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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L139G. 몽블랑 역사상 가장 큰 대형기는 아니다. 심플로 시절 No.12 처럼 초대형기 모델들이 존재했는데 어릴적 선물로 받았던 대왕연필과도 같은 크기라서 실사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초대형기를 제외하곤 일반 라인업 중에선 가장 대형기인 9호닙 139는 확실히 중형기, 소형기 등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함과 두터운 닙이 종이에 쩍 하니 달라 붙어 써지는 필감은 독보적이다. 그런 대형기이면서도 태필인 B닙 이상의 펜촉 조합은 필감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가장 태필인 OBB닙을 리뷰해본다.
스텁닙 계열에서도 일반 B닙 보다 Oblique(오블리크)계열의 닙이 획의 변화가 더욱 다이내믹 해지는데 이는 커팅 단면이 사선이라 종이와의 닿는 면적 자체가 오블리크가 더 넓다. 따라서 현존하는 빈티지 닙들 중 가장 태필은 OBB닙이다. 지나치게 두껍지 않을까 고민스러웠으나 막상 써보니 가장 얇은 획은 현행 EF보다도 얇으며 태필일 때는 필압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세필일 때에 비해 10배 가까이도 두꺼워진다. 이러한 획의 변화는 현행에선 절대 내줄 수 없는데 티핑 자체가 과거엔 납작하게 가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는 라운드닙에서 묘한 필감으로 나타나는데 라운드 닙임에도 은근하게 스텁함이 느껴지게 된다.
몽블랑 149 빈티지 수집가들 사이에서 연성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와이드 숄더와 내로우 숄더. 몽블랑 139에선 전혀 해당사항 없다. 139닙은 내로우 숄더 형태지만 연성감은 와이드 숄더 149의 몇배 이상이다. 50년대 149 역시 초기형의 경우 오히려 내로우 숄더 타입이 더욱 연성이다. 숄더의 형태 구분은 60년대 이후 연식에서만 확인하면 된다. 139는 모조리 쓰리톤 닙으로만 생산되었고 14c 250 극초기형 129에 장착되던 닙 역시 쓰리톤 디자인이다. 투톤이라면 필히 도금이 벗겨진 것이다. 심지어 팔라듐닙도 쓰리톤으로 도금되는 점 유념하기 바란다.
연성감은 first year 14c 250닙과 후기형 L139닙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연성감 자체는 비슷하지만 티핑의 가공 형태가 달라짐에 따라 종이에 닿는 접촉성 필감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물론 닙 사이즈에 따라서도 필감 차이는 굉장히 크므로 비교를 한다면 동일한 닙 사이즈 기준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OBB닙은 139, 149 통틀어서 처음이라 비교군이 없어 단독으로 리뷰하는 점 참고 바란다. OBB는 OB와는 사용 필각이 동일하지 않다. 필각이 높은 한글에서는 펜촉을 거의 9시방향에 놓는다는 생각으로 써줘야 한다. OB는 10시 정도가 적당했던 것을 이전 139 리뷰에서 볼 수 있었다. 영문을 쓰기 위해 필각을 낮추게 되면 10시 정도의 필각이 좋으며 연성감으로 인해 슬릿이 부드럽게 열리기 때문에 100% 스위트 스폿을 노리지 않는다면 필각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만약 OBB닙이 연성닙이 아니었다면 종이를 긁거나 걸리는 등 자연스럽게 획을 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쫀득하다는 필감을 넘어선 느낌인데 쩍 하니 달라붙어 그어진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싶다. 물론 이러한 이상적인 필감은 스위트 스폿에 적중하였을 경우이며 이외 벗어나는 지점에서는 사각임이 느껴지게 된다. 일단 제목의 만년필스럽다는 필감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악기로 예를 들자. 같은 다섯줄의 현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바이올린과 첼로다. 기본적인 구조는 넥과 바우트(몸통), 여기서 바우트가 상하부로 구성되는 것도 동일하다. 여기서 바우트의 크기 차이에서 울림에 차이가 나고 차지하는 음역대 차이가 발생하여 용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취향은 기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크게 기타는 펜더와 깁슨 두개의 양대 산맥으로 이루어져있다. 펜더의 경우 고음역대가 특징이며 깁슨은 중저음역대가 매력적인 모델이다. 소장중인 기타 역시 만년필과 비슷하게 깁슨이다. 묵직함과 단단한 사운드가 기타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들 크기와 재질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은 만년필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만년필의 독일 양대 산맥이 펠리칸과 몽블랑 두가지로 양분되는 것도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양대산맥이라 한들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데 만년필에서는 몽블랑이 압도적이며 기타 역시 깁슨의 판매량이 펜더를 웃돈다. 무조건대고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큰 사이즈는 오히려 화가 된다는걸 1920년대~30년대 심플로 시절에서 느끼고 빠르게 단종된 No.12 모델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만년필에선 그 크기가 커질수록 닙도 커지고 피드도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잉크의 흐름도 보다 풍부해지고 필감 역시 작은 닙들에 비해 더욱 크게 손끝에 전해진다. 단순히 만년필에 있어서 사용성만 따진다면 굳이 9호닙 사이즈의 대형기를 쓸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9호닙이 몽블랑의 플래그쉽을 담당하고 있고 1930년대로부터 90년이 지난 지금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만년필이 139인 것에도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다시금 언급하지만 중형기 이하급과 대형기 둘 중에 무조건적으로 대형기가 낫다는 것이 아니다. 닙 사이즈도 무조건 태필이라고 좋다는 것도 아니다. 만년필 크기가 커지면 휴대성이 떨어지므로 당연히 실용성이 떨어지며 닙 사이즈가 두꺼워질수록 작은 노트나 메모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단점도 동반된다. 그치만 이런 단점들을 감안할 정도의 장점을 가져다주는게 굉장히 피곤한 점이기도 하다. OBB닙으로 아시아 문자를 적기엔 정말 힘들다. 서예 수준으로 큼지막하게 캘리그래피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줄노트에 일기를 쓴다는건 불가능이다. 주로 사용하는 노트는 무지노트에 영어 혹은 독일어 필기체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1년 365일 사용하는 다이어리에는 펠리칸을 사용한다. 139로는 다이어리를 쓰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러한 점 때문에라도 어느 하나만을 고르기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연식별 특징을 보았을 때 139 스타일의 티핑 가공 방식은 1940년대까지만 유지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50년대 넘어가면서, 149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티핑은 두꺼워지고 스텁함 보다는 부드러움이 강조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50년대의 주된 필기도구가 만년필에서 볼펜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모습이다. 즉 만년필의 용도가 서명용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가 1950년대로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긴 것. 1950년대 60년대를 그린 영화나 책을 보더라도 만년필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고 자주 등장하는 필기구가 stylograph다. 철필형 만년필로 오늘날 수성펜과 흡사하다. 또한 1960년대 들어서면서 카트리지 타입의 만년필이 만연하게 되는데 정확한 카트리지 만년필의 역사는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워터맨사에서도 보급형 카트리지 모델을 60년대 보다도 한참 전에 출시를 했었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60년대 파카51에 장착 되었을 때도 1회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금방 단종된 후 파카45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을 정도다.
내가 말하는 만년필스러운 필감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만년필은 서명용이나 편지를 쓸 때 꺼내어 조심스럽게 쓰는 필기구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 찰나의 필기 순간에서라도 다른 필기구에서는 절대 상상도 못할 필감이 느껴졌을 때 비로소 만년필의 존재감이 극대화 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블리크닙 계열, 그 중에서 가장 태필인 OBB가 가장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그치만 추천하지는 않는 닙 사이즈다. 사용범위가 굉장히 제한적이기에 만년필을 여러자루 쓰는게 아닌 이상 방치되기 쉽상이다.
몽블랑 139 위에서의 OBB닙은 제 성능 100%를 발휘해낸다. 스키 슬로프 에보나이트 플랫 피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잉크는 슬릿을 최대치로 벌려도 잉크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OBB닙의 잉크 소모량은 일반 만년필에 비해 수십배 이상인데 이러한 잉크소모량을 텔레스코픽 필러가 충당해준다. 아마 동일한 닙 사이즈에 흐름으로 파카 듀오폴드 빅레드에 올라갔더라면 2줄 정도 필기하고 끝날 것으로 보여진다. 몽블랑 139이기 때문에 가능한 스펙이다. 닙 선택에 있어서 잉크 충전 방식도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 성향이 태필이라면 버튼 필러, 레버 필러 등의 잉크 주입량이 적은 모델들은 피하는게 좋다. 잉크 주입량이 많은 필러로는 피스톤 필러, 버큐매틱 필러, 텔레스코픽 필러 등이 있으며 주입량이 적은 필러로는 레버 필러, 아코디언 필러, 스퀴즈 컨버터 등이 있다.
올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몽블랑 139 OBB닙을 아껴두지 않고 벌써 써버렸다는 것이다. 이 펜 이상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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