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브랜드에서 원톱을 꼽자면 레오나르도, 기성 브랜드에서 원톱을 꼽으면 세일러다. 내가 선정하는게 아니라 수치가 그러하다. 특히나 서구권에서 세일러의 인기가 높은데 일부 유명 컬렉터들의 꾸준한 소개와 추천 덕분이다. 이런 두가지 브랜드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장인정신이다. 단순히 만년필이라는 필기도구를 만드는게 아니라 레오나르도는 빈티지 감성을 담기위해 노력하고 세일러는 수공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레오나르도는 에보나이트 피드를 장착하며 지금은 사라져버린 델타의 감성을 담은 복각품도 출시했다. 참고로 레오나르도는 델타의 파생형 브랜드로 보면 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처리 속도는 항상 느리지만 감성을 담아내는 것 만큼은 세계 최고인건 인정하는 바이다. 세일러의 하이엔드 제품군을 보면 우루시 등 일본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수공예 테크닉 정점을 느낄 수 있다. 닙부터 바디까지 수공예로 마무리 한 제품을 경험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감성을 느끼는건 굉장히 사치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만년필이란 매개체로 보다 접근성 좋게 다가갈 수 있다. 만년필은 지극히 아날로그스러운 아이템이기에 모던함을 배제한, 레트로하면서 앤틱함을 자아내야 비로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현대형 만년필의 특징들이 가득한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그라폰 파버카스텔과 까렌다쉬다. 두 브랜드 모두 최고급 선물용 사치품을 담아냈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한가지 있다. 바로 무거운 무게감이다. 그립부, 스레드 나사산 등 각부 접속부까지 전부 메탈 재질로 범벅이 되어있다. 우든 바디 역시 내부는 금속 재질의 이너 배럴이 존재한다. 현대 고급 만년필은 무거워야 상징성이 부각된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해야 그 느낌이 살기 때문이다. 까렌다쉬 역시 1세대~3세대를 거치며 점차 메탈 소재가 증가해 갔으며 지금은 그라폰 파버카스텔과 동일하게 그립부가 메탈 재질로 바뀌었다. 최신 제품들을 보면 두 브랜드 제품 디자인이 굉장히 흡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묵직한 만년필은 사실상 만년필의 메리트가 퇴색하는 케이스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필기구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볼펜의 경우인데 볼펜은 필압으로 인해 볼이 눌러져 잉크가 스며 나오는 방식으로 글이 써지기 때문이다. 펜 자체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필압을 덜 줄 수 있어 손의 피로도를 줄이고 보다 부드럽게 그을 수 있는데 그 구조를 만년필에도 그대로 적용 시킨 것이다. 그라폰 파버카스텔의 경우 수성펜, 만년필 두 모델 바디가 동일한데 생산 라인을 축소하면서 두가지 제품을 뽑아내려는 원가절감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만년필은 무겁지 않아도 필압 없이 쓸 수 있기에 가벼울수록 좋다. 무거운 만년필은 오히려 손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무거운 무게는 필기감도 상쇄 시켜버리는데 종이에 닿는 촉감이 펜의 무게에 묻혀버린다. 이러한 이해도가 적용된 만년필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바로 레오나르도, 세일러인 것이다. 두 브랜드 금속재질의 바디를 사용한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만년필이란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회사들이다. 내가 항상 강조했던 부분인 오늘날 이 시대에서 잘 팔리는 만년필을 만드려면 빈티지스럽게 만들어라는 공식을 레오나르도는 제대로 적용했고 그 중 에보나이트 피드를 장착하는 고집은 매니아층의 니즈를 완벽히 적중 시켰다. 여전히 에보나이트 피드의 감성과 우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컬렉터들도 존재하지만 레오나르도 만년필의 판매량은 이를 여실히 반박해주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은 아날로그틱 해야하고 그 시절 그 감성을 담아낸다면 알아서 그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과 매니아들이 열광해 줄 것이다. 참고로 레오나르도 만년필에는 일본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되어있다. 현행 만년필을 이야기 할 때 일본을 제외할 수 없다는 걸 확인 시켜주는 부분이다. 국내에선 레오나르도 만년필 모든 모델을 접하긴 어려워 본사 홈페이지를 통한 구매를 추천한다. 일부 스페셜에디션은 본사 홈페이지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https://leonardo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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