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만년필을 구매해야할까?
진하오, 히어로, 홍디안 등 디자인은 화려하면서 값은 저렴한 제품들에 이끌리게 될 수 있으나 만년필을 처음 써본다면 지나치게 저렴한 모델은 피하는게 좋다. 중국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예로 피에르가르뎅처럼 아예 중국, 대만 OEM 생산하는 제품들도 많아서 제조국을 필히 확인하고 구매하는걸 추천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필기구들이 대부분 일제를 쓰는데 만원 언저리의 일제 필기구를 쓰다가 가격대가 몇배 높아지는 만년필을 접했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일제 마감보다도 떨어지는 퀄리티 제품을 쓰게 되면 실망감이 다소 클 것이다. 대부분 중국제 만년필을 쓰는 경우는 파커, 워터맨 등 메이저 브랜드를 쓰다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에 "이렇게 저렴한데 이정도 퀄리티면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고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만년필 자체가 평소 쓰던 필기구보다 가격대가 높으므로 상대적인 기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파커를 쓰다가 중국제를 써보면 감동할지 몰라도 2~3천원, 비싸면 만원정도의 일제 샤프, 볼펜을 쓰다가 중국제를 쓰면 만년필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2) 어떤 잉크를 써야하는걸까?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엔 파커 만년필을 구매하면 파커 잉크를 써야지 고장이 안나고 흐름이 좋다는 말도 있었다. 같은 브랜드 제품을 쓰라는 것인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에보나이트 피드가 아닌 이상 현행이라면 어떤 잉크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영구보존 잉크를 써도 되고 펄 잉크, 향수 잉크든 그냥 쓰고싶은 잉크를 쓰면 된다. 심지어 프린터 잉크를 사용해도 된다. 옛날 잉크젯 프린터 시절엔 리필용 잉크 가격이 많이 비싸서 만년필 잉크를 충전해서 쓰곤 했다. 반대로 프린터 잉크를 만년필에 주입하여 테스트 해보기도 했는데 큰 이상없이 쓸 수 있었다. 프린터 잉크는 건조가 빨라서 만년필에 쓸 수 없다는 글들이 많으나 만년필 잉크도 건조가 빠르게 되는 잉크도 있으며 아예 물에 번지지 않는 잉크도 있다. 그저 사용하지 않을 때 세척만 잘해주면 될 일이다. 굳었다 한들 수성이라 쉽게 세척이 가능하다.
(3) 만년필은 어떻게 쥐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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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년필의 세척주기는?
만년필 잉크는 가득 채워두었을 때 보다 다 쓰고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이다. 잉크가 채워져 있으면 닙, 피드에서 잉크 건조가 일어나도 컨버터나 배럴에 채워져 있는 잉크가 흘러나와 피드 안에서 굳어버리는 것을 막아주지만 잉크가 남지 않은 경우라면 피드에서 굳어버려 잉크가 나오지 않게 된다. 세척을 꾸준히 해주는게 어렵다면 차라리 잉크라도 채워두길 바란다. 컨버터에도 잉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굳어버리면 벽면에 말라붙어 피스톤을 밀 때 피스톤씰이 훼손된다. 그러면서 잉크가 점차 피스톤씰 뒤로 넘어가면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피스톤필러의 경우엔 오래 사용하면 잉크가 배럴이나 노브쪽 나사산으로 조금씩 넘어가기도 하는데 넘어간 상태에서 굳어버리면 추후 분해시 파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컨버터 방식처럼 잉크저장소가 따로 있지 않다면 주기적으로 오버홀을 해줄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몽블랑 146 이상급에서 문제점들이 나타나며 그립부 누수, 노브 누수 등의 현상으로 발현된다. 간혹 새상품인데도 방수실리콘 작업이 되어있지 않은 개체들도 있어서 누수가 발생한다면 방수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5) 스틸촉 vs 금촉
의도적으로 연성도가 가미되지 않은 일반적인 스틸촉은 굉장히 빳빳하다. 유연성이 전혀 없으며 부드러운 철필로 쓰는 듯한 느낌인데 오히려 필압이 강한 초보자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대부분 만년필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볼펜, 샤프 등 꾹꾹 눌러쓰는 습관이 들어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금촉을 쥐어주면 쉽게 펜촉이 상하게 된다. 처음부터 금촉을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처음엔 스틸촉을 써보고 손에 필압이 점차 빠져나가면서 금촉으로 넘어가는걸 추천한다. 스틸촉이어도 길들여짐에 따라 필감이 변화하는 것은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6) 펜촉 사이즈는 어떤 것으로?
펜촉 사이즈 역시 만년필을 써보지 않은 현대인이라면 대부분이 0.3~0.5 두께에 길들여져 있고 익숙하기 때문에 EF 가장 얇은 촉으로 선택하면 된다. 필감을 더 느끼고자 F닙을 선택하고선 너무 두꺼워서 아예 사용 자체를 안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그냥 무조건 제일 얇은 펜촉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제는 EF닙도 꽤나 두꺼워서 아주 얇은 두께를 원한다면 일제 만년필을 추천한다. 펜촉이 얇아질수록 필압에 의해 쉽게 펜촉이 망가지므로 5번에서 언급했듯이 스틸촉을 고르길 바란다. 펜촉을 떨어트려 교체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교체가 가능하다. 금촉이라면 거의 만년필 가격만큼 지불해야 펜촉파츠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펜촉이 두꺼워질수록 잉크충전 주기가 짧아진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컨버터 방식은 잉크충전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M, B닙을 고른다면 정말 금방금방 충전을 해줘야 한다.
(7) 컨버터와 카트리지, 둘 중에 어떤 것을 사용해야할까?
카트리지 전용 모델은 추천하지 않으며 되도록 컨버터 사용을 추천한다. 라미 사파리 모델을 구입하면 컨버터는 들어있지 않아 카트리지로만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컨버터가 없으면 세척이 불편하고 제대로 되지 않기에 잉크흐름이 안좋아져 방치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대부분 미니 만년필이 아니고선 카트리지를 쓸 수 있으면 컨버터도 사용이 가능하니 호환 가능한 컨버터를 구입하여 사용하길 바란다. 잉크를 충전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세척도 용이하며 카트리지 보다 병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도 저렴하다. 여행을 간다거나 출장을 갈 때 카트리지를 쓰면 좋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여행이나 출장 갈 때는 만년필을 두고 가는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잉크가 흘러 가방에 잉크범벅이 될 가능성이 있다.
(8) 만년필 휴대는 어떻게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만년필을 몸에 휴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들고다니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주로 정장의 안주머니에 클립을 꽂아 휴대했으며 사무실용, 자택용 만년필을 따로 두어 굳이 휴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만년필 특성상 가방에 넣어 다니면 충격으로 인해 뚜껑 안에 잉크가 흥건하며 간혹 잉크가 새서 주머니를 적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캡을 견고하게 잠그고 클립으로 펜촉 방향이 하늘을 향하게 고정시킬 수 있어야 안전한 휴대가 가능하다. 가슴 포켓에 만년필을 꽂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빈티지 모델이 아니더라도 현행 만년필 여러자루 구매하여 가방에 휴대했더니 잉크가 튀어 그립에 묻어있어 매번 닦아주어야 하는건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캡리스 모델에 라미, 쉐퍼가 따라 뛰어든게 아닐까 싶다.
(9) 처음 구매해서 쓰는데 잉크가 답답하게 나온다면?
보통 새만년필은 피드 사출과정에서 표면에 오일이 묻어있는 경우가 있다. 몇몇 개체는 테스트를 위해 디핑된 경우도 있으며 제대로 세척되지 않고 출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 구매후 잘 나오지 않는다면 세척을 한번 해보고 다시 써보면 잘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펜촉 슬릿이 지나치게 닫혀있어 잉크가 안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힘을 주어 쓰지 말고 디핑하여 쓰다보면 점차 필압이 누적되어 슬릿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된다. 도구없이 힘으로 슬릿을 벌린다면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오히려 더 고장나게 된다. 대부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케이스가 많으니 조급하지 않게 조심히 써보길 바란다.
(10) 잉크를 세척하지 않고 다른 잉크를 바로 충전해도 되나요?
예전에 파카 큉크와 몽블랑 잉크를 섞으면 젤리가 된다고 하여 파몽젤리 이런 이야기가 있었으나 섞어 써도 문제되지 않는다. 잉크가 섞여 색상이 달라지는건 상관없다면 세척하지 않고 다른 잉크를 바로 사용해도 무방하며 잉크주입을 여러번에 걸쳐 한다면 피드에 남아있던 잉크가 희석되어 충전하려는 잉크 색상으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세척 후 바로 충전하면 물과 섞여 묽은 색상으로 써지는데 이 또한 여러번에 걸쳐 충전하면 바로 진하게 나온다. 잉크에 물이 소량 섞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러번에 걸쳐 잉크를 충전한다는 것은 잉크를 주입하고 배출하고를 5번 정도 한다는 것이다. 컨버터를 분해하여 컨버터로 충전하는 경우는 피드를 거치지 않으므로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엔 처음엔 섞여 나와도 나중엔 본래색으로 써진다. 세척한 뒤에도 초반엔 묽게 나오다가 점차 진해진다. 잉크에 물이 섞이는 것이 찝찝하다면 세척 후 잘 털어낸 후 닙에 키친타올을 대어 물을 흡수 시키면 빠르게 사용이 가능하다. 잉크 충전 후에 펜촉과 그립에 묻은 잉크는 만년필 융을 사용하여 닦아내면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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