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몽블랑 필기구 제품들의 보증기간은 2년이다. 24개월이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빈티지 몽블랑 수집가들에게 2년보증은 굉장히 웃기는 이야기다. 과거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49 모델을 구입하면 보증기간은 Life time, 평생 보증이었다. 저렴한 제품라인의 보증기간도 아무리 짧아도 10년이었다. 대개는 25년 이상, 플래그쉽 모델은 평생보증 해주었는데 지금은 2년밖에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이스터스튁 라인이 매년 디자인이 바뀐다거나 부품이 바뀌거나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부품교체는 더욱 용이하게 구조가 바뀌었지만 보증기간은 터무니 없이 짧아지고 있다. 만년필은 잉크를 직접 충전하여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든 필기구인데 보증기간이 2년이라니 말이 안되는 상황. 동네 문방구에서 산 볼펜도 필기량이 많지 않은 이상 다 쓰려면 2년도 걸린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역행하는 품질은 솔직히 납득하기, 이해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149의 배럴은 1피스 구조에서 2피스, 3피스로 나뉘어졌으며 생산을 용이하게 만들기만 바빴지 사용중에 잉크누수를 염려하진 않았다. 펜촉의 금은 거대한 구멍을 뚫어 금을 줄였으며 겉에서 보이지 않는 내부 황동재질은 스텐재질로 바뀌었다. 사출용이성만을 염두에 둔 제품이 2년 이상 문제없이 작동할리 만무하다. 거적대기만이 멀끔할 뿐 내부는 텅 빈 느낌이다. 수십년 경력의 장인들이 펜촉을 연마한다지만 내가 아는 몽블랑 장인들은 몽블랑을 퇴사하여 유럽펜쇼에서 볼 수 있었다.
내로우 숄더 형태의 쓰리톤 닙은 18c도 있고 14c도 존재한다. 그저 18c닙은 프랑스, 스위스 등 18c 밑으로는 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을 위한 수출용 제품이다. 누차 말하지만 원톤닙은 단 한번도 제작된 적이 없으며 40년대 후반 최초 쓰리톤 디자인으로 생산되어 70년대 초반까지 유지된다. 67년도 이전까지 벤딩 가공(M닙 아래 사이즈의 세필)으로 제작되었고 이후부터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닙 형태를 취하게 된다. 67년도의 닙은 내로우 숄더 형태이며 동일한 쉐잎으로 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을 구분하는 특징은 피드이며 60년대엔 스키슬로프 피드가 장착된다. 70년대 넘어오면서 솔리드 에보나이트로 전환된다. 피드 자체의 성능차이는 크진 않지만 솔리드 피드가 안정성은 조금 더 좋은 수준이다. 만년필에 잉크를 충전하고 손으로 털었을 때 피드를 통해 잉크가 흘러나오는 정도를 피드 안정성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만년필을 휴대할 때 미세한 충격에 의해 캡에 잉크가 튀는 정도를 체크하는 기준이다. 닙 쉐잎을 두고 와이드 숄더가 더 좋다 내로우 숄더가 더 좋다 딱 정할 수는 없다. 취향차이이며 오히려 티핑 마감이 필감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70년대 와이드 숄더와 내로우 숄더의 티핑 마감은 비슷하기에 필압없이 쓴다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필압을 주고 쓴다면 구분이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와이드 숄더의 연성감이 더 마음에 든다. 이는 다른 컬렉터들의 의견도 비슷한데 50년대의 149 닙이 와이드 숄더라 50년대의 필감을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차선책이 되기 때문이다.
149는 아무래도 쓰리톤 닙 디자인이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더욱 크게 자아내므로 쓰리톤을 선호하게 되는데 깔끔한 투톤이 취향이라면 그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냥 본인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요즘 사람들은 본인의 선택이 아닌 타인들이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를 정말 많이 신경쓰고 같이 따르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본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랑 잘 맞는지 알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접해보지 못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칠 정도로 남들을 따라가려는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게 문제다. 빈티지 만년필이라는 취미를 선택한 것 자체가 굉장히 새로운 선택일테지만 그 다음 선택도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길 바란다. 카페 회원 중에 한분도 국내에선 굉장히 마이너한 브랜드인 스완이라는 만년필을 수집했는데 덕분에 다양한 스완 만년필을 볼 수 있어서 새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야기가 샜는데 하고자 하는 말은 과거의 몽블랑은 80년대 이전이라면 어떤 연식이든 간에 평생보증을 보장했을 정도의 품질을 자랑했기에 무얼 선택하든 현행 이상의 만족감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5년짜리 보증인 제품이라면 5년 수준의 품질인 것이고 2년짜리 보증인 제품이라면 오래 쓰지 못하는 전자제품 수준이라는 것이다. 만년필은 이름처럼 만년동안 쓸 수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2년만 고장없이 쓸 수 있다면 차라리 볼펜을 쓰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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