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의 1920년대 펜 - 심플로 세이프티 넘버링 시리즈, 워터맨의 1920년대 펜 - 세이프티 넘버링 시리즈, 펠리칸의 1920년대 펜 - 펠리칸 100, 쉐퍼의 1920년대 펜 - 플랫탑 등등 1920년대의 펜들은 붓펜 수준으로 낭창거리는 연성필감이 대부분이다. 허나 파카의 듀오폴드 빅레드는 파카만의 길을 걷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강성필감이다. 필압을 주어도 슬릿은 쉽사리 벌어지지 않고 큼직한 대형닙에 연필을 쓰는 듯한 사각거리는 필감은 왠지 길들이기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피드에서 뿜어내는 잉크와 고정성 높은 슬릿이 일정한 글자를 쓰게 만들어준다. 가로세로획 역시 상당히 일정하고 필체에 기교가 섞이기 힘든 뭔가 정직한 필기구의 느낌을 준다.
럭키커브 특허와 비행기에서 떨어트려도 파손되지 않는 단단한 하드러버 재질이 배럴을 감싸고 클래식한 버튼 필러 감성은 1920년대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몽블랑 139 보다는 크지만 149 보다는 작은 사이즈. 두께감은 몽블랑의 9호 사이즈 펜들 보다 살짝 얇아서 몽블랑이 조금 두껍게 느껴질 때 쯤 듀오폴드를 꺼내서 써주면 조금 세밀한 그립감을 느낄 수 있다. 과연 금속피로도로도 빅레드의 펜촉에서 연성감을 느낄 수 있을지 테스트를 위해 수년간 써온 빅레드가 한자루 있는데 아직도 단단하다. 그냥 빅레드는 경성닙이다. 단순히 빈티지 펜들의 필감이 연성이라서 좋지 않은 이유는 빅레드를 써보면 자연스럽게 해답을 준다. 경성이어도 빅레드만의 연필필감은 중독성이 높다. 길들여지기 전 처음엔 HB심이었다가 점차 B까지 넘어오게 되는데 HB일 때도 그 나름대로 사각임이 즐겁고 B로 와도 녹녹한 사각거림이 즐겁다.
이러한 필감에 연성감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동은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연필심처럼 단단함이 느껴질 때, 그리고 연필의 사각거림까지 느껴질 때 그 시너지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필 필감에 연성감이 느껴지는건 몽블랑의 세이프티가 그러하다. 1920년대 펜들을 요즘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왜일까, 어디서 이런 완성도가 느껴지는걸까 의문이 든다. 피드 안정성은 좋지 못해 가볍게 흔들어도 잉크를 토해내며 원초적이고 투박한 디자인인데 자꾸 20년대 펜에만 손이 간다. 1960년대 펜이 원픽이었다가 50년대, 40년대, 30년대를 거슬러 지금은 20년대에 빠져있다.
단 하루만 100년 전 오늘을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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