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처음 소개된 펠리칸社의 플래그쉽 만년필, m800. 초기의 모델은 캡탑의 로고와 노브탑의 원형 도금이 있어 일명 '더블코인' 이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1987년부터 1년간만 생산된 극초기형이다. 극초기형을 구분 짓는 2가지 특징은 캡탑의 로고, 14c 펜촉의 티핑 가공 방식이다.
펠리칸이 만년필을 처음 생산했을 때의 로고는 4마리 새끼 펠리칸과 어미의 모습이 그려졌다. 투박한 음각에 초록색 도료를 채워넣는 방식으로 상당히 복잡해보인다. 이후 세월이 흐르며 새끼 펠리칸 수는 줄어 지금은 한마리만 남았다. 새끼 펠리칸의 수는 펠리칸에 남아 있는 명장의 수를 대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아래 사진은 펠리칸의 최초 로고와 1987년식 로고다.
1931년식 펠리칸 100과 1987년식 m800 모델. 두 펜은 펠리칸의 첫 시작과 정점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묘하게도 비슷한 양상의 필감이 느껴지는 기분. 두 펜의 세월은 50년이 넘지만 꾸준함으로 정점에 위치할 수 있었다.
m800의 로고 변천과정이다. 87년식과 89년식이 무슨 차이인지 모르고 보면 구분이 어렵다. 어미 펠리칸의 부리를 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한데 87년식은 부리가 몸에 닿아있지만 89년식은 부리가 얇고 몸에서 떨어져 있다. 미세한 차이로 연식을 구분한다.
보통 m800의 first year로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14c 펜촉이면 무조건 87년식으로 알고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14c 펜촉은 87년도부터 90년도까지 생산되었다. 앞서 말했던 로고의 형태, 더블코인, 14c 펜촉의 티핑 가공방식, W.-GERMANY까지의 특징을 갖고 있어야 87년식 first year 연식이라는게 증명되는 셈이다.
외관은 일반적인 m800과 유사하다. 그외 특징은 클립이다. 후기형으로 갈수록 클립은 뭉툭해지며 초기형은 부리 끝 부분이 길다. 그리고 필러 노브를 열었을 때 내부 스레드가 초기형은 황동재질이고 후기형은 검정색이다. 다만 이는 87년식을 구분하는 특징이 되지는 못한다.
빈티지 m800을 고를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한가지 말해보면 그립부의 금장 링을 주목해라. 위 개체는 NOS급으로 구매했던 펜이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래 사진의 경우 그립 링이 부식되어 도금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빈티지 m800에서 흔히 확인되는 부분이니 신경쓰기 바란다. 멀쩡한 녀석을 구매하더라도 얼마 쓰지 않다가 도금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어미 펠리칸의 부리가 몸에 닿는 포인트를 자세히 확인해보자. 확실히 초기형의 로고는 루페로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투박하게 조각되어 있다.
더블코인의 모습. 확실히 노브 탑에 금장 장식이 있으니 캡을 꽂지 않고 써도 허전함이 없다.
위 사진은 해외 온라인 빈티지 펜샵에서 판매되었던 87년식 first year라고 올라온 제품이다. 지금까지 글을 면밀하게 읽었다면 우리는 위 제품이 조합품이란걸 확인 할 수 있다. 우선 캡탑의 로고가 89년식이다. 더블코인은 맞지만 포커스를 둘 곳은 로고의 형태다. W.-GERMANY각인은 90년대까지 유지되었으니 체크하고 티핑 가공 역시 초기형과 다른 양상이다. 제대로된 오리지날 87년식 구하기는 정말 어렵다.
좌측, 몽블랑 146 00년식. 우측, 펠리칸 m800 87년식.
확실히 빈티지 세계는 어렵다. 정답이 나와있지도 않고 이번 87년식만 봐도 개체수가 너무 부족하다. 그럴수록 우리는 열린 시각으로 빈티지 펜에 접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펜이라도 써본 사람들마다 필감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분명 우리는 착각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번 글을 통해서 m800에 대한 잘못 알려진 몇가지 사실을 정리 할 수 있다. 첫번째, 14c 펜촉은 87년식 최초에만 장착된게 아니라는 점. 두번째, 같은 14c 펜촉이라도 후기형으로 갈수록 18c 펜촉의 필감과 비슷해진다는 점. 14c는 절대적으로 최초 연식에 대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연식에 대한 구분 방법 노하우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대표적인 두가지를 정리해보자. 우선 당시 카탈로그를 보자. 스캔되어 올라온 카탈로그도 많고 당시 커머셜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펜은 고장난게 와도 종이쪼가리는 찢어진게 있을지언정 고장나지는 않을테니 과감하게 구매하자. 그럼 특정 연식에 대한 특징들을 정리해볼 수가 있다. 특히나 펠리칸의 경우엔 카탈로그가 2가지로 나뉜다. 공식 카탈로그와 상품 상세 카탈로그. 두가지로 출시되는데 공식 카탈로그는 이미지컷이라 제품 구분이 어렵다. 상품 카탈로그를 확인하자. 그리고 펜은 보증서가 포함된 NOS급을 구매하자. 구매 날짜가 써져있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간혹 모든 정보가 적혀있는 개체들이 있다. 그런 모델을 구입해서 연식을 특정하면 보다 정확한 답에 도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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