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별로 다른 특징을 갖는건 몽블랑 149 뿐만이 아니다. 펠리칸 100 시리즈 역시 변화가 잦았고 그 변화에 따른 필감의 차이가 큰 편이다. 이런 연식에 따라 달라지는 필감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즐거운 모델이 크게 3가지가 있다. 몽블랑 14x, 펠리칸 100/N, 파카 듀오폴드 이렇게 3개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펠리칸 100 시리즈의 차이를 한번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이번 컨텐츠. 이번 글을 통해 100 시리즈가 외관 뿐만이 아니라 필감까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려보고자 한다.
먼저 100N 후기형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캡의 링이 두줄이 아닌 한줄로 두꺼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세로줄 무늬가 새겨져있다. 해당 디자인이 100 시리즈의 가장 최종적인 형태이다.
전체적인 큰 틀은 유지를 하고 있다. 부분적인 디테일이 달라져가는데 펜의 사이즈도 점점 커져간다. 100 시리즈가 너무 작다면 후기형은 가장 초기형 보다 1cm 가까이 차이가 나니 한번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캡을 닫은 사이즈가 컴팩트 할 뿐 뒤에 꽂으면 146 사이즈 정도는 나오며 무게 밸런스도 좋고 가벼워서 편안하게 필기가 가능하다.
바디 재질은 단종될 때 까지 셀룰로이드가 사용됐다. 아무리 미사용 NOS라도 관리에 따라 색빠짐이 발생하는건 어쩔 수가 없다. 펜촉을 보면 54년식 펜촉이 아니다. 간혹 완전 단종 직전의 개체는 400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각인 문양이 바뀐 펜촉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50년대 초중반에 100N, 400이 동일한 펜촉을 썼기 때문이다.
에보나이트 피드로 시원시원한 잉크 흐름을 보여준다. 펜촉의 차이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밑에서 100N 초기형과 비교하며 설명하겠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53년식 특징. 피스톤 씰이 한번 더 바뀐다. 100N의 초기형은 코르크 씰이 쓰이다가 1940년대 초반에 레진 씰로 바뀐다. 그리고 53년도에 또한번 내구성이 더 강한 재질로 바뀌게 되는데 위의 모델이다.
1세대 코르크 씰 다음인 2세대 레진 씰의 경우 수축된 개체가 상당히 많다. 물론 코르크 씰 보다야 오래 사용이 가능하고 튼튼하지만 배럴과 접점도 얇아 관리를 조금만 안해줘도 잉크 주입이 어렵다. 하지만 마지막 버전의 씰의 형태를 기반으로 2020년인 현재까지 쓰이게 된다.
아까 언급했던 펜촉, 필감의 차이를 설명해본다. 위 사진이 100N 초기형과 후기형의 사진이다. 펜촉의 사이즈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두 펜 모두 연성이긴 하지만 펜촉의 사이즈가 클수록 아무래도 플렉시블한 정도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배럴의 두께도 두꺼워졌고 길이도 길어졌다. 단순히 멀리서 봤을 땐 별 차이가 없겠거니 싶겠지만 하나씩 눈여겨 보면 굉장히 큰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특히 저 펜촉 사이즈의 차이에서 오는 필감은 이전 연식과는 차원이 다른 필감을 선사한다. 티핑 가공 등 펜촉의 마감도 아무래도 후기형이 품질이 좋기도 하다.
후기형의 캡 밴드. 400 시리즈도 한줄 방식을 이어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두줄 밴드는 빼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얇게 가공되어 있다. 손으로 만지면 흐물거릴 정도로 부드러운 재질인데 간혹 캡의 수축이 일어난 개체에서 이탈 현상이 발생한다. 극히 드문 경우이니 무시해도 좋다.
캡의 두께도 미세하게 두꺼워지고 길이도 길어졌다. 클립의 기본 틀은 동일하다. 캡탑의 로고 역시 두마리 새끼 펠리칸이 그려진 것으로 동일.
해당 개체가 가장 마지막 버전은 아니다. 해당 연식 다음의 54년식 하나가 더 존재한다. 100 시리즈 역시 파도파도 끝이 없는 빈티지 만년필이다. 몽블랑 149 보다도 오래돼서 개체 수도 적고 상태 좋은 녀석을 구하기도 더 어렵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써온 빈티지 만년필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모델이라 포기할 수가 없다.
5월에 유럽 펜쇼들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코로나가 해결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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