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빈티지 만년필로 가장 유명한 모델은 파카 51이다. 나 역시 그런 글들을 읽고 파카 51을 구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드닙은 만년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이질감이 있었고 단단하고 짧은 펜촉은 스타일로그래프를 쓰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만년필이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연성이 아니라는 이유도 아니다. 듀오폴드 빅레드는 완전한 강성닙이다. 빈티지 만년필에 대한 시각 중 가장 큰 오해가 무조건 빈티지 필감은 말랑말랑한 연성 필감이다는 편견이 있는데 강성닙도 존재한다. 오히려 현행보다 더욱 단단한 D, H닙도 존재한다. 단순히 연성이라서 빈티지 필감이 좋은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듀오폴드는 크게 3가지 세대로 나뉘게 된다. 51 등장 이전의 1세대, 그리고 80년대 2세대, 현행 3세대. 이 중에서도 1세대는 초기형 빅레드와 후기형 스쿨펜 등으로 나뉘게 된다. 듀오폴드의 역사는 1920년대 처음 등장했으며 이전의 럭키커브 기능을 계승하고 아이드로퍼 방식에서 셀프 필링 메커니즘인 버튼 필러로 개량된 것으로 보면 된다. 파카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인 네임드 브랜드로 만들어준, 파카의 진정한 플래그쉽 모델이다. 거기다가 시원하게 뻗은 오픈닙은 내가 머리 속에서 그리던 만년필 이미지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버튼 필러는 절대 어려운 필러도 아니다. 수리가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하고 고무 색도 구하기 쉽고 직접 제작하여 장착해도 되는 수준이다.
이번에 포커스를 맞췄던 부분은 예전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던 빅레드 vs 센테니얼에 대한 결론을 내보고 싶었다. 두 펜 중 어떤게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필감 비교가 중점이다. 87년식 미스테리인 세미 플렉시블 필감에 대한 구분도 명확히 하고 싶었는데 이번 리뷰를 준비하면서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87년식 듀오폴드는 m800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 연식에 비해 플렉시블한 필감이 강하다. 펜촉의 양 옆날에 새겨진 18k, 750 각인 버전인, PC 각인이 새겨진 극초기형 연식은 확실히 후기형과는 다른 필감을 선사했다. 빅레드와의 획 굵기 비교는 빅레드의 M닙과 80년대 F닙 두께가 비슷한 정도이다. 개인적인 필감 취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빅레드>87년식>>>>>>>현행
현행 듀오폴드는 한정판들도 여러자루 수집했던 시절이 있는데 확실히 강성에 흐름이 이전 연식에 비해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피드 구조가 바뀐건지 잉크 건조 현상도 현행이 강한 모습도 확인하였다. 현행 듀오폴드는 약 20여자루 써본게 고작이라 개체편차가 존재 할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87년식 센테니얼은 캡탑이 오리지날 빅레드와 마찬가지로 장식파츠가 들어가지 않는다. 캡탑과 클립의 형태 유사하고 캡 밴드는 빅레드의 경우 최초엔 아예 없었다가 1밴드, 2밴드, 3밴드로 점차 늘어나게 된다. 빅레드는 캡에 벤트홀이 2개 존재하며 센테니얼에는 아예 막혀있다. 두 펜 모두 트위스트 캡 방식이며 길이는 비슷하다. 코랄 레드에서 마블 디자인으로 보다 화려하게 탈바꿈 한 모습이다.
펜촉 사이즈는 길이는 비슷하지만 너비는 빅레드쪽이 더 넓다. 빅레드는 상당한 강성이며 빈티지 기준으로 본다면(후드닙 제외하고) 경도는 먹지용 닙이 아닌 펜들 중 가장 단단하지 않을까 싶다. 동일한 F닙이지만 빅레드가 훨씬 더 세필이다. 이 부분도 감안하여 필감 비교를 했을 때 빅레드 M닙과 센테니얼 F닙으로도 테스트를 해봤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리뷰는 완벽히 동일한 스펙으로 비교를 해보고자 F닙을 고수하였다. 획이 많은 한글 문자를 기준으로 필기를 한다면 아무래도 빅레드 쪽이 더 우위에 갈 것이고 영문 필기를 한다면 센테니얼쪽이 나을 것으로 보여진다.
펜촉의 디자인은 화살 인그레이빙을 따라서 투톤으로 나뉜 센테니얼쪽이 더 아름답다고 볼 수 있다. 빅레드는 원톤닙에 심플한 영문 인그레이빙이 전부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펜촉의 세미 플렉시블한 필감이 독특하다는 의견을 확인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대신 듀오폴드의 아이덴티티는 떨어지는 요소라서 단점이 될 수도 있어보인다. 그립부의 도금은 m800의 경우 초기형은 굉장히 얇게 발려 도금까짐이 심한 편인데 듀오폴드는 도금이 두꺼워 peeling out된 개체를 많이 보지 못했다. 이 부분은 워터맨 맨100, 200 시리즈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라 외관을 중요시 여긴다면 주목할 부분이다.
두 펜의 잉크 주입 방식은 버튼 필링과 컨버터 타입이다. 두가지 타입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전반적인 사항은 아무래도 컨버터 타입이 장점이 많다. 버튼 필러는 내부의 프레스 바가 러버 색을 완벽히 눌러주지 못하여 잉크 주입량이 상당히 적다. 컨버터 타입 보다도 적으며 블라인드 캡을 여는 수고로움과 초기형 셀프필링 메커니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정도다. 컨버터 타입은 가장 현대적이고 획기적인 메커니즘이다. 카트리지 사용이 가능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단순 소모품 개념이라 교체해주면 그만이다. 물론 빈티지 감성으로 본다면 가장 현대적이기에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둘다 매력적인 펜이다. 제목은 versus라고 적어는 놨지만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6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빅레드의 완성도가 훌륭하다는게 이번 리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GEO.S.PARKER JANESVILLE .WIS
DUOFOLD LUCKY CURVE
FOUNTAIN PEN U.S.A. PAT4·25·II
몽블랑에 마이스터스튁 139가 있다면 파카에는 듀오폴드 빅레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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