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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L139 실사용 간접체험 리뷰 (feat.텔레스코픽 필러)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1. 6. 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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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39를 수집하는 것은 마치 인상파 작품들을 수집하는 느낌이 든달까. 코로나 이전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느꼈는데 그들은 과거에 착취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적 유물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해둔 모습이 강렬하게 머리속에 남아있다. 특히나 대영박물관엔 아예 한국전시관 코너가 있었는데 한국의 유물들을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보니 느낌이 묘했다.

몽블랑 139를 수집하는 것은 단순히 만년필이라는 필기구 수집이 아닌 만년필의 역사를 수집하는 것과 같다. 몽블랑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수집하기 어려우며 그들도 웬만해선 해외로 보내주질 않는다. 필기구의 역사가 끝나고 거의 모든 필기행위가 스마트기기의 타이핑으로 변경되는 시점, 만년필이라는 물건도 오늘날 고려청자와 같은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뒤, 몇십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년필 박물관이 세워진다면 한국의 만년필박물관이 오늘날 대영박물관의 포지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방향성에 있어서 몽블랑 139의 포지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정도가 아닐까. 모나리자를 직접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서 보려면 1~2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 아니 애초에 제일 앞줄에서 본다는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림이 작아서 사진으로 보는게 오히려 나을 정도.

이번 글은 몽블랑 139의 잉크 주입 과정과 관리방법 등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해당 모델의 연식은 1940년대 중반 모델로 하드러버 재질과 셀룰로이드가 혼용된 개체이다. 이전 펠리칸 100에서 언급했던 습도 관련된 사항만 주의해주면 된다. 금 함량 관련해서 이슈가 많은데 요즘 금은방에 가면 옛날 금반지를 들고갈 경우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옛날 금은 금 함량이 좀 적어서 시세만큼 못쳐드려요". 물론 100% 맞는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니다. 금 함량에 대한 기준이 보다 타이트해지기 시작한건 2000년대 들어서부터이기 때문인데 실질적으로는 1% 미만의 오차율이라 골드바 기준이 아닌 일반 반지 수준이면 시세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일단 금 매입하는 곳에 갔는데 저런 말을 한다면 바로 나오면 된다.

몽블랑 139는 14k 함량의 금 펜촉이 장착되며 쓰리톤닙으로 디자인되어있다. 팔라듐 닙도 쓰리톤 컬러이며 원톤은 스틸닙만 해당된다. 팔라듐도 백금족으로 금촉 카테고리에 해당되며 필감도 스틸촉보다는 금촉에 가깝다. 옐로우 골드에 실버 부분은 로듐 도금이 들어간 것이므로 펜촉을 닦아낼 때 너무 강하게 닦거나 폴리싱해버리면 도금이 날라가버리니 주의가 필요하다. 개체편차에 따라 도금이 약하게 된 개체들도 있어 관리를 해주어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필감에는 전혀 지장없으니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 전쟁 이전 연식의 139에는 외장의 금들도 14k 금이 사용되었기에 일반 금과 같이 관리해주면 되지만 이후 연식들은 금 함량이 낮아지거나 도금 파츠들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실버링 2개는 스털링 실버로 순은이다. 뭐가 됐든간에 최대한 폴리싱은 늦추는게 좋다. 예를들어 자동차 범퍼는 말 그대로 bumping을 위한 부품이며 살짝 스크래치가 났다고 바로 교체하고 도색해봤자 금방 다른 스크래치가 생기게 된다. 매번 신경쓰며 가슴 아파하지 말고 어느정도 스크래치나 도색까짐 등이 누적되었을 때 주기적으로 교체해주거나 새롭게 도색해주면 될 일이다. 빈티지 만년필은 오히려 좋다. 애초에 100년 가까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기에 어느정도 사용하다가 사용감, 생활기스 등이 누적되면 그 나름대로 빈티지한 맛이 더 살아난다.

텔레스코픽 필러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정리를 하자면 우선 0단, 1단, 2단 세가지로 확립한다. 0단은 노브가 잠긴 상태에서 노브를 풀어주는 과정으로 필러 작동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단계이다. 0단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2차 밀폐를 해주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르크 씰 특성상 밀폐력이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뒤쪽의 노브가 열려있으면 잉크 흐름에 미세하게 영향을 줄 때가 존재한다. 따라서 뒤쪽 노브를 완벽하게 잠궈줌으로써 2차 밀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코르크 씰을 새걸로 교체해주고 코팅도 완벽하게 해주면 큰 지장은 없는 부분이다.

1단은 텔레스코픽 필러의 아웃 로드가 작동하는 단계다. 아웃로드가 작동하는 시점은 노브와의 연결 스레드가 헛도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텔레스코픽 필러 세척시에 1단으로만 하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잉크를 1단만 가지고 충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대한 2단까지 활용하여 필러를 작동시켜주는게 좋다. 2단을 작동하지 않고 방치하면 내부에 오일이 굳어버려 추후 작동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1단의 작동은 2단 로드가 걸리기 전 시점으로 육안으로는 롱 윈도우 모델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2단은 필러의 이너 로드가 작동하는 단계로 펜의 그립부 끝까지 코르크 씰을 밀어주게 된다. 2단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2단을 끝까지 밀어주지 않으면 1단과 2단 로드 사이에서 유격이 발생하여 2단이 헛도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당황해서 분해하지 말고 그냥 2단을 끝까지 밀어주고 다시 잠궈주면 된다. 일반적으로 2단이 끝까지 밀리지 않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몽블랑 149 50년대 모델이나 139 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2단 로드의 작동 여부다. 물론 수리는 가능하지만 고장 상황에 따라 내부 스토퍼 등이 아예 파손된 개체라면 수리가 불가능하다. 내부 필러의 주기적인 오일링이 중요하다.

잉크 주입 후엔 피드를 닦아낼 필요 없이 두면 된다. 몽블랑 139는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다. 상당히 복잡하며 오버스펙으로 봐도 된다. 이런 오버스펙 모델은 현행 악기 브랜드에서도 볼 수 있는데 깁슨의 트루 히스토릭 라인이다. 현재는 단종된 라인업인데 빈티지 모델을 보다 완벽하게 복각해내기 위해 선보인 모델이다. 최상급중에서도 선별한 목재와 1950년대 완벽한 고증, 그리고 불필요하게 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걸 일부러 에이징 처리를 가미한다. 피스톤 필러로도 충분했지만 굳이 텔레스코픽 필러를 특허내어 장착했고 금과 은 두가지 모두를 사용했다. 심플하지만 화려한 디자인으로 그 어떤 만년필도 139를 넘어서지 못하게 만들어낸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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