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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필히 써봐야 할 빈티지 만년필 3선 <펠리칸편>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3. 1. 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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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의 만년필 역사는 만년필 전성기 시절 브랜드 입지에 비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산 넘고 물 건너 일본에서도 유럽 만년필이 들어와 파이롯트 등 만년필 브랜드들이 1910년대에 탄생했을 때도 펠리칸은 여전히 '준비중'이었다. 오늘날 만년필 제조강국을 떠올리면 몽블랑과 펠리칸을 보유한 독일을 떠올리지만 당시의 만년필 시장 규모는 미국이 가장 컸다. 인지도 높은 만년필 회사들의 설립일만 보더라도 유럽 브랜드들은 1900년대를 넘어가지만 미국 브랜드는 1800년대로 한발 앞서 나갔다. 즉 만년필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흘러가는 시장흐름을 보여준다. 펠리칸 100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잉크충전 방식 역사를 훑을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최초의 만년필은 스포이드를 이용하여 만년필 배럴에 직접 잉크를 충전하여 사용했고 이후 셀프필링(도구 없이 충전) 방법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이때 버튼필러 방식을 파카에서 선보이게 된다. 일단 스포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잉크를 충전할 수 있기에 편의성이 높아졌고 휴대가 가능해지면서 펜 시장은 딥펜에서 만년필로 트렌드가 바뀌어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물론 아직까진(2차 세계대전 이전)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가격이 비싸 딥펜 비중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1920년대 후반에 버튼필러가 도입되기 시작하는데 1930년대가 넘어서도 고가라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못하고 세이프티(스포이드 충전방식) 방식이 적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모든 만년필 회사들이 배럴 안에 고무색을 넣어 프레셔바(철판 스프링)로 눌러 스포이드 방식으로 잉크를 빨아들이는걸 어떻게 개선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펠리칸은 1920년대 말 시간을 수십년은 앞서간 잉크충전 방식을 선보이게 된다. 그게 바로 피스톤 필러라는 충전 방식인 것이다. 이 방식은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한 구조로 대부분의 고가라인 만년필에 적용된다. 피스톤 필러 방식은 잉크 충전이 간단하면서 주입량이 많아 오늘날 고시용 만년필의 필수요소로도 꼽히는데 1920년대 주를 이루었던 버튼 필러 방식은 잉크주입량이 적은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당시에도 학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개량된 100N은 아인슈타인이 즐겨 사용했던 만년필로도 유명해졌다. 만년필이 보급화되면서 사무직종에도 펠리칸 100 모델이 인기를 끌었는데 다양한 닙 사이즈, 먹지 사용을 위한 경성닙 모델을 따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등이 이를 반증해준다. 빈티지 만년필 중 역사적 가치와 실용성 등 여러가지 요소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는 만년필을 꼽으라면 단연 펠리칸 100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특장점은 분해결합이 쉽다는 것이다. 모든 공산품은 오래 쓰기 위해선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이를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는 분해결합이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무이하게 아무런 전용 툴 없이 맨손으로 모든 부품 분해가 가능하다. 물론 컨디션에 따라 잉크누수가 발생해 스레드에 고착화 되어 있다면 분해과정 중에 파손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맨손으로 수월하게 분해결합이 가능하다. 연식대비 가장 쾌적한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닙 파츠도 극초기형이 아닌 이상 나사산 타입으로 돌려 빼낼 수가 있으며 잉크주입이 없다면 닙 하우징에서도 손쉽게 빼낼 수 있다. 클립 또한 캡탑을 열어 분해가 가능해 클립이 늘어났을 경우 분해하여 맨손으로 조정해주면 된다. 간혹 분해결합 후에 필러쪽 스레드에서 누수가 발생한다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셸락 실링을 하지 않았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빈티지 만년필들은 결합시 스레드 부위에 셸락을 도포하여 실링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강하게 힘으로 밀착 시키려고 한다면 파손으로 직결되니 주의하자. 셸락 사용이 불편하다며 빈티지의 한계점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데 현행 몽블랑에서도 그립부 결합시 방수 실리콘이 도포되는 점을 확인하길 바란다. 빈티지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 위함인데 아날로그와 항상 함께 따라오는 것이 '과정'이다. 그 과정을 불편하게 여긴다면 디지털을 쓰면 될 것이다.

지금은 불과 100년 전 필기구 정도로 빈티지 만년필이 인식되고 있으나 빠르게 손글씨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추세를 본다면 고려청자처럼 역사적 가치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려청자도 단순히 사용처만 본다면 고려시대 차나 음료를 담았던 병에 불과하지만 당시의 문화를 글이나 말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써 보존되는 것 처럼 말이다. 독일에서는 이미 만년필 사설 박물관이 여럿 운영중이고 눈으로만 보는게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준비되어있다. 한국에도 이러한 만년필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 빈티지 만년필 카페 매니저로서 가져보는 소박한 꿈이자 프로젝트다. 이야기가 샜는데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우는 모델들은 보면 대부분 현행에서 복각된 경우가 빈번하다. 파카51, 듀오폴드, 펠리칸 100 등도 그러한데 그렇다고 현행 복각된걸 구매해서 써보라는 것은 아니다. 아예 다른 펜이기 때문이다. 그저 빈티지 선택시 참고할만한 척도 중 하나이다. 여기서 100과 100N 중 하나를 고르면 어떤 것을 추천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개인적으로는 100을 추천한다. 두 펜의 디자인은 한끗 차이지만 막상 실물을 놓고 보게 된다면 클래식함의 정도는 100쪽에 더 치우친 것 처럼 느껴진다. 보다 빈티지하고 내외부 재질도 한층 더 높은 올드함을 느낄 수 있다.

 

무조건 역사가 깊고 오래되었다고 최정상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자긍심과 자신감이 더해진 장인정신이 어떤 품목에서든 최고의 제조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독일을 제조업 최강국으로 이끌 수 있던 것이다. 앞서가는 기업은 출시를 안했을지언정 카피하지 않는데 몽블랑은 펠리칸에서 피스톤 필러 방식을 출시했을 때에 한술 더 뜬 텔레스코픽 필러를 출시해버렸을 정도이다. 텔레스코픽 필러는 2단 메커니즘으로 피스톤 필러 방식에 비해 잉크 주입량이 1.5배 정도 늘어난다. 무조건대고 독일 브랜드들이 좋은 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몽블랑 직원 중 일부는 당시 다른 회사를 차려 로고만 바꾼 몽블랑 카피제품을 내놓기도 하였다. 펠리칸은 심플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몽블랑은 개성있고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추었다. 서로다른 매력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었고 오늘날 3대 만년필 브랜드인 몽블랑, 펠리칸, 파카 중 2대나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펠리칸 100은 심플함으로 빈티지 만년필 중 우수한 접근성으로 pre war 연식임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에 써봐야 할 만년필로 선택하게 되었다. 본인의 성향이 펠리칸과 맞다고 생각한다면 앞에 m이 없는 모델인 100 시리즈를 필히 써보길 바란다. 빈티지 만년필을 왜 써야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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