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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의 센세이셔널했던 신제품 보헴, 마지막 역작이 되다.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3. 2. 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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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처음 선보인 보헴 라인업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 충격은 디자인이다. 몽블랑은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의 브랜드인 것은 다들 이해할 것이다. 그들의 디자인은 100년간 크게 바뀌지 않고 엇비슷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데 가장 큰 변화라고 해봤자 각져있던 엣지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끔 전환된 정도 뿐이다. 그런 몽블랑에 익숙해져 있던 시장은 보헴의 등장으로 다시 뜨거워졌고 두번째 충격으로 넘어가게 된다. 보헴의 두번째 충격은 유저들의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흔히들 알고있는 보헴은 위 사진처럼 쥬얼이 박힌 클립에 리트랙터블 되는 닙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의외로 여러가지 버전들이 존재한다. 첫번째 클립에 쥬얼이 박혀있는 여성용 모델과 쥬얼이 제외된 클립의 노 스톤 버전. 여성이 아닌 남성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빅 사이즈 버전과 그에 따른 스톤 유무에 따른 두가지 버전. 마지막으로 펜촉을 수납하는 리트랙터블 기능이 빠진 고정형 버전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몽블랑 애호가더라도 보헴이 이정도로 다양한 버전으로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소수일거라 생각든다.

보헴의 최초 모델명은 느와앤느와 그리고 루즈앤느와였다. 루즈앤느와의 모델명은 1900년대 초 몽블랑의 최초 라인업인 세이프티 모델명을 딴 것인데 세이프티 필러 메커니즘이 보헴의 리트랙터블 닙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헴의 리트랙터블 기능은 잉크를 충전하기 위함이 아닌 펜촉을 수납하는 기능이며 본래의 세이프티 기능은 펜촉을 배럴 속으로 수납한 뒤 잉크를 충전하여 캡을 닫으면 길다란 병에 뚜껑을 직접 닫아주는 형태로 잉크누수를 안전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보헴: 펜촉수납, 루즈앤느와: 잉크충전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Rouge et noir의 뜻은 적색과 흑색을 뜻하며 아래 사진과 같이 블랙 바디와 레드 캡탑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의 모델도 보헴과 동일하게 하단 노브를 돌리면 펜촉이 배럴 속으로 수납된다. 수납이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내부를 열어보면 펜촉을 밀어올리고 내리는 메커니즘 자체는 동일한 것을 볼 수 있다. 차이점은 사용된 재질 정도. 과거엔 하드러버로 제작되었으나 보헴은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보헴 역시 닙을 수납하지 않은 상태로는 캡을 닫을 수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보헴의 시작은 1999년으로 20세기 말에 등장한다. 가장 처음 등장했던 모델이 루비 쥬얼이 장착되기에 루즈앤느와라는 명칭이 부여됐었는데 2000년대 넘어오면서 보헴이라는 모델명으로 변경된다. 루비 뿐만 아니라 다른 쥬얼들도 장착되고 쥬얼이 없는 버전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 보헴의 슬로건은 성공한 여성을 위한 여성용 만년필이었는데 당시 여성 구매율은 바닥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장은 보헴에 열광적이었고 혁신적인 모습의 몽블랑에 환호했다.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고정형 닙 버전도 출시되었고 남성 고객층을 위한 빅 사이즈 모델에는 6호닙을 장착하여 출시도 했다. 기본적으로는 145와 동일한 닙이 장착되지만 희귀하게 6호닙이 장착된 보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6호닙이 장착된 버전도 리트랙터블 기능이 장착되어 있어 보헴의 매력을 그대로 경험이 가능하다. 참고로 144와 145는 4호닙으로 호환이 가능하다. 캡을 닫으면 11.5cm로 굉장히 아담한 사이즈에 여성들이 다이어리와 함께 휴대용으로 쓰기 좋게 만든 모델이었다. 보기엔 작지만 펜촉을 배출하고 캡을 노브쪽에 스크류타입으로 끼워넣으면 쓰기 편한 이상적인 사이즈로 늘어나는 모습은 몽블랑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였다. 만년필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시점에 몽블랑스럽지 않은 행보로 센세이셔널한 충격은 주었지만 2015년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단종된다.

사실 2000년대 출시했던 혁신적이었던 몽블랑 라인업 보헴, 스타워커 중 가장 빠르게 단종될거라고 생각했던건 스타워커였다. 단종 이야기가 계속 돌긴 했으나 오히려 디자인이 업그레이드 되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지금까지도 마이스터스튁과 스타워커 양대 라인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성층을 타겟한 패착요인과 만년필로는 더 이상 휴대하며 다이어리용으로 쓰지 않는다는 현실이 보헴을 단종으로 끌고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메커니즘 구조들이 다소 내구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요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헤리티지 모델로 출시했던 루즈앤느와 한정판에도 리트랙터블 기능없이 외관만 카피하여 내놓은 것만 보더라도 몽블랑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현행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오로지 수익성, 생산 편의성만 생각한 상품들 뿐인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만년필 시장에선 예전부터 여성용 타겟을 한 제품군이 존재해왔다. 파카51에선 레이디 모델명을 부여했고 쉐퍼에서도 레이디 쉐퍼 모델이 있으며 크기가 작고 화려한 디자인들이 특징적이다. 더 과거에도 여성들을 위한 액세서리 형태의 만년필들도 다수 존재했다. 허나 몽블랑은 과거부터 오직 남성 고객층을 노리는 마케팅을 이어왔고 보수적이며 압도적인 크기로 위엄을 드러내왔다.

보헴의 장점이자 단점은 카트리지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몽블랑 147이라는 모델이 있는데 이 역시 카트리지 전용 모델이다. 147처럼 여분 카트리지 내장은 불가하며 1개씩 장착된다. 노브쪽에 있는 나사산에 캡을 돌려 끼우면 닙과 클립이 일자형태로 정렬 되는데 간혹 스레드 나사산이 밀려 정렬이 틀어질 때가 있다. 이는 전용 툴을 이용하여 조정해주면 해결된다. 그립부도 나사산 형태로 결합되어 돌려 열면 분해가 되는데 노브쪽은 배럴과의 고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툴을 이용하여 강하게 잠궈주어야 한다. 직접 만져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만듦새가 좋으며 한발 한발 장전하는 듯한 카트리지 메커니즘은 오히려 남성들을 자극한다. 캡을 끼우지 않고 쓸 경우엔 간단하게 닙을 수납하여 펜촉을 보호할 수 있지만 닙 건조를 막아주는 정도는 되지 못한다. 크기는 캡을 닫았을 때는 145 보다도 짧지만 두께감이 있어 캡을 뒤쪽에 끼우고 사용할 때의 느낌은 145와 146 중간 정도의 느낌이다. 물론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기에 손이 크다면 6호닙이 장착된 빅사이즈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몽블랑이 아닌 새로운 몽블랑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2000년대 초반의 몽블랑을 써보는걸 추천한다. 오히려 이때의 몽블랑은 1980년대 후반~90년대 보다도 낫다는 생각이 든다. 고급화 정책 시작 이후 마지막으로 몽블랑 팬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간게 아닐까 싶다. 당시만 하더라도 보헴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보헴이 단종된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가격에도 거품이 덜 끼어있어 매장에서 구매해도 만족감이 높았는데 지금은 몽블랑 매장에서 살만한건 가죽제품 뿐이다. 아마도 지금같은 추세라면 스타워커도 단종 시키고 한정판만 출시하다가 10년 뒤엔 가죽제품만 판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몽블랑이 가죽제품 브랜드가 아닌 고급 필기구 브랜드로 다시금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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