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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펜촉은 단차가 아닌 편마모를 확인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3. 4. 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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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동호회나 중고거래를 하는 경우 초심자 마저도 펜촉에 루페를 들이대고 시작하는 모습이 일반적이게 되었다. 물론 본인이 선택하려는 물건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루페부터 들이대는 것은 마치 건강검진시 매번 MRI 촬영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불필요한 수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루페로 인한 폐해가 아닐까 싶다. 긁어부스럼이랄까.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 없고 지장이 없지만 눈으로 봐버려 찝찝하기에. 시계로 비유한다면 사소한 스크래치 하나로 폴리싱을 맡기는 것,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문콕, 미세한 스크래치 때문에 판금도색을 하는 것들과 유사하다. 지나친 수리는 오히려 그 물건의 수명을 단축 시킬 뿐이다. 만년필에 있어서 미세단차는 전문가들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찾아내기 어렵다. 심한 단차는 필기시 느껴지지만 미세단차는 글을 쓰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새 만년필에서도 피드와의 결합 과정에서 살짝만 틀어져도 미세단차는 자주 발생된다. 루페로 확인할 부분을 말하자면 단차가 아닌 편마모 정도를 보는게 적절하다.

위 사진만 보더라도 커뮤니티 상에서 만년필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첫번째 사진이 정렬된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펜촉이라고 말하지만 사진처럼 티핑 끝자락이 붙지 않고 떨어져 있으면 필기과정에서 종이 찌꺼기가 티핑에 계속 끼게 된다. 만년필을 쓰다보면 펜촉 끝에 볼펜 똥처럼 생기는 개체들은 전부다 첫번째 정렬된 닙에서 발생한다. 그 현상은 세번째 벌어진 닙에서 더 정도가 심하게 나타나는데 수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만년필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정렬은 두번째 사진 붙어있는 상태다. 슬릿이 붙어있으면 잉크흐름이 부족하고 답답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하트홀 부근까지 전부 닫혀있는 경우이고 사진처럼 하트홀에서부터 티핑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삼각꼴을 이룬다면 흐름에 전혀 지장 없고 가장 이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티핑은 닫혀있어야 한다. 하트홀로 올라가는  슬릿은 열려있어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티핑 부근은 닫혀있어도 필압이 가해지면 자연스럽게 열리고 필압없이 닫혀있는 상태에서도 잉크공급은 원활히 이루어져 종이 찌꺼기가 생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필기가 가능하다. 티핑 끝이 닫혀있다고 잉크가 안나오는게 아니며 티핑의 아랫면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으로 흘러나오기에 첫번째 사진처럼 열려있지 않아야 한다. 

If the tines are touching:
  • Slowly, press the tip of the nib down on a hard surface so that the tips of the nib spread no more than 1–2 mm apart.
  • Hold down for a few seconds, then release.
  • Repeat this process, checking every few times to see if the tips are still touching.
  • This can take some time, but it should loosen up the tines of most nibs. Do not try to speed the process up by pressing the nib harder or for longer periods, as this can result in splaying or even permanently damaging the tines.
Alternatively, you can use a thin brass sheet to gently "floss" the tines. Again, this can take some time, but it is important to be patient and not rush the process.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펜촉을 굳이 위 과정으로 수리를 하라고 조언하는 사이트다. 심지어 수리 방법도 무식하다. 위와같이 설명된 대로 수리를 한다면 슬릿이 밸런스있게 열리지 않고 앞부분만 들려버려 피드와 갭이 생기게 된다. 루페로 확인할 것은 편마모인데 미세단차나 위의 정렬된(Aligned) 수준은 사실상 굳이 수리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우리가 눈으로 보게되어 찝찝함 때문에 미적요인으로 수리를 하는 것이며 루페로 보지 않고 손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다. 편마모의 경우엔 새 만년필을 구매해서 주인 한명이 계속해서 써왔고 이후로도 쓸 예정이라면 절대 수리해서는 안되지만 중고로 구매한 경우엔 폴리싱이 필요하다. 필각이 우연히 정확히 일치한다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기에 필각이 다른 상태에서 글을 쓰면 특정 획을 그을 때 헛발질이 발생하게 된다. 한쪽이 많이 마모되면 티핑이 종이에 맞닿는 면이 고르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평탄화 시켜주어야 한다. 폴리싱을 하지 않고 쓰게 된다면 본인의 필각을 버리고 잘써지는 필각을 찾아가게 되므로 본인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글을 쓸 수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편마모된 만년필을 본인 필각대로 오랜기간 사용해서 길들이는 일은 단기간에 어려우므로 웬만해서는 폴리싱 작업을 하고 쓰는걸 추천한다. 루페를 보지 않고 최초 시필했을 경우 이질감이 크게 없다면 그냥 쓰는걸 추천한다. 아주 미세한 용종을 수십배 확대경으로 보고선 커다란 암덩어리로 착각하고 장기를 떼어버리는 실수는 안하는게 좋다. 독일의 만년필 장인에게 수리를 배울 때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 "If it works, do not repair it." 해당 문장이다.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펜촉에 사소한 티끌로 수리문의들이 엄청나게 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내 경우엔 수년간 사용한 주력기 만년필들을 단 한번도 루페로 들여다 본 적이 없으며 수리의뢰가 들어오는 경우에나 루페를 사용한다. 새로 구매하는 만년필은 루페가 아닌 손으로 써보고 판단하지 확대경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맨눈으로 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이면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겠지만 만년필은 눈이 아닌 손으로 사용하는 물건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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