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빈티지 만년필에 대해서 언급할 때 잉크 충전량의 효율을 언급하며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치만 우리가 본래 만년필을 쓰려는 의도를 생각한다면 그런 접근이 왜 잘못된건지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애초에 만년필이란 도구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그 불편함에서 오는 감성을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닐까?
다양한 빈티지 만년필의 잉크 주입 방식 중 레버필러, 버튼 필러가 대표적으로 잉크 주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언급된다. 그치만 평소에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의 메커니즘이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제대로 점검만 이루어진다면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도 없고 신선함을 느끼며 만년필을 쓸 수가 있다.
버튼 필러 방식은 뒤쪽에 살짝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게되면 내부에 연결된 금속 바가 배럴 속에 있는 색을 눌러 잉크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비슷한 구조의 버큐매틱과는 달리 버튼을 누를 때 보다 강하게 눌러 줄 필요가 있다. 보통 고장이 많이 나는 케이스가 내부 색에서 누수가 발생한다거나 내부 금속 바가 탄성력이 떨어져 색을 충분히 눌러주지 못하는 경우로 나뉜다. 이 역시 상태가 좋은 펜이라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십여년은 족히 사용이 가능하다.
오히려 잉크 주입 속도만 따진다면 컨버터나 피스톤 필러 방식 보다도 빠르게 주입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론 잉크를 주입하는 행위 자체도 즐기기에 피스톤 필러 사용시에도 잉크를 절반 이하만 주입하는 편이다. 관리만 잘해준다면 오히려 컨버터 보다도 오래 사용이 가능한 빈티지 만년필을 더 이상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소개 할 만년필은 듀오폴드 만년필이다. 버튼 필러 방식이며 큼직한 펜촉이 달려있다. 그립부는 하드러버 재질이 사용됐고 마블 디자인이 독특하다. NS 모델로 양쪽 펜 끝에 쥬얼이 박히는게 특징이다. 400 시리즈의 필감은 사각거림 반, 탄성 반 이런 느낌이라면 듀오폴드는 사각거림 쪽의 비중이 더 크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듀오폴드를 나눠주면 한 일주일 뒤 2가지 반응을 보인다. 먼저 첫번째 반응은 너무 사각거려서 더 이상 못쓰겠다는 사람과 두번째는 이게 본인이 생각했던 빈티지의 사각거림이다 이런 식이다. 14k 금촉인데 세필, 태필 할 것 없이 사각거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게 바로 듀오폴드다.
파카의 빈티지 만년필이라고 하면 대부분 파카 51의 후디드 닙을 떠올리지만 나는 듀오폴드다. 파카51의 두툼한 티핑에서 오는 쫀득한 필감도 좋지만 오픈닙의 사각거리는 듀오폴드에 손이 더 간다. 이번에 소장하고 있던 빈티지 파카들을 쭉 다시 써보면서 생각했는데 아마 파카51은 지인에게 받는게 아니고선 추가 구매는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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