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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1N, 가장 몽환적인 빈티지 만년필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0. 12. 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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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1N은 1937년 최초 등장했다. 위 모델은 극초기형 37년식이다. 그 특징은 펜촉, 그립부, 노브를 보면 확인이 가능한데 스트레이트 닙 가공, 그립부는 하드러버 재질에 스크류 위쪽 라인, 노브 역시 하드러버 재질이다.

해외 펜쇼에서 몇번 언뜻 본적은 있었지만 실물로 직접 손에 잡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m800 2010년대 브라운토토이즈 쉘 한정판으로 처음 펠리칸의 브토를 접했었고 이후 400NN, 400 시리즈를 경험하면서 시대별 브토의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느꼈었는데 100N의 브토 버전, 101N의 브토는 남다르다. 마치 어릴적 과자 안에 들어있던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사진(렌티큘러)처럼 깊이감이 상당하다. 또한 펠리칸 100시리즈의 매력인 모든 개체가 그린 배럴의 패턴이 전부 다르듯 101N 역시 모두 다르다. 불규칙적이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외관이 아름다운 펜은 손이 가질 않았다. 어차피 펜촉이나 필링 메커니즘은 동일하기 때문인데 이녀석은 다르다. 펜 스탠드에 세워져있는 여러자루 만년필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시선을 강탈하며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마약같은 디자인이다. 사이즈는 작은데 존재감은 몽블랑 149 이상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전에 봤던 101N들은 패턴이 이번 개체보다 더 조밀했었는데 이런 패턴의 차이로도 매력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도무지 사진에는 깊이감이 담기질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이 펜은 무조건 실물로 봐야한다.

외관만으로도 압도 당했지만 필감도 100의 스트레이트 닙 필감을 가지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100N의 벤딩 가공이었으면 왠지 모르게 아쉬웠을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화려한 외관에 화려한 필체를 쓸 수 있게 연성감이 큰 가공은 확실히 조화롭다. 예술가의 펜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분 좋게 사각거리면서도 연성감은 낚시대 중에서도 플라이 낚시대처럼 유연하게 춤을 춘다. 솔직히 필감은 안좋아도 되는거 아닌가. 호박색 잉크창의 초기형은 매그넘을 연상케해서 더 매력도가 높아진다. 매그넘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M101N 복각판에서도 브라운토토이즈쉘 버전을 가장 먼저 복각했을 정도로 펠리칸에 있어 브토는 그린만큼의 위상을 갖는다. m800 한정판 시리즈 중에서도 브라운 버전은 오늘날 구하기 가장 어렵다. 그 브토의 펠리칸 초기 모델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 100 시리즈의 브토 버전인 101도 존재하며 리자드, 톨레도도 100 시리즈부터 시작된다. 1937년식 100N은 100의 매력과 100N의 매력을 둘 다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상당히 좋아하는 연식이다. 매그넘을 찾아 헤매던 나에게 101N 초기형은 열망을 상당히 식혀주었다. 오히려 매그넘은 캡에 토토이즈 쉘이 들어가지 않아 디자인적인 요소에서는 101N 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리라.

마치 홀로그램을 보는 듯한, 정말로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이루어진 펠리칸 101N. 외관을 중요시 하지 않던 나의 가치관을 상당히 흔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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