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 180은 1977년 출시되었고 제품 타겟은 필압이 강한 고객층이었다. 사진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펜촉 윗면에 금속 지지대가 붙어있어 슬릿이 벌어지지 않아 볼펜 수준의 강한 필압으로도 필기가 가능했다. 180이라는 모델명은 180도로 회전하여 필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는데 일부 수집가들은 본래부터 만년필은 양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양면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도 뒤집어서 쓰면 잉크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의도되지 않았으며 티핑 가공 형태를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현행 만년필들은 펜촉을 옆면에서 보더라도 파커 180 모델처럼 윗면까지 티핑이 붙어있고 동그랗게 가공되지만 빈티지 모델들은 아랫면만 가공이 이루어지고 윗면은 뱃머리 형태로 각진 마감이라 필기가 어렵다. 부드러운 필감을 제공하기 위하여 볼펜 팁처럼 가공한 쿠겔 닙의 경우엔 빈티지여도 윗면까지 닙 가공이 이루어지나 본래는 뒤집어서 사용하지 않는게 권장사항이다.
파커 180이라고 모든 모델이 아랫면과 윗면의 닙 두께가 다른 것이 아닌데 일부 윗면 아랫면 동일한 닙 사이즈 모델이 있으며 두께가 다르다면 피드쪽에 각인이 X/M, F/B 등으로 각인이 들어간다. 사진의 모델은 77년 출시한 도금버전이고 40달러에 출시되었다. 이외 스틸버전은 30달러에 판매되었다. 펜의 특징적인 부분은 일단 양면닙 모델답게 티핑이 위아랫면 다르게 붙어있는 것이 독특하고 굵은 필기가 필요할 때는 뒤집어서, 일반적인 필기시엔 정방향으로 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립부는 플라스틱 재질로 격자 무늬로 새겨져 있지만 그 깊이가 얕다. 그런데도 재질 질감상 미끄러짐은 없는 편이고 이전 모델 파커75와 달리 그립부와 배럴이 결합되는 스레드 파츠는 금속 재질이다. 스레드는 파커75 퍼스트이어와 달리 그립 안쪽까지 연결되어 내구성 이슈는 없으며 피드와 그립 제외한 나머지 파츠는 금속재질이라 내구성도 높은 편이다. 캡은 배럴 뒤쪽에 딸칵하며 끼워져 고정까지 된다.
펜 자체는 굉장히 슬림하고 캡을 뒤에 꽂으면 상당히 컴팩트해진다. 휴대성이 굉장히 높은 편이며 손이 큰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크기가 작고 디자인이 유려하여 여성들에게 추천하며 펜촉의 내구성도 보장되어 휴대용으로 추천한다. 거기에 닙도 두가지로 쓸 수 있어 상당히 실용적인 펜으로 볼 수 있다. 잉크 충전 방식은 컨버터, 카트리지 방식으로 휴대성을 극대화 하려면 카트리지 사용을 추천한다. X/M 마킹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Extra Fine과 Medium 세필과 중필 두가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락커 모델과 플라이터(스텐) 모델도 있으며 단종은 1980년대에 이루어졌다.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양면으로 쓸 수 있는 독특한 닙 덕에 수집가들 사이에선 모르는 이가 없다. 다만 크기가 작아 선호도는 낮은 편이며 재미있는 빈티지를 찾는다면 180도 나쁘지 않다. 슬림한 정도는 노블레스 보다도 얇은 편이라 두께감 있는 배럴을 선호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필기구를 선택함에 있어서 중요시하는 요소가 기능적인 부분인데 만년필에는 다기능을 탑재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색 있는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히든 리저브 정도인데 이렇게 양면닙이라거나 과거 타블레쳐 모델처럼 아이디어적인 요소를 집어 넣는 브랜드는 역시 파커가 독보적이다. 다기능 빈티지 만년필이 궁금하다면 과거 포스팅했던 파커 빈티지 칼럼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만년필은 만년필 자체만으로 잉크를 충전하여 끊임없이 쓸 수 있는 기능적인 필기구이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특색있는 기능이 들어간다면 관심이 크게 간다. 다른 만년필을 이미 양면으로 쓰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파커 180으로 뒤집어서 쓴다면 양면닙이란게 뭔지 알게 될 것이다. 뒤집어서 써도 필감이 상쇄되지 않으며 부드럽게 획 두께를 달리할 수 있다는게 뭔지 말이다.
[빈티지 칼럼] 파커 만년필 - 5부 (0) | 2024.01.23 |
---|---|
[빈티지 칼럼] 파커 듀오폴드 - 4부 (1) | 2023.10.24 |
[빈티지 칼럼] 특허전쟁, 파커 - 3부 (0) | 2023.10.12 |
[빈티지 칼럼] 럭키커브 럭키커브, 파커 - 2부 (0) | 2023.10.12 |
[빈티지 칼럼] 만년필의 기준, 파커 - 1부 (0) | 2023.10.1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