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시기를 제외한 금촉 버전의 몽블랑 139들은 이제 거의 다 써보고 있는 듯 보여진다. 이번 모델의 스펙을 간략히 정리하면 1940년대 후반 모델로 스키 슬로프 플랫 에보나이트 피드가 특징적이며 텔레스코픽 필러의 내부 배럴이 금속재질로 바뀌었다. 후기 모델의 특징답게 L139G 풀네임이 인그레이빙 되었으며 각 알파벳의 의미는 Luxus(Luxury), 1(마이스터스튁 플래그쉽 라인업), 3(텔레스코픽 필러), 9(9호닙 사이즈), G(Gloss, 광택 처리 혹은 금촉 마킹)이다. 현재도 G 마킹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하드러버 시절의 12x 시리즈 생산품에도 G 각인이 새겨지는 것을 보면 다른 뜻이 함축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2차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엔 몽블랑 공장이 100% 가동하지 못하였고 부품수급의 어려움으로 하드러버, 셀룰로이드 등 재질이 다른 파츠들이 혼재된 케이스들이 존재하지만 어느정도 안정세에 들고 난 뒤 제작된 연식이라 미디움 잉크창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풀 셀룰로이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러버 재질이 사라짐에 따라 몽블랑 149 50년대 모델과 굉장히 흡사하여 일부 수집가들은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직접 써보면 그립 형태의 차이, 더 짧고 두께감이 미세하게 얇은 등 작은데서 오는 차이점들이 점차 크게 느껴진다. 나 역시 마지막 연식의 139 모델과 first year 연식의 149 모델을 소장하고 있지만 더 애착이 가고 자주쓰게 되는 모델은 139다. 139의 잘록한 그립감은 149 보다도 편안하고 계속 쓰다가 149를 쥐어보면 왠지 모를 뻣뻣함이 느껴진다. 물론 149도 좋은 펜이지만 상대적인 차이는 불가피하다.
이번에 포커스를 맞출 부분은 후기형 풀 셀룰로이드의 139가 이전 연식들과 어떤 차이점들을 갖고 있는지와 OBB닙에 대한 리뷰를 써보고자 한다. 우선 셀룰로이드 재질이 몽블랑 만년필의 캡에 사용되면 굉장한 매력 포인트가 한가지 생기게 된다. 바로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스타로고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드러버 재질의 캡탑은 하얀색 도료가 도포되는 방식이라 오래된 연식들은 도료가 깨져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셀룰로이드 변색이 발생하지 않아 깨끗한 화이트 컬러다. 반면 셀룰로이드 재질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 재질 자체에 염료를 넣고 염색하는 방식인데 색빠짐이 발생하는 재질 특성상 오래되면 점차 변색이 발생한다. 이로인해 하얀 스타로고가 노르스름해지게 되는데 이게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빈티지 몽블랑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Oblique닙 중에서 가장 두꺼운 닙 사이즈인 OBB닙은 굉장히 사용하기 까다롭다. OB닙을 어느정도 쓸 수 있다고 해서 OBB를 바로 쓰지 못하는 정도인데 워낙 티핑이 얇고 넓게 펼쳐져 있어 조금만 필각이 틀어진다면 슬릿이 어긋나게 된다. 물론 라운드닙의 경우 미세하게 어긋나는 티핑은 전혀 상관없으나 OBB닙처럼 접촉 면적이 굉장히 넓은 경우에는 종이에 맞닿는 지점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럴수록 쫀득한 필감은 더욱 극대화 되기 때문이다. 필각이 60도 이하로 낮은 경우애는 펜촉의 방향을 10시정도로 두고 쓴다는 생각으로 필기하면 되고 60도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는 거의 9시 방향까지 꺾어주고 쓰면 된다. 다만 플렉시블하게 슬릿을 벌려가며 필기하는 경우에는 필각이 낮은 것이 유리하므로 낮은 필각을 연습하는게 좋다.
최초 닙 세팅의 경우엔 잉크 흐름이 지나치게 풍부한데 거기에 OBB의 극 태필이라 현대 종이들과 마주하면 대부분 뒷면까지 번져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물론 당시의 종이 질들은 오늘날처럼 얇게 가공되지 못했고 두꺼운 종이에 주로 사용했기에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사항이다. 현대 종이에 맞게 불가피하게 닙 조정을 해주었는데 잉크 흐름을 어느정도 절제해주는 방식으로 세팅한 뒤 사용하니 무리 없이 사용 가능했다. 잉크 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인데 먼저 슬릿과 피드가 마주하는 지점을 최대한 뒤쪽으로 옮겨주면 된다. 다만 해당 방식은 닙 세팅이 미관상 이상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다음 설명할 방식을 추천한다. 과거 빈티지 에보나이트 피드들의 경우 굉장히 메인 스트림라인이 두터운데 얇은 플라스틱 판을 가공하여 잉크 흐름을 막아줄 수 있게 포지셔닝 해주면 된다. 이때 접착제를 발라 고정시키면 펜을 망가트리니 그냥 라인에 얹어놓는다는 생각으로 살짝 끼워주면 된다. 최대한 정밀하게 피드에 영향을 주지 않게 작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풀 셀룰로이드 연식은 50년대 149와 하드웨어적 요소들의 공통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분해 툴 공유도 많이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부품 공유들도 굉장히 많이 이루어져 조합품들이 많은데 명확한 연식 구분을 해서 수집하는게 중요하다. 우선 초기형 모델에선 닙파츠 결합시 하우징이 없이 마찰식으로 그립부에 결합되지만 후기형에선 전용툴을 이용하여 하우징 결합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내부의 텔레스코픽 필러 메커니즘도 스레드 부근을 제외한 로드쪽의 배럴들은 거의 유사하다. 다만 피스톤 헤드를 잡아주는 너트 구조는 139의 것이 더욱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이제 139라는 펜을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항상 지금 쓰고 있는 139가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몽블랑 139 애호가로서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의 만년필 수집 역사는 139를 만나기 전과 이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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