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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만년필 원탑, 세일러 KOP

Fountain pen/etc

by 슈퍼스토어 2023. 5.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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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 KOP를 추천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몽블랑도 아니고 세일러를 100만원 넘게 주고 산다고?" 라는 말이다. 몽블랑 신품가와 세일러 KOP 신품가는 비슷하다. 물론 저렇게 반문하는게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정도 사용하다가 되팔 때의 감가를 생각한다면 브랜드밸류가 높은 몽블랑을 선택하는게 낫기 때문인데. 요즘은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오랫동안 반평생 쓸 생각을 애초부터 하질 않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리스, 렌트 상품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를 배제한다면 현행 만년필 중 가장 품질 좋고 완성도 높은 만년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fountainpen network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Barry B Gabay 역시 현행 149와 비교해도 세일러의 KOP의 우수성을 인정했고 나에게 적극 추천하기도 하였다. Nib.com 운영자인 John Mottishaw 또한 세일러 닙의 높은 완성도를 항상 이야기 해왔으며 영향력 있는 컬렉터들의 추천글들이 올라오고 나서야 KOP에 대한 평가가 다시금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노재팬 영향으로 갈길이 멀지만 제품 자체의 퀄리티만을 본다면 비교할만한 모델이 없다. 나카야 같은 커스텀 만년필이 아닌 기성품으로 현행 만년필 중 베스트이니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모델은 에보나이트 버전이다. 배럴과 캡을 에보나이트를 수작업으로 깎아내어 제작했다. 일반 레진과 비교하면 보다 따뜻한 질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펜촉은 21k 금촉에 장착되는데 국내 커뮤니티에선 가장 이상적인 닙의 금 함량으로 14k를 말하지만 내 경험상으론 18k 이상일 때의 필감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같은 연성도를 갖고있다 하더라도 금함량이 높을수록 유연함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펜촉을 수리할 때도 손끝에서 느낄 수 있는데 미묘한 차이라서 "와 이거 엄청나게 차이나!"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차이는 존재한다. 펜 자체의 크기는 몽블랑 149와 비슷한데 캡을 닫았을 때의 크기는 KOP가 더 길다. 배럴의 두께감도 비슷하고 닙의 쓰리톤 디자인도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잉크충전 방식인데 149는 피스톤 필러, KOP는 컨버터 타입이다. KOP의 유일한 아쉬운 부분인데 다른 방식의 잉크충전 기능을 넣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세일러 KOP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좋지 못한건 국내의 노재팬 영향과 커뮤니티에서 써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후기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KOP에 대해서 별로 좋지 못한 인상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시필조차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취미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유튜브에서나 혹은 커뮤니티에서 어느정도 영향력 있는 이의 후기를 보고 본인은 써보지도 않고 앵무새처럼 그대로 이야기를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 취미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을수록 더욱 빈번해진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데 온라인이 아닌 사회에서 대화를 해보더라도 "그 차 완전 별로, 에어 서스펜션도 안들어가고 리어액슬스티어링도 안들어가서 엄청 불편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승조차 해보지 않았고 본인 차량은 아반떼MD였다. 나이가 어리지도 않았고 30대도 넘은 사람이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참 많아졌던 기억이 있다. 

 

21k 금촉이 무른 것은 사실이나 쉽사리 변형이 일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현행에서 느낄 수 없는 미묘한 연성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에보나이트 버전을 선택하면 빈티지 만년필에나 쓰이던 재질을 직접 손에 쥐어볼 수 있으며 높은 수준의 펜촉 마감, 수작업이라고 믿기 힘든 외관 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149 매니아인 Barry가 현행 149보다 KOP가 그렇게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의 모습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독일제 공산품이 우수한 것은 맞지만 일본의 제조력도 그에 못지 않다는 사실을 배제해선 안된다. 전세계 1위 판매량 도요타 자동차, 캐논 카메라. 만년필 분야도 일본시장이 현시점 유럽보다 활발하다. 일본 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쯤은 만년필 가게에 들러 만년필 구매를 하길 바란다. 그들의 문구사랑이 전세계 1위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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