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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100N EF닙의 마감 분석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0. 12. 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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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펠리칸의 펜촉 마감 품질은 팩트로 말한다면 엉망이다. 그치만 그 엉망으로 인해 같은 펜을 쓰더라도 다양한 필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특히 세필인 EF닙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빈티지 만년필의 티핑가공 특징은 우선 이리듐이 굉장히 얇게 발리게 된다. 거의 펜촉에 수성 물감을 살짝 찍는 수준으로 발리는데 현행 티핑의 경우엔 점도 높은, 매니큐어를 톡 찍는 것 처럼 두툼하게 발리는 경향이 있다. 티핑이 두툼하게 발리게 되면 그만큼 종이에 닿는 부분이 볼펜처럼 부드러워지는데 이로인해 현행 만년필들의 일률적인 부드러운 필감이 형성된다. 몽블랑 기준으로 본다면 현행 EF닙은 두툼하게 발린 티핑을 양 옆날만 깎아내기에 가로세로획 차이가 심해지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반면 빈티지 펜촉은 티핑이 발린 듯 안 발린 듯 날카로운데 경성일 경우엔 이렇게 날카로운 펜촉으로 종이에 쓰게되면 종이를 긁거나 상당히 거친 필감만 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슬릿이 탄성감 있게 필압, 지면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 두가지가 조화되면서 사각거리면서도 부드러운 묘한 필감을 선사하게 된다. 따라서 빈티지 경성펜촉, 회계용 닙의 경우 길들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그리고 과거 만년필의 경우 필각이 높은 사람들에게 맞춰진 닙 가공이 아니라 아시아 문자를 높은 필각으로 쓰게되면 당연히 본래의 필감보다 거칠어진 상태로 쓰게된다. 만년필은 필각을 낮추고 쓰게끔 닙 가공이 이루어진다는걸 명심해라.

사용되지 않은 세필의 펠리칸을 확인해보는데도 역시 EF 마감은 들쑥날쑥하다. 티핑이 발린 밸런스도 차이가 나고 폴리싱이 된 정도 차이도 존재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길들이는 과정이 처음엔 조금 험난하지만 이런 수고로움을 느끼기 위해 빈티지 만년필을 쓰는게 아닐까? 빈티지 감성이란 것도 팩트관점에서 본다면 불편함을 즐긴다는 뜻이다. 잉크를 직접 충전해서 써야하고 주기적으로 세척해주어야 하고 관리해주어야 하고 내 손에 맞게 길들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길들여지면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필감을 선사해준다.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인내하지 못한다면 빈티지 제품을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플리마켓에서 구매했던 10유로짜리 만년필 한자루가 있다. 그 펜은 저가형 모델이라 마감은 최악이었다. 누가 써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그런 상태였다. 닙 폴리싱을 하여 부드럽게 필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그냥 꾸준히 길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쓰고있는 펜이 있는데 그 펜은 처음엔 한글자를 쓰는데도 잉크가 튈 정도로 거친 필감이었지만 지금은 149 이상의 필감을 선사해준다. 그 어느 펜을 쓰더라도 이 펜만큼 좋은 필감을 찾기는 어렵다. 스틸 펜촉인데도 그러하다. 결국 만원짜리 만년필이든 100만원짜리 만년필이든 주인의 필각에 맞게 오랜 기간 길들여진다면 그 어떤 펜도 만족하기 힘들 정도로 필감이 좋아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만년필 펜촉을 수리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그냥 오래 써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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