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 51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파카 51의 이전 플래그쉽 모델인 파카 버큐매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만년필의 역사는 이어져오고 있으며 빈티지의 경우 모델군이 다양하지 않고 특히나 주축이 되는 플래그쉽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준점 역할을 하는 메인 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파카의 경우 1900년대 이후 기준으로 럭키커브-빅레드-버큐매틱-51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알아볼 펜은 파카51로 1941년도 처음 등장하였으며 most wanted라는 수식어가 달리는 빈티지 펜의 역사상 혁신적이며 실용성에 획을 그은 모델이다.
51에 대한 이해를 하려면 바로 이전 파카의 플래그쉽인 버큐매틱 모델을 분석해봐야 한다. 1937년 처음 등장한 파카의 버큐매틱 필러. 정확한 명칭은 스피드라인 버큐매틱 필러로 당시 몽블랑에선 텔레스코픽 필러가 등장했던 시기다. 확실히 1930년대엔 특허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필링 메커니즘이 등장했다. 스피드 라인 필러는 플런져, 다이어프램, 브리더 튜브, 배럴로 구성되며 플런져는 다이어프램을 눌러주는 버튼 역할을 하며 다이어프램은 배럴 내부의 기압을 높여주는 고무 막이다. 배럴 자체가 다이어프램과 연동하여 스포이드 역할을 하는데 배럴은 단단하게 고정된 상태고 다이어프램만 뒤쪽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배럴 내부의 기압을 조절한다. 뒤쪽에서 밀어넣으면 플런져의 스프링의 반작용으로 다시 뒤쪽으로 돌아가는데 스포이드가 조여졌다 팽창하는 원리와 동일하다. 그렇게 되면 브리더 튜브를 따라서 잉크가 배럴 내부로 주입되는데 잉크의 유동은 브리더 튜브로만 가능하여 튜브의 길이만큼 배럴에 잉크를 채울 수 있다.
플런져에 장착되는 스프링은 지금까지도 온전하게 보존되며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대부분 다이어프램이 찢어지거나 삭은 경우다. 씰링 작업을 통해 쉽게 복원이 가능하지만 분해가 상당히 까다로워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좋다. 이러한 스피드라인 버큐매틱 필러는 파카51 first year에 최초로 사용된게 아닌, 버큐매틱 모델부터 등장했으며 이러한 필러를 51 초기형에 유용했던 것이다. 51에서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이는 개량되어 일반 버큐매틱 형태로 개량되었다. 스피드라인과 노말 버큐매틱 필러는 기본적으로 원리는 동일하고 재질이 다른데 초기형은 알루미늄 재질로 고급소재로 볼 수 있지만 후기형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당시 알루미늄은 은보다도 비싼 재질이었으며 가공이 어렵고 내구성이 약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알루미늄이 은보다 비싼 소재였다는 사실이다.
파카 51은 1941년 미국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블루 다이아몬드 클립,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된 스피드라인 필러, 더블쥬얼 등의 특징을 갖는다. 당시 가격은 12.5달러였으며 고급형, 고가형 만년필이었다. 럭셔리 마케팅의 일환이었는데 극초기형의 경우 캡탑과 블라인드캡탑에 들어가는 쥬얼 소재 역시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됐었다. 이는 1940년식, 사전생산분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41년식 하반기 모델에서 플라스틱 쥬얼의 개체들이 확인된다. 초기엔 후기형처럼 다양한 컬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캡의 배리에이션은 존재했는데 골드 필드캡, 크롬 캡, 스털링 실버 캡. 여기에 다양한 패턴이 새겨졌다.
1942년식부터는 스피드 라인 필러가 아닌 일반 버큐매틱 형태인 플라스틱 플런져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외관은 더블 쥬얼에 블루 다이아몬드 클립이 그대로 유지되어 41년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42년식 이전, 40~41년식의 first year 모델의 여부는 알루미늄 재질인 스피드라인 필러를 체크하면 된다. 1940년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1946년에 클립의 길이가 길어지고 블루 다이아몬드 클립에서 일반 화살 클립으로 바뀌게된다. 1947년엔 처음으로 데미 사이즈가 소개되었고 슈퍼크롬 잉크가 함께 등장했는데 일반 잉크보다 건조되는 속도가 3배나 빠른 혁신적인 잉크였다. 당시의 잉크들은 건조 속도가 느려 필기시에 블로터 사용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지워지지도 않았기에 스타일로그래프와 함께 업무관련 사용에 인기를 얻었다.
1948년도엔 버큐매틱 필러 시대에서 에어로매트릭 필러로 변경되는 조짐이 보였는데 당시 사용된 고무 색은 Pli-Glass로 고무 재질보다 내구성이 좋은 점을 부각했다. 해당 색은 메탈 가드로 보호되며 프레스 바를 사용하여 잉크를 주입하게 되는데 파카51 일반 모델과 데미 사이즈, 두가지 모두에 적용되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배럴의 컬러도 다양해지고 캡의 디자인, 소재도 다양해졌다. 참고로 파카51 시리즈는 최초부터 메커니컬 펜슬, 샤프 세트로 구성되어 출시되었다. 샤프심은 0.9mm가 사용된다. 몽블랑 빈티지 샤프의 경우 1.14mm 심이 사용되어 오늘날 호환이 되는 샤프심이 없어서 사용이 어려운데 0.9mm는 비교적 구하기 쉬워 함께 사용해도 좋다.
1958년도엔 카트리지 타입의 모델도 등장했는데 62년도에 단종된다. 해당 책에서 마크1~3에 대한 정리가 있는데 국내에서 정의된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스킵하겠다. 파카 51 중 가장 내구성이 좋은 연식으로 알려진 4타임 에어로매트릭 필러는 마크2로 국내에 알려져 있으나 해당 책에선 마크1으로 명명하였으며 다른 컬렉터들은 마크2 연식을 3가지로 세분화하여 마크2-a, 2-b, 2-c 로 나누기도 한다.
Parker 51은 P-51 무스탕 전투기에 빗대어 광고를 내기도 하였는데 간혹 파카 51이름의 기원이 해당 전투기의 이름에서 따온거라는 의견이 있으나 1944년도 홍보물에서나 등장한 부분이므로 초기 네이밍 과정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Why the parker 51 pen can never be mass produced."
이런 문구를 내세워 홍보를 했을 정도로 당시에도 양산품이 아닌 것을 강조하며 명품 이미지를 주었다. 194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주류 필기구는 볼펜이 아닌 만년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마케팅 전략이었지만 50년대 볼펜이 보급화, 대중화 되면서 값 싸고 저렴한 필기구가 만년필을 밀어내며 만년필 역시 양산품으로 바뀌어가게 되었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당시의 카탈로그들을 보면 오리지날 만년필은 양산품이 아닌 costly material, delicate machine으로 구성되며 제작자들의 pride가 담긴, life time을 함께 할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치관은 1940년대까지 유지되었다는 점도 나 개인의 의견이 아닌, 자료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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