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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 vs 소형기 (feat.펠리칸 m800, 100)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0. 4. 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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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굳이 149나 m800 이상의 오버사이즈 모델들을 왜 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보드마카 정도의 두께로 편안한 필기가 가능할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기와 소형기 두가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에 실물을 가지고 비교분석해본다.

일단 확실하게 비교가 가능한 부분부터 짚어보자. 바로 휴대성 관점인데 대형기는 휴대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개인적으로 만년필은 항상 포켓에 넣고 다니는데 대형기는 자켓 안주머니가 아니고서는 몸에 지니기가 어렵다. 특히 어떤 정장이던 가슴 포켓에 넣으면 길이가 길어 일직선으로 넣어지지 않는다. 반면 소형기는 셔츠 포켓에도 깔끔하게 들어간다. 무게도 가벼워 휴대하기 정말 편리하다. 휴대성 만큼은 소형기의 압승이다.

다음은 필감. 동일 연식, 동일 라인업일 경우 펜촉이 클수록 플렉시블함 정도도 크고 티핑도 두터워 좋은 필감을 보여줄 수 있다. 이번에 비교하는 모델은 90년대 m800과 30년대 100이기에 필감을 딱 구분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연성도는 100이 몇배 이상 크다. 따라서 이번 비교는 필감 보다는 그립감에 무게를 두고 비교해보고자 한다. 일단 대형기는 무게감이 크고 그립이 두터워 손에 감기는 느낌이다. 반면 소형기는 펜을 쥐고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게도 가벼워 필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 장점이 있다. 손의 피로도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본인이 무거운 펜을 쓸 경우 필압이 덜 들어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펜이 가벼워야 손의 피로가 덜한 사람들도 있어서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대형기는 일반적으로 캡을 빼두고 쓴다. 워낙 크기 때문에 서양체구가 아니라면 캡을 꽂고 쓰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소형기는 캡을 꽂아서 쓸 수 있어서 좋다. 캡을 뒤에 꽂았을 때의 모습을 좋아해서 이 부분도 포기하기 힘들다. 캡을 꽂지 않고 쓰다보면 굴러가서 바닥에 떨어트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기 만년필에 대한 니즈는 크지 않았다. 3~40년대 당시에 139 모델을 소량생산하여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정도였고 오늘날 마이스터스튁 라인업 중 스탠다드 사이즈가 146이지만 당시엔 134, 144 사이즈였다. 펠리칸의 주력기인 100, 100N, 400 시리즈도 대형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래된 영화나 당시 사진자료를 보더라도 오버사이즈 모델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년필은 볼펜이 등장하기 이전 실사용 필기구의 역할을 했고 볼펜이 등장하며 점차 사용량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필기용 보다는 서명용 도구로 바뀌어갔고 이에 따라 고급스럽고 두꺼운 오버사이즈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오버사이즈가 필기에 완전 부적합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써보기 전엔 대형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잡아봤을 때도 이렇게 두꺼운걸로 어떻게 쓰나 싶었지만 지금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모델은 149다. 손에 맞는 펜을 찾던 모습에서 펜에 손을 맞춰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두꺼운 그립감과 대형 펜촉에서 느껴지는 필감을 느끼기 위해 조금 큰 옷을 입는건 충분히 감수 할만한 일이다.

결국은 소형기, 대형기 나아가 중형기까지 모두 사게되지만 정리를 해보자면 본인이 항상 휴대하면서 필기하는 경우가 많다면 소형기를 추천하고 진득히 카페나 집에 앉아서 필사를 즐긴다면 대형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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