 난이도는 쉽다. 유지관리보수도 편리하고 부품수급도 잘 되기에 초보자라면 70년대를 선택하는게 바른 길이다. 50년대는 애초에 개체수도 없을 뿐더러 어디 하나 고장나면 셀룰로이드 재질이라 부품을 제작하기도 불가능하고 구하기도 어려우며 크랙 보수도 난이도가 높아서 관리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두 펜이 비슷하다고 말해줄 수도 없는게 사실이다. 같은 149 모델명을 가지고 있지만 두 펜은 명백히 다른 필감을 선사하고 다른 펜의 느낌을 주기에 전혀 다른 펜이라고 말하는게 맞다고 보여진다.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을 때도 50년대를 시필해본 이들은 전부 확실히 다르다는 평을 해주었다. 어떤 만년필이든 직접 써보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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