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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글, 펠리칸 컬렉션 중 단 한자루를 고르라면? 100N 하드러버 극초기형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1. 4.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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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도 공식적으로 100N이 출시된 연도인데 그때의 극초기형 모델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지금의 취향이 펠리칸 100 first year를 써본 뒤 달라질 수 있다. 몽블랑 139를 써보기 전엔 149가 최애였던 것처럼 말이다. 100N의 첫 등장은 1935년도이지만 당시에도 박람회같은 것들이 진행됐었다. 매그넘 시리즈는 프로토타입으로 등장하지 않았었고 37년도에 최초로 100N을 선보인 펠리칸인데 기존의 100을 확립시킨 시점으로 볼 수 있다. 100 보다 두꺼워진 배럴, 미세하게 커진 전반적인 사이즈, 잉크 주입량의 증가, 더 커진 펜촉 등등. 점차 크기가 커져가는 트렌드를 반영한 모습이지만 펠리칸스럽게 오버사이즈는 출시하지 않는 우직함을 보여준다.

펜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우선 좌측의 모델은 극초기형의 하드러버 버전이며 우측의 모델은 초기형 셀룰로이드 버전이다. 둘다 초기에 제작된 버전이라 잉크창은 짙은 호박색을 띠는 모습이다. 그립부의 접합부 가공 역시 동일하나 그립부 파츠, 노브 파츠와 캡 등이 셀룰로이드로 이루어진게 차이점이다. 또한 가장 큰 차이점은 피스톤 씰의 변경 포인트다. 극초기 모델에선 100N에서도 100의 감성인 코르크 씰을 느낄 수 있다. 이점이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피스톤 씰 하나의 차이가 빈티지한 감성의 3할 이상은 차지한다고 본다. 초기형 오링 형태의 피스톤 씰은 오히려 내구성이 약해 후기형 두꺼운 레진 씰 보다 단점이 많다. 물론 오링 타입의 씰도 열가공하여 마모가 이루어져도 충분히 복원은 가능하다.

이번 리뷰에서 확인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피드다. 펠리칸 100 시리즈의 피드는 1세대 3 라멜라, 2세대 3 라멜라 컷어웨이, 3세대 3 라멜라, 4세대 4 라멜라로 흘러가는데 여기서 컷어웨이 피드에 대한 논란이 정말 많다. 이 글로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컷어웨이 피드는 100에서만 장착되는 것이 아니며 초기형 타입이 아닌 30년대 중반~후반 타입으로 볼 수 있다. 100과 100N은 닙 섹션 호환 자체가 안되므로 100N의 컷어웨이 피드가 장착되는 개체로써 이와같이 정리된다. 오히려 100 30년대 초반 모델에선 컷어웨이 피드가 장착되지 않은 개체들도 확인된다. 다만 100과 100N의 컷어웨이 피드는 크기 외에도 차이점을 보이는데 각 라멜라의 두께가 100N의 것이 더 두껍다. 또한 이전에 언급했던 라멜라의 내구성 이슈는 크랙이 가있지 않은 개체라면 힘을 꽤나 주어도 파손되지 않는다. 직접 실험으로 얻은 결과이다.

100N 초기형의 펜촉은 100 닙에 비해 크기는 커졌으나 티핑의 가공, 닙 형태의 마감 등은 100의 것과 상당히 유사하여 필감 자체는 100 필감에 가까운 특징을 갖는다. 100은 조금 덜 다듬어진 듯한 필감이 100N과 다르다. 한가지 놓쳤는데 셀룰로이드 버전은 그립부 접합 가공이 초기형과 같지만 극초기형은 그립부는 하드러버, 배럴은 셀룰로이드로 두 파츠가 결합 분해가 가능하지만 셀룰로이드 버전은 일체형이라 분해가 불가능하다. 극초기형의 경우 결합시 셸락 등 방수처리가 필요하다. 100N 극초기형은 소개된지 얼마되지 않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팔라듐 닙으로 교체되고 이후 금촉 버전은 바로 셀룰로이드 버전으로 넘어가게 되므로 사료가 많지 않다. 이번 중요한 사료를 통하여 극초기형 100N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소장중인 펠리칸 컬렉션 중에서 한자루를 꼽아보긴 했으나 아직 써보지 못한 100 개체들이 많다. 이렇게 많이 써보고 있는데도 남아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단일 라인업으로 이렇게나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 모델은 펠리칸 100 시리즈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나 이외에도 전세계적으로 100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만큼 1920년대에 완벽한 펜을 선보인 것이다. 거진 100년이 지난 지금 실사용으로 써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얼마나 설계적으로 완벽한지 매번 감탄하게 된다. 2021년 오늘날은 그 어떤 물건을 만들더라도 100년 뒤에 실사용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없다고 확신한다. 아니, 100년 뒤에도 고장이 나지 않는 물건 자체가 없을 것이다. whloe life, life time warranty의 개념은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disposable, planned obsolescence이 만연한 지금. 수백만원대 명품을 구매하더라도 보증기간은 길어야 2년. 장인정신은 사라진지 오래고 조금 더 값싼 인건비를 위해 유럽제 명품 공장에서 중국인들이 일을 하는 모습. 1년마다 디자인을 빠르게 바꾸어가며 오래된 물건을 빈티지가 아닌 구닥다리로 바라보게 만드는 상황. 자동차만 보더라도 독일제 차량들과 국산 차량을 비교해보면 마케팅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포르쉐, bmw, 아우디 등 꽤 오래된 연식의 차를 보더라도 신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국산 현대차는 1년 마다 디자인이 완전 다른 브랜드 마냥 바꾸어버린다. 디자인만 바꾸면 혁신적인 브랜드겠거니 싶겠지만 올드카를 보더라도 독일제 차량들은 하부 부식, 프레임 자체가 썩는 경우는 제로다. 반면 현대차량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구형 모델들 보면 하부가 전부 썩어있다. 연식이 10년정도만 넘어가더라도 오리지날 부품은 구하기 불가능해서 다른 업체에서 같은 규격으로 제작한 대체품으로 써야하는 실정이다.

이와는 반대로 니콘이라는 회사는 40년 전 아날로그 필름카메라까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오늘날 필름카메라는 모조리 단종되었고 DSLR도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본인들이 제작한 상품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제품들 중에서 40년 전의 모델까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회사는 찾아볼 수 없다 불가능하다.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단 아날로그 제품들도 보증기간이 2년 정도인데 니콘의 디지털 기기들은 동일하게 2년이라는 보증기간을 갖는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보증기간들은 본래 1년이었으나 최근 2년으로 바뀐 것이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의 보증기간은 그 제품의 신뢰성, 내구성의 가장 정확한 척도로 볼 수 있다. 롤렉스 시계가 그 윗급들의 하이엔드 브랜드들보다 저렴하지만 네임드, 인기도가 더 높은 이유는 그들의 프라이드, 신뢰도가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독보적인 보증기간 5년. 명품 브랜드 중에서 5년이라는 기간동안 보증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물건을 구입할 때 단순히 인지도,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제대로 쓰고 싶다면 보증기간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1920년대~1930년대 만년필들의 보증기간은 life time 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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