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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m800 1987 first year 케이스 사료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4. 2.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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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펠리칸의 설립 15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펠리칸 m800 소버렌 만년필. 그 제품의 케이스는 나무 재질로 고급스럽게 제작되었으며 윗면에는 펠리칸 금장 패치와 150주년 내용이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플래그쉽 모델들이 최초 등장시에 제품 뿐만 아니라 케이스에도 힘을 주고 출시되는데 그때 사용되는 소재들이 나무들이다. 몽블랑의 플래그쉽 모델인 149 모델 역시 최초 등장시에 고급형 나무 케이스에 담겨져서 판매되었고 그 이전 139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대부분의 만년필들이 지류, 종이 케이스에 박스형태로 담겨져서 판매되었고 고급 제품은 나무로 제작된 케이스에 담겨졌다. 이후 2차세계대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 제조기술의 발달로 플라스틱 케이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근래에 들어서는 다시 나무재질의 케이스가 고급 필기구에 쓰이고 있다.

현행 제품들 중 가격대비 가장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담겼던 제품을 꼽으라면 파카의 소네트 복 시리즈다. 한글 필각에 맞게 제작된 한국형 만년필인데 합판 재질을 사용했지만 무늬목 스티커를 사용해 나무질감을 표현하고 내부엔 천을 덧대어 고급스럽게 제작되었다. 펜 자체는 저렴한 제품이었지만 패키지는 호화스러워 선물용으로 꽤나 오랜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만년필이란 제품이 선물용으로 자리 잡았다는걸 보여주었다. 2000년대 직장생활을 하며 고위직에 몸 담은 이들이라면 집에 만년필, 고급 볼펜 등이 한두개쯤은 사용도 하지 않은 채로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리라. 과거부터 만년필은 선물상품으로 오랜기간 사랑 받았고 그러한 선물용 상품들은 패키지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펠리칸 m800의 패키지는 나무로 제작은 되었으나 검정색상에 다소 심플하게 제작되어 선물용이라기 보다는 150주년이라는 포커스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한가지 만년필 선물에 대한 의미를 짚고 넘어가면, 영화 뷰티풀 마인드라는 작품을 보면 좋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만년필을 한자루씩 선물로 주인공에게 주는데 이때 존중과 존경을 담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의미는 이러하고 본래는 성공을 위해 주는 선물로 통용되어 왔다. 보통 만년필은 서명용 필기구로 인식되어 회사의 대표, 결재권자들이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주요 정상회담이라거나 협약에서 정치인들이 서명시 사용하던 필기구도 만년필이었기에 이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서명은 사인펜, 볼펜으로 변경되었고 심지어 전자서명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만년필 선물은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지게 되었다. 졸업선물로도 학생들에게 많이들 선물했던게 만년필이기도 한데 요즘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나도 만년필이 아닌 손목시계를 받았었다.

운영중인 만년필 카페에서 한 회원도 본인의 딸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비싼 만년필을 선물로 주었는데 다음날 중고나라에 팔아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사실상 요즘 시대에 만년필을 선물로 준다는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케이스 이야기하다가 내용이 산으로 갔는데 다시 m800으로 돌아오면, 87년도 고급형 케이스 트렌드는 플라스틱으로 큼지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나무재질이 사용된 케이스도 있었으나 대세는 플라스틱으로 거대하게 만들었고 나무로 만들더라도 내부 만년필이 올려지는 부분은 플라스틱, 천 등으로 제작되었다. 펠리칸의 케이스는 내부까지 나무재질로 제작되었고 크기는 펜을 담을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후 제작되는 케이스는 내부에 천이 덧대지기 시작했고 일체형 뚜껑이 달린 케이스 형태로 변했다가 현행은 종이 박스 형태로도 바뀌었었다. 부피는 커지고 원가는 절감되는 흐름이다.

케이스 이외 펜 자체의 원가절감도 함께 이루어졌다고도 보는데 사실상 원가절감이라기 보다는 다른 측면으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중 하나가 더블코인이 사라진 부분이다. 노브 하단에 부착되는 금색 코인은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내구성이 꽤나 취약하다. 캡탑이 바닥을 향해 두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노브가 바닥을 향해 두는데 연필꽂이에 꽂아두거나 하는 경우 스크래치가 잘 생기는 편이다. 로고가 새겨져 있지도 않은 원판이라 스크래치가 생기면 잘 두드러지고 홈이 파진 곳에 박혀있는게 아니라 일반 플라스틱에 부착된 것이라 떨어지기도 한다. 금속 자체도 물러서 내구성 문제가 있다. 이후엔 90년도 이르러서 제거되었고 오히려 더 깔끔한 이미지를 얻었다. 원가절감 측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더블코인 없는게 잘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본다. 이외 크게 제품 자체에 원가절감이 들어간 부분은 없다고들 알고 있으나 놓치는 부분이 있다.

m800은 14c 닙에서 18c 금 함량으로 변경되면서 원가절감이 아닌 오히려 원가상승 했다고들 보는데 닙을 분해해보면 알 수 있다. 닙섹션만 분해하는게 아니라 닙, 피드, 하우징 모든 파츠를 완전분해하면 14c, pf 등 구형 닙에는 펀치홀이 없지만 18c 후기형 닙들엔 큼지막한 펀치홀이 들어가 닙 무게 자체가 달라진다. 펀치홀의 크기는 몽블랑 닙 보다도 크게 들어가서 무게 변화는 m800이 더 클 정도다. 만년필이라는 물건은 현행으로 넘어갈수록 원가절감 요소들이 무조건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빠져 있다. m800 매니아라면 2020년대 제품과 10년대, 00년대, 90년대, 80년대를 차츰차츰 거슬러 올라가면서 써본다면 그 차이는 손으로도 느낄 수 있으리라. 식당과 마찬가지인데 원가를 정말 아끼면서 요리한 음식과 아낌없이 좋은 재료를 쓴 음식은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보여도 입에 넣었을 때의 차이는 분명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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