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GhjNqcZwmrFJMyS7sn9A517VQQxDPbotERorBwRqMgI/edit
만년필 뿐만 아니라 모든 빈티지 제품들은 연식별로 개성적인 특징을 갖는데 각각의 특징들이 개인취향에 따라 많이 갈리곤 한다. 예를들어 파카51은 mk2 버전인 1950년대가 제일 내구성이 좋다던가 몽블랑 149는 70년대가 구하기 쉽고 가성비가 좋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많이들 선택하는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다만 굳이 내 취향을 배제하고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매운 음식점에 갈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이번에 설명하는 과도기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제품은 몽블랑 146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도기 연식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연표는 드라이하게 제작된 연표인데 다소 틀린 부분이 많으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몽블랑 만년필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무래도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몽블랑 로고의 상징성도 있겠지만 몽블랑 특유의 시가형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자아내기 때문에 보고만 있어도 즐거움을 준다. 물론 만년필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브랜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146인데 그 146을 선택함에 있어서 빈티지 요소가 어떤 것들이 들어가면 좋을지, 그러려면 어떤 연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선 빈티지 몽블랑 146의 모습을 살펴보자. 현행과 다른 특이점들이 있는데 우선 눈에 가장 띄는 것은 펜촉이다. 몽블랑은 4호 닙에도 투톤 디자인이 들어가는데 6호닙에 원톤닙이 장착된 모습이다. 뭔가 중요한게 빠져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금 위에 로듐 도금으로 마감된 투톤 디자인이 몽블랑의 트레이드 마크라서 아무래도 빈티지 146은 인기가 떨어지게 된다. 인기는 가격에도 반영되는데 원톤닙 연식은 해가 지나도 시세가 제자리다.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 반면 투톤닙 디자인인 현행은 중고가격도 나날이 오름세를 보여준다. 원톤닙 연식의 메리트는 아무래도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되고 펜촉이 현행에 비해 낭창하다. 단, 무엇이든 물건을 고를 때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성능이 아무리 좋고 가격이 저렴해도 디자인이 나쁘다면 첫 발걸음부터 떼기가 어렵다. 잉크창은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가지 않았고 블루톤 클리어 파츠가 들어가서 잉크 잔량 체크가 용이하다. 펠리칸 소버렌 시리즈의 블랙 컬러에 적용되는 디자인과 동일하다. 이외 나머지 부분들은 큰 차이가 없지만 원톤닙 디자인이 크게 걸린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90주년 한정판(원톤닙 디자인)에서도 수치로 나타난다.
이제 현행 146 펜촉 디자인을 확인해보자. 확실히 테두리가 금장으로 둘러싸여 입체감도 살아나고 고급스러움도 강조된 느낌이다. 도금은 안쪽 은장이 로듐도금이 된 것이며 거친 재질로 닙을 닦으면 은장이 벗겨져 원톤닙으로 변해간다. 생각보다 쉽게 도금이 벗겨지지 않으니 크게 주의를 요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만년필 중에서 몽블랑 146의 밸런스를 굉장히 좋아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자주 사용하는 모델 중 다섯손가락 안에 있다. 그렇다고 현행으로 쓰기엔 필감에 2% 아쉬움이 있어 빈티지 연식을 찾아본 결과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아예 40~50년대 초기형 텔레스코픽 필러가 장착된 연식이다. 투톤닙 디자인에 셀룰로이드 재질, 거기에 텔레스코픽 필러가 장착되어 완벽한 빈티지 감성을 즐길 수는 있지만 실사용기로써의 요건은 충족하지 못해 휴대하며 가볍게 쓰기엔 무리가 있다. 두번째 선택지는 80년도 말~90년대 초 아주 잠깐 동안 생산된 과도기 연식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에보나이트 피드와 투톤닙이 장착된 완벽한 모습인데 조합품이 아닌 오리지날 생산품임에 큰 의의가 있었다.
70년도엔 솔리드 에보나이트 피드, 80년도엔 스플릿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되며 과도기 연식에 장착되는 피드는 에보나이트 피드의 마지막 버전인 스플릿 피드가 장착된다. 일명 샤크피드로 불리우며 옆모습이 상어의 얼굴처럼 보인다. 샤크피드는 에보나이트 피드 중 피드 안정성을 가장 높여 어느정도 충격에도 잉크를 뱉지 않아 실용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구성 이슈가 있다고도 하지만 지금까지 십여년을 사용해왔지만 멀쩡히 사용중이다. 에보나이트 피드의 내구성을 의심하는 이들은 대부분 누군가 건드렸거나 분해과정 중에 파손하는 경우가 100%다. 1900년대 초반 아주 얇게 가공된 피드가 아닌 이상 post war 연식의 에보나이트 피드들은 오히려 플라스틱 피드 보다도 내구성이 좋다. 이제 내가 필요로하는 에보나이트 피드와 투톤닙 디자인이 모두 적용되었다. 일부러 파츠들을 따로 구입해서 튜닝한 제품이 아닌 당시 오리지날로 생산되던 연식이며 과도기 생산품이라 아주 적은 개체만이 확인된다. 조합품이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클립의 W.GERMANY 각인을 확인하면 된다. 잉크창은 스트라이프가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있으며 이외 추가적인 스레드 구분은 분해를 해야하므로 패스한다. 현행 디자인을 즐기면서 빈티지 성능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연식이라고 정리한다.
아마도 몽블랑 빈티지 중 가장 인기있는 과도기 연식을 꼽으라면 139와 149 사이의 모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39 초기형엔 129의 닙이 장착되는 경우가 있었고 149 초기형에는 139 닙이 장착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티지 만년필의 성배인 139를 구하기는 아무래도 어렵고 139의 필감을 느끼고자 하는 컬렉터들이 149 초기형을 많이들 찾기 때문이다. 139 생산 시절에는 139 제품 자체가 가격이 높아 수요가 많지 않았고 생산기간도 짧아 개체수가 아주 적다. 반면 149는 전쟁 이후 등장하여 대량생산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개체수가 많고 부품도 많아 수리보수가 용이해서 구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 중 초기형을 구하게 되면 139닙을 경험할 수 있기에 가성비 좋게 최고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엔 이렇게 연식이 넘어갈때 가지고 있는 재고들을 호환하는 방식으로 소진했는데 이런 과정이 오늘날 과도기 연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컬렉터들에겐 선택지가 늘어나 좋은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도기 연식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조합품으로 단정짓고 매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빈티지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섣불리 단정짓기엔 우리는 그 당시 살고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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