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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0 블랙 1930년대 빈티지 만년필, 펠리칸 파우치 리뷰 + 관리 노하우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1. 6.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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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0. 100N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직접 쥐어보면 확연히 다른 펜임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물론 처음 경험치가 낮을 때는 100과 100N의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쓰면 쓸수록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하드러버 재질이 사용되던 시절의 100은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며 후기형 셀룰로이드 100은 어딘가 모르게 100N의 향기가 많이 나곤 한다. 위의 모델은 하드러버가 사용된 100으로 보다 빈티지함이 강하다.

우선 100 하드러버 버전은 대부분의 연식이 코르크 씰이 장착된다. 코르크 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가장 이상적인 lubricating 방법은 파라핀 코팅이다. 실리콘 그리스를 사용한 개체와 파라핀 코팅을 해준 개체 두가지를 꾸준히 써보고 테스트 중인데 실사용시엔 잉크가 코르크를 항시 적셔주어 유지력에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지만 장시간 방치시 파라핀 코팅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실리콘 그리스를 발라준 씰은 몇개월 정도면 수축하여 잉크 주입이 불가하지만 파라핀 코팅 개체는 1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예상컨데 최소 3년~5년간은 물을 주입해두지 않아도 바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하드러버 만년필들의 경우 코르크 씰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물을 주입해두고 장시간 방치하게 되면 변색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보관함에 실리카겔 등 제습제를 이용하여 습기를 잡아주면 되지만 그렇지 못하거나 상황에 따라 습기에 노출 될 수 있으므로 아예 미사용 보관시엔 씰 교체를 감수하는 것이 낫다.

100N과 뚜렷이 구분되는 차이점 두번째는 필감이다. 100 시리즈는 티핑의 최상단 부분이 뱃머리 형태를 그리는데 이게 연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날카로움 정도가 커진다. 물론 개체편차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수십자루, 수백자루의 100 시리즈를 써보면서 느낀 대체적인 견해이므로 참고용으로 보길 바란다. 이러한 티핑 형태는 보다 사각거림이 강조되는데 여기서 연성감이 100N 보다 더욱 가미되므로 색다른 필감을 선사해준다. 여기서 또 체크하고 넘어갈 부분은 벤딩가공이다. 100N은 대체적으로 벤딩가공으로 타인부분이 독수리 부리처럼 말리게 되는데 이는 연성감에 의해 슬릿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잡아주어 일반적인 필기시 획을 일정하게 잡아주게 된다. 반면 100은 펜촉이 스트레이트 형태라 필압에 따라 획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펠리칸 뿐만 아니라 몽블랑에서도 짚고 넘어간바 있다.

즉 정리하면 코르크 씰로 인해 잉크를 주입하는 시점부터 일반 피스톤 필러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크며 펜촉의 차이로 인해 더욱 러프한 필감을 느낄 수 있어 보다 하드한 빈티지 펜을 찾는다면 100N 보다는 100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펠리칸 뿐만 아니라 여타 브랜드들에서도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사항이다. 만년필 초보자라면 하드한 빈티지 펜들은 쓰기 어려운 펜일 수 있다. 비유를 한다면 일반 필드용 자전거와 MTB 자전거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되길 바란다.

관리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코르크 씰이 파라핀 코팅이 되어 있다면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사용하지 않고 방치시엔 물을 필히 주입해두면 된다. 외관의 변색을 막기 위해서는 제습제를 이용하면 되지만 100% 막아내긴 어렵다. 나 역시 평생 가져갈 소장용 희소 빈티지 모델들을 따로 관리중인데 장마기간에 제습기를 24시간 돌려도 어느정도의 녹과 산화는 피할 수 없다. 이런 유지관리 방법은 사실상 차선책이고 최선책은 매일매일 써주며 닦아주는 것이다. 매일 써주며 마른 헝겊 혹은 극세사 융으로 닦아주면 방치한 펜 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진다. 쓰지 않아도 한번씩 꺼내주고 물이라도 주입 배출을 해주도록 하자. 사용되도록 만들어진 제품은 사용을 해주는 것 자체가 관리다.

100과 100N은 명백히 다른 펜이다. 100이나 100N이 뭐가 다르냐, 139나 149가 뭐가 다르냐 이런 글들을 간혹 보곤 했는데 솔직히 그 분들이 써보기나 했는지 의문이 든다. 어딘가 펜쇼나 카페 정모에서 한두줄 써보곤 그걸 써봤다고 평가하고 결론 짓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년필 한자루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1개월 이상은 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기간은 최소 6개월, 길면 1년까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장중인 펜들 중 6개월, 1년 쓸수록 나날이 매력이 커지는 펜들이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기기들이야 속도, 기능 등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기에 1~2시간 써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 제품들은 길들이는 과정과 길들여졌을 때의 모습 두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죽제품과 마찬가지다. 가죽신발은 처음 신으면 정말 발가락 아프고 뒷꿈치 쓸리고 불편하지만 한달 두달 길들여졌을 때, 내 발에 맞게 변형되어 딱 맞게되는 그 순간이 오면 그 어떤 신발과도 비교 불가할 정도로 편안함을 선사해준다. 그 길들여짐을 이해하길 바란다.

만년필은 길들이는 도구다. 단순히 필기도구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다면 잘못 생각한거다. 볼펜이나 다른 필기구를 알아보는게 좋다. 어떤 만년필이든 첫 필감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첫 필감부터 만족스러운 펜들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대부분 부드러운 현행 필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동그랗게 가공된 티핑을 썼을 때의 순간들이었다. 빈티지 만년필의 첫 필감은 어색해야 정상이다. 조금 거친게 정상이다. 이제 그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필감을 내 손에 맞게 나만의 펜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그게 빈티지 만년필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자동차도 클래식카들을 타보면 알겠지만 잘 길들여진 엔진과 그렇지 못한, 엔진 예열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거칠게 다뤄진 엔진은 소리부터 다르다. 오히려 연식은 더 오래되었어도 잘 길들여진 엔진이라면 차가 나가는 것 부터 다르다.

우리 빈티지 만년필 슈퍼스토어 카페 회원이라면 만년필 한자루를 쓰더라도 제대로 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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