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ix는 1950년대 펠리칸과 협력하여 펠리칸이 아닌 Taylorix 명칭이 새겨진 만년필 제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주로 만년필군에선 당시 인기모델이었던 펠리칸의 100N과 저가형 140을 주축이었는데 펠리칸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이너 브랜드 제품의 모델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Taylorix라는 새로운 만년필 브랜드가 만년필 기술력을 갖춘 회사에 제작의뢰를 하여 유통을 맡은 듯한 형태로 보여지나 Taylorix는 사무업무를 보는 회사였다. 당시엔 컴퓨터라는게 존재하지 않던, 디지털화 되지 않은 시절이라 대부분의 사무업무를 수기로 작성하였는데 그때의 ctrl+c,v 기능은 카본지가 대신하였다. 국내에선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택배송장 등 실제로 쓰이는 곳이 많았는데 먹지라는 것이다.
카본지, 먹지란 크게 종이가 두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면에 카본으로 코팅되어 연필과 같은 필기구로 강한 압력을 주면서 쓰게되면 뒷면에 배길때 카본이 묻어나게 되어 아랫면에도 똑같이 써지게 되는 원리이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사용되는 필기구가 볼펜이 아닌 만년필이었기에 강한 필압에도 견뎌내는 펜촉이 필요했다. 물론 펠리칸에서도 자체적으로 하드닙을 생산 판매하였었기에 Taylorix 모델이 아니더라도 먹지용 모델이 존재한다. 초기엔 하트홀이 2개인 형태가 아니라 기본 닙과 동일한데 닙의 성분만을 조절하여 경성닙으로 제작했다. 금촉인 이상 하드닙이라도 기본닙과 형태가 동일하면 슬릿이 미세하게 벌어지는데 이를 개선한 닙이 위 사진과 같은 하트홀이 2개로 구성된 펜촉이다.
빈티지 모델들을 보면 닙에 대해서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주로 오늘날 만년필 연성도에 대해서 설명을 보다보면 펜촉의 연성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3가지 존재하는데 첫째, 펜촉의 금 성분 함량, 둘째, 하트홀의 모양. 셋째, 펜촉 숄더의 형태. 이렇게 언급된다. 그러나 빈티지 모델들을 써보면 둘째와 셋째 항목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한가지 요소는 하트홀의 위치다. 크기에 상관없이 하트홀이 앞쪽에 위치한다면 슬릿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반면 펜촉자체에 연성도가 거의 없는 소재를 사용하여 제작하더라도 하트홀이 뒤쪽에 위치한다면 슬릿은 쉽게 벌어진다. 7~80년대 일제 만년필의 경우 매니폴드닙을 사용하는데 단단한 재질을 섞어 제작하였으나 하트홀의 위치는 그대로라 슬릿이 벌어져 먹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모습도 볼 수 있다.
Taylorix 100N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우선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앞서 m481 모델에서도 살펴봤던 부분처럼 캡탑에 로고가 새겨지지 않는다. Taylorix 회사만의 사용모델이기에 로고를 없애고 매끈한 캡탑이 장착된 모습이다. 또한 배럴에는 몇가지 코드가 새겨지는데 구성은 다음과 같다. Taylorix 6-GP D08. 여기서 하나씩 해석하면 먼저 6-GP의 6는 제품군이다. 넘버링에 따라 사무용품 구분이 이루어지는데 6은 필기구를 뜻한다. GP중 앞의 G부터 해석하면 Gold의 약자이다. 금촉이 사용된 모델을 뜻하며 바로 뒤의 P는 펠리칸 브랜드의 Pelikan P를 따온 것이다. 펠리칸 이외 Kaweco, Geha 등 브랜드의 모델을 사용했을 때는 K, G 마킹이 새겨진다. 마지막으로 D08은 펜촉 사이즈인데 간혹 Taylorix 모델의 하드닙은 EF, F닙만 생산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으나 닙 종류는 라운드, 스텁, 오블리크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D는 하드닙을 뜻하는데 독일어로 카본 펜을 의미한다.
Taylorix 닙도 초기엔 하트홀이 1개 버전인 닙을 사용했으나 펠리칸 자체적으로 후기에 개선된 2 홀 닙을 새롭게 채용하면서 하드닙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하드닙은 오늘날 현행 강성닙들 보다도 단단하며 그만큼 복원력도 강하기 때문에 단차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빈티지 모델 중 연성 필감으로 획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싫다면 하드닙을 사용하면 된다. 다만 개체편차로 슬릿이 지나치게 닫혀있는 모델인 경우 필압을 약하게 주고 쓰기엔 무리가 있다. 필압이 약해야만 만년필을 쓸 수 있다는 틀을 깨버리는 모델이다. 개인적으로도 만년필은 볼펜 수준의 필압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필압을 주어 펜촉의 필감을 극대화하여 쓰는게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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