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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필히 써봐야 할 현행 만년필 3선 <펠리칸편>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2. 12. 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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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사용자에게 펠리칸이란 브랜드를 언급하면 대부분이 고시용 만년필 이미지를 떠올린다. 고시용은 말 그대로 학습용으로 적합하다는 뜻인데 이는 1929년 펠리칸 100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어지는데 학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모델이기도 하다. 잉크 주입량이 타 브랜드의 모델들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을 주입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현행 모델 역시 피스톤 필러 메커니즘이 그대로 이어져와 잉크 주입량이 많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잉크 주입량은 연식이 최근일수록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1930년대 등장한 100N 모델이 현행 M800 보다도 주입량이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필기량이 많은 경우엔 항상 꺼내드는 만년필은 펠리칸 모델들이다. 그 중에서도 현행은 M800을 즐겨 쓰는데 흔히 말하는 단단하면서 적절한 잉크흐름의 정직한 필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필기시 연성감은 오히려 피로도를 유발하며 잉크 주입량이 적으면 자주 충전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독일제 브랜드 중에서도 펠리칸의 세필이 더욱 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2020년대 기준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2010년대 이전의 ef는 일제 모델들에 버금갈 정도로 얇게 그어졌으나 이후로는 펠리칸의 극세필을 경험하긴 어렵게 되었다.

고시용 만년필의 3요소인 경성닙, 방대한 잉크 주입량, 세필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이다. 이 중 한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결국 만년필을 바꿔쥐게 된다. 펠리칸 m800은 만년필 치고는 재미없는 필감을 선사하지만 잉크 한병만 구매한다면 계속해서 충전하여 쓸 수 있고 볼펜처럼 힘을 주어 쓰지 않고도 피로감 적게 장기간 글을 쓸 수가 있다. 특히나 배럴의 두께감이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아서 149와 비교되어 실사용기로 적극추천되기도 한다. 소버렌 M 모델이 150, 200, 300, 400, 600, 800, 1000으로 다양하지만 이 중에서 콕 집어 800을 추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손의 크기에 따라 펜의 크기를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모든 모델을 수년간 써보면서 느낀점은 필감을 극대화 시키고 싶은게 아닌, 손의 피로도를 줄이고 싶다면 펜의 무게를 어느정도 높이는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200과 400은 사이즈가 동일하다. 손이 아주 작은편이라면 600도 좋을 수 있다. 나는 손이 남자치고 작은편인데도 800이 600 보다도 안정적으로 쥐어진다. 1000은 크기를 떠나서 펜촉이 연성이라 제외한다. 또한 캡을 뒤쪽에 끼우지 않고 무게감 있고 어느정도 두께감이 있는 디자인이 지금까지 써온 만년필들 중 가장 손의 피로도를 덜 수 있는 선택지였다. 이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 바로 m800이다.

만년필의 필감도 음식처럼 맵고 짜고 달달한 자극적인 음식이 끌릴 때도 있지만 오랫동안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도 필요하다. M800의 필감은 약간은 싱거울 수 있지만 그만큼 담백한 손맛을 준다. 다만 요즘 나오는 EF닙은 예전처럼 아주 얇지가 않고 필감도 달라 2000년대 써보고 다시 쓰고 싶은 마음에 덜컥 구입했다가는 재방출하는데 일주일이 안걸릴 것이다. 한정판이라고 처음 구입했던 현행 만년필이 m800 브라운 토토이즈 쉘 모델이었는데 바로 지인에게 넘겨버린 기억이 있다. 아무리 외관이 이뻐도 필감이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면 자주 써주지도 못하고 먼지만 쌓이게 된다. m800의 또다른 특징은 닙파츠를 도구 없이 쉽게 돌려서 빼낼 수 있는데 이는 다양한 잉크를 쓰는 이들에겐 매우 좋은 옵션이다. 피스톤 필러 방식은 되도록 바디를 물에 빠트려 놓지 않는 것이 좋은데 닙파츠 분해가 간단하면 닙파츠만 빼내어 손쉽게 세척이 가능하다. 문서작업시 영구적 보존을 위해 내수성 잉크를 쓰게되는 경우가 있기에 m800의 이러한 특징은 실용성을 극대화한다. 때에 따라 두꺼운 필체가 필요한 경우엔 두꺼운 닙을 교체하여 사용하는 것도 용이하다. 해당 특징은 1930년대 펠리칸 100n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실용기로써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왔기에 입문용, 고시용으로 꾸준히 추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클립도 캡탑을 돌려 열어 클립을 간단하게 탈착이 가능하다. 유일하게 빈티지에서 변경된 부분은 필러 파츠인데 빈티지 모델들은 필러 스레드 부분을 손으로 잡아 돌리면 열리지만 현행은 전용툴을 이용하여 열어줘야 한다. 일부 수집가들은 필러 작동시 스레드까지 돌아가버리는 현상으로 인해 툴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단지 씰링이 잘 작업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년필의 모든 스레드 파츠 결합시엔 셸락 사용이 필수적이다. 셸락은 단순히 방수역할 뿐만 아니라 고정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물건이든지 분해결합이 용이한 것이 유리하다. 분해결합이 어려운 대표적인 모델이 60년대 초반의 몽블랑 149 모델인데 피스톤이 뻑뻑하다고 섣불리 필러 분해해서 오일링하기엔 파손 위험이 크다. 구조상, 연식에 따른 내구도 문제인데 이럴 때는 최대한 분해시점을 늦추는게 수명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피스톤 씰에 누수가 발생해서 잉크가 넘어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분해를 해주는걸 추천할 정도. 펠리칸은 이런 걱정 하나 없이 누구나 손쉽게 분해결합을 할 수 있으니 초보자들에게도 추천해주는 상급 모델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위의 사진처럼 닙과 피드, 하우징 파츠를 분해하는건 지양하는게 좋다. 기껏 내 필각에 맞게 슬릿이 열린 것이 틀어지기 때문. 다시 결합하여 쓴다면 헛발질이 발생할 수 있다.

 

만년필 추천을 할때면 항상 리스트에 올라가는 모델이고 몇 안되는 2000년대 이후 모델 중 여러자루 소장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m800의 단단한 필감에 질렸다면 80년대 빈티지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149 빈티지처럼 약연성의 필감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만년필 시대가 저물던 시기에 80년대 m800이 등장하며 다시 한번 만년필 유행을 선도했고 몽블랑의 판매량 마저 압도했던 모델이니 만년필 애호가라면 죽기 전에 꼭 한번 써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학창시절 강남 영풍문고에서 처음 시필해봤던 그 손끝의 감각을 지금도 잊기 어렵다. 독일제에서 경험하기 힘든 묵직하고 날카로웠던 필감. 지금은 만년필 매장이 사라진거 같은데 당시엔 m150부터 m800까지 편안하게 시필해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년필 브랜드들도 사라지고 수집가들도 사라져가지만 아날로그 향수는 다시금 스물스물 피어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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