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몽블랑 심플로 마스터피스 No.30 1930년대 빈티지 만년필 리뷰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0. 8. 26. 10:22

본문

728x90
반응형

1990년대 빈티지 몽블랑부터 80년대, 70년대 그리고 60년대까지 써오던 내게 pre 60's 몽블랑 만년필들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펜들이었다. 지금은 50년대는 물론 40년대, 30년대 그리고 20년대 몽블랑의 극초창기 모델까지 섭렵 중이다. 이렇게 세월을 거스르며 계속해서 빈티지 만년필을 수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년필이란 물건은 오래된 것일 수록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마이스터스튁 라인업의 시초인 심플로 마이스터스튁 시리즈. 확실히 30년대 마이스터스튁과는 다른 디자인, 다른 필감이다. 이제부턴 30년대 마이스터스튁, 마스터피스 시리즈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보고자 한다. 일단 meisterstuck가 아닌 masterpiece 인그레이빙이 새겨진 개체들은 독일 내수용이 아닌 다른 국가 판매용 모델이다. 그 중 심플로 마스터피스 No. 시리즈는 덴마크에서 생산, 판매되었는데 이유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불어닥쳤던 세계대공황의 영향으로 덴마크 내에서 수입품 금지 정책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함부르크 공장의 기술력이 덴마크로 넘어갔지만 몽블랑의 장인정신, 최고의 펜을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에 덴마크 생산품들은 독일 생산품과 차별성을 두기로 했다. 물론 캡탑의 로고는 몽블랑의 스타로고가 그대로 새겨지긴 한다.

193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까지 생산이 이루어지며 대표적인 모델로는 지난번 소개했던 No.25 모델처럼 coral red 마스터피스 시리즈다. No.20~40까지 다양한 크기가 제공되기에 다양한 연령층, 남녀노소 불문하는 타겟팅을 할 수 있었고 동일 모델로 블랙 컬러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캡에는 meisterstuck 독일어가 아닌 masterpiece 영문이 새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덴마크제 몽블랑은 덴마크 인근 유럽국가에서 자주 확인이 된다. 이렇게 생산이 가능했던 이유 역시 지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는데 함부르크와 덴마크는 굉장히 가깝다.

이런식으로 덴마크 진출을 한 몽블랑으로 인해 덴마크의 국민 펜으로 떠올랐으며 상당히 많은 부분 보급화 되었다. 고가형 뿐만 아니라 저가형도 함께 생산되었고 디자인은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인그레이빙 및 일부 포인트적인 부분의 차이만 보여진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No.30으로 펜촉 사이즈를 따지면 6호 사이즈에 해당되는 펜이다. 실측 사이즈를 따지면 146과 149 중간 정도의 크기인데 138, 즉 8호닙과 비슷해 보인다.

일단 외관은 부드러운 붉은색이 전신에 펼쳐진다. 캡탑의 커다란 스타로고가 인상적이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르스름하게 익은 모습이다. 캡 면에는 MONTBLANC MASTERPIECE 4810과 몽블랑 마운틴 인그레이빙이 새겨지며 도료는 노란색 계열이 채워진다. 캡 밴드는 당시 유행했던 두줄 링이 특징적이며 클립은 심플하다. 배럴 면에는 ORIGINAL MONTBLANC SIMPLO와 스타로고가 새겨지며 여기도 역시 노란색 계열 도료가 채워진다. 노브 캡에는 모델명 30과 닙 사이즈 각인이 새겨져있다.

펜의 바텀은 플랫하고 탑은 둥그스름한 디자인으로 상당히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형적인 심플로 시절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플로 모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볼 수 있는 캡탑의 빅 스타로고가 가장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펜촉은 4810 각인과 스타로고 2개가 새겨지며 이는 No.25에서도 확인되었던 특징과 동일하다. 피드는 에보나이트 재질이며 바디, 캡 역시 풀 하드러버 재질로 제작된다.

잉크 주입 방식은 버튼 필러 개량형인 푸쉬 노브 필러 형태이며 기본적인 원리는 버튼필러와 동일하다. 잉크 주입량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펜이 25에서 30으로 커진만큼 내부에 들어가는 고무 색의 크기도 커져 잉크 주입량이 증가한다. 이는 추후 고무 색 교체시 내부 메커니즘 유격에 타이트하게 맞는 러버 색으로 교체하면 주입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푸쉬 노브 필러는 버튼 필러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블라인드 캡을 일체화 시켰으며 주입시 버튼을 편안하게 누를 수 있게 바뀌게 되었다. 내부 가이드 역시 손쉽게 분해가 되며 유지관리가 용이하다. 다만 그립부와 배럴 분해시 가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마모가 급격하게 일어나므로 나중에 헐거워질 수 있으니 분해결합시엔 신경을 많이 써주는게 좋다. 1930년대 모델로 개체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모델이다.

필감은 펜촉 자체가 상당히 커졌기에 25 모델 쓸 때 적었던 플렉시블함이 조금 크게 느껴지며 사각거림도 살짝 아쉬운 느낌이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 차이라 빈티지 성향이 약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30 모델의 필감을 선호할 수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25 모델 특유의 연필 필감으로 인해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어보인다. 심플로 마스터피스 모델로 넘어오면서 세이프티 필링이 아닌 배럴 내부에 체온이 전달되지 않는 구조를 취하므로 오버 사이즈가 되더라도 잉크 누수의 염려가 적은 메리트가 있다. 그립부 역시 내가 반했던 139 형태의 오목한 그립으로 중지의 편안한 그립감을 선사하며 나사산 역시 레진 재질의 날카로움이 아닌 하드러버 재질의 부드러운 마감으로 인해 손에 배기는게 없다.

하드러버와 에보나이트 피드의 조합은 완벽하다. 에보나이트는 하드러버와 동일한 것을 칭하며 피드는 에보나이트 피드가 통상적이기에 명칭을 따로 부르는 점 참고하길 바란다. 25도 작은 펜촉은 아니지만 30과 비교했을 때 소형닙이긴 하지만 확실히 펜촉 사이즈에 따른 필감의 차이는 명확하다. 같은 정도의 플렉시블함이라 하더라도 펜촉의 크기가 작으면 더욱 단단하게 느껴지고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플렉시블함이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티핑의 가공 형태는 당대 트렌드에 맞게 날카롭게 처리되어 사각거림이 느껴진다. 다만 연필의 사각거림이라기 보다는 만년필의 고유의 연성감과 사각임이 어우러지는 필감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이름처럼 심플하지만 막상 써보면 전혀 심플하지 않은 완성도 높은 만년필이고 2020년 기준으로 약 90년 정도 세월이 흐른 펜이라는게 이번에도 역시나 믿겨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