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136은 146의 애매함을 완벽하게 정리해준다. 1940년대 빈티지 몽블랑은 50년대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50년대의 유선형 셀룰로이드도 이후 레진 버전과 차원이 다른 느낌인데 그 50년대와 비교했을 때 또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위아래 플랫한 캡탑과 바텀은 유선형 디자인이 익숙한 현행 유저들에게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50년대 이전까지 만년필 시장에선 플랫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유명 브랜드들의 빈티지 모델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대표적으로 파카 듀오폴드 빅레드, 워터맨 퍼트리션, 쉐퍼 플랫탑 등이 있다. 자동차와도 비슷한 흐름이다.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지만 클래식카의 디자인은 각진 모서리를 갖는다.
이번 컨텐츠는 몽블랑의 디자인 기점을 기준으로 136과 146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둘은 같은 6호 사이즈 펜촉이 장착되는 같은 등급이며 연식의 차이는 60년 이상이다. 하나씩 비교해보자.
136과 146의 크기 차이는 상당하다. 같은 6호 등급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파츠를 분해해보면 크기의 차이는 디자인을 위해 채워진 플라스틱의 차이다. 정작 내부 메커니즘이 차지하는 크기는 비슷하다.
146은 레진 재질이 사용되었으며 금장부는 전기도금으로 장식된다. 136은 셀룰로이드 재질이 사용되며 피드를 제외한 블랙 파츠는 전부 셀룰로이드다. 금장부는 14k 혹은 12k 금으로 장식된다.
캡을 열어보면 같은 등급의 펜이라는 것을 납득 할 수 있다. 투톤 6호닙이 장착되며 146은 플라스틱 피드, 136은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된다. 펜촉의 디자인은 인그레이빙이 146의 경우 더 입체감 있게 깊게 각인된다. 그런데 막상 실물로 보면 136의 펜촉이 146을 압도한다. 이유는 금색부의 색감 때문인데 더 진하고 묵직하게 느껴진다. 사진상으로 봐도 146의 금색은 밝은데 136은 어둡고 진하다. 녹이나 금때가 아닌 애초에 색감 자체가 다르다.
캡탑 디자인 자체가 달라서 별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146은 하얀색 별이지만 136은 상아색 느낌이다. 점점 노르스름하게 변해가는 매력이 있다.
피드는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파츠이다. 136은 스키슬로프 플랫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되며 146은 comb 형태의 플라스틱 피드다. 안정성 자체는 플라스틱 피드가 훨씬 좋다. 잉크를 잡아주는 힘이 세서 잉크를 쉽게 토해내지도 않고 일정한 흐름을 내준다. 반면 플랫 피드는 잉크흐름이 굉장히 풍부하다. 일반 플라스틱 피드라면 잉크흐름이 플렉시블한 펜촉을 따라가지 못해 답답한 느낌이다. 40년대의 플랫 피드는 쥐고있는 손의 미세한 압에 따라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섬세하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위 사진은 136의 경우 더 캡이 더 깊숙히 꽂혀진다. 스크래치를 피하기 위해 살짝 꽂아둔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도 146보다 길이가 짧고 제대로 결합하면 더 짧아져서 내 손에 캡을 꽂고 쓰는데 아주 이상적이다. 펜 자체의 길이 차이는 크지만 두께감은 동일하다. 무게감 때문에 오히려 136이 더 두툼한 느낌이 들 정도다.
거기에 그립부의 부드러운 곡선은 중지를 편안하게 안착시킨다. 플랫 피드의 경우 부러졌던 개체를 가열하게 재가공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엄연히 따지면 고무 재질이라 플라스틱보다 열가공이 쉬운 편이지만 부러졌던 개체를 재결합하게 되면 슬로프에 균열이 생겨 본래의 흐름을 내주지 못한다. 피드에 헤어라인이나 왜곡이 있는지 면밀히 체크해보길 바란다.
149와 136
136과 344
획의 variation은 상당하다. 필압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쓴 글씨다. 필압을 주게되면 위의 샘플보다 더 화려한 기교를 넣을 수 있다. 플렉시블 범위도 넓은데다가 티핑 가공 자체가 얇게 이루어지기에 두꺼운 펜촉이어도 사각거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티핑의 차이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데 빈티지 펠리칸 티핑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티핑의 형태는 1950년대 초반의 L139 닙에서도 볼 수 있다. 듣도보도 못한 사각거리는 몽블랑의 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소장중인 144나 146 50년대 초기형에서도 같은 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세필 뿐만 아니라 태필에서도 같은 양상이다. 사각거리는 태필이 상상이나 되는가? 안그래도 OB닙에 빠져있는데 이 시기의 OB닙은 미친 수준이다.
위 펜촉은 136 OB닙이며 한글을 쓰는데도 무리가 없고 빈티지 펜촉이기에 두껍지도 않다. 두께만 따지면 현행 F보다도 얇은 수준이다. OBB까지도 괜찮을 듯 싶다. 간혹 13x 시리즈나 149 50년대 중반 이후연식이나 필감이 비슷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교체된건지, 조합이 아닌지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당시의 모델들이 이베이나 온라인에 나온다는건 문제가 있어 교체되거나 수리되어 분양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랜만에 만년필을 쥐고 쓰는데 닭살이 돋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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