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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필히 써봐야 할 빈티지 만년필 3선 <파카편>

Fountain pen/PARKER

by 슈퍼스토어 2023. 1. 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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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즐겨 사용했던 빈티지 샤프인 펜텔 메카니카의 격자무늬 그립이 디자인면에서나 감촉면에서나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런 디자인을 좋아했던 탓인지 만년필에서도 파카 소네트 순은체크 모델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랬던 와중에 빈티지 입문하면서 처음 꽂혔던 모델이 바로 파카 75 스털링 실버인데 당시 학창시절이라 용돈이 부족하여 눈물을 머금고 플라이터 모델을 구매했던 추억이 있다. 작은 손에 딱 맞는 크기와 삼각형 그립, 펜촉의 각도를 조절하며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삼각형 그립은 오히려 불편해서 꼭지점을 쥐는게 편하다. 펜촉을 너무 자주돌려 고정성이 약해진 개체의 경우 쓰다보면 펜촉이 슬금슬금 돌아가는 단점들이 있었지만 자꾸 생각나는 이상한 만년필이다. 만년필을 조금 짧게 쥐고 쓰는 사람이라면 삼각형 그립을 움켜쥐고 그 상태에서 펜촉의 각도를 본인 필각에 맞게 조절해주면 매우 편하게 필기가 가능하다. 후기형은 여러가지 재질이 사용되곤 했는데 초기형은 금속재질들이라 작지만 어느정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잉크 충전은 컨버터 타입으로 스퀴즈 타입의 컨버터가 내장된다. 용이한 점은 현행 컨버터와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퀴즈 타입 컨버터가 내구성이 약한 편이라 본래의 것은 빼두고 현행 것을 사용하는 것이 잉크 충전량도 늘어나 좋은 방법이다. 이곳저곳 살펴보면 작지만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느낌을 받기에 애착이 가는 느낌이랄까.

파카75 만년필은 파카의 창립 75주년에 맞추어 출시한 모델, 1960년대 처음 등장해서 박정희 대통령도 즐겨 사용했던 만년필로 정리할 수 있다. 51 다음의 플래그쉽 모델이며 아마도 몇 안되는 소형기 플래그쉽이 아닐까. 대부분의 만년필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플래그쉽 모델들은 최소 중형 사이즈 이상의 것을 내놓는 반면 파카75는 소형 사이즈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펜촉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펜촉 교환이 가장 쉬운 모델이기도 하다. 빈티지 입문용으로도 강력추천하는데 그만큼 관리도 쉽고 소모품인 컨버터도 현행의 것이 호환되기 때문이다. 파카사에선 60년대 들어서면서 카트리지 모델들을 출시했기에 현행 호환을 중요시 여긴다면 60년대 이후것을 찾으면 된다. 특히나 피드 안정성이 현행 수준이라 휴대를 하더라도 잉크가 캡에 샐 염려도 없다. 60년 세월이 지난 빈티지 모델 중 가장 안정성이 높은 모델을 꼽으라면 파카75다. 스털링 실버 모델을 오래 쓰다보면 손에서 금속냄새가 나곤 하는데 이런것이 싫다면 다양한 버전으로 제공되므로 원하는 타입을 고르면 된다. 개인적으로 무난한 버전을 꼽는다면 플라이터 모델을 추천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다. 초기형 후기형 상관없이 필감, 마감등은 비슷한 수준이라 아주 후기형만 아니면 빈티지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오히려 빈티지 만년필은 너무 오래된 것을 처음부터 써버리면 불편한 점이 많아 거리감이 생기게 될 수 있다. 천천히 연식을 올려가면서 경험하는 것이 초심자에겐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너무 근래의 것을 쓰는 것도 현행이랑 별차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적절한 연식을 특정하자면 1960~1980년대 사이로 본다.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파카75부터 사보면 된다. 작은 펜 한자루에 이것저것 디테일을 심어 놓은 것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파카51 보다도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은 모델이다. 다만 당시의 이미지를 설명하면 다소 비싼감이 있었던 모델이었는데 출시가격은 25달러였다. 비슷한 시기에 판매되었던 파카51이 20달러를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이는 볼펜의 대중화로 만년필이 사치제로 바뀌어가는 전환점이 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순은이 전체에 범벅된 디자인은 초기엔 거부감이 있었고 파카는 한술 더 떠 바로 다음 모델로 인시그니아, 금장이 범벅된 모델 출시에 이르렀다. 갑작스러운 고급화는 시장 초기에 부작용을 일으켰으나 높은 완성도, 품질로 점차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향후 30년간 다양한 버전을 소개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하였다.

 

국내에서는 파카75 보다 51의 인기가 더 높지만 오히려 현지나 유럽 컬렉터들 사이에선 75의 완성도를 더 높게 치는 경향이 있다. 빈티지 만년필을 머릿속에서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순서대로 3선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일 수 있겠지만 많은 경험치들 속에서 3자루가 먼저 떠오른다는건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 것은 분명하기에 이 글을 보고 따라서 써보는 사람들도 분명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빈티지 감성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강조하는 부분인데 빈티지 만년필은 특성상 수십년 세월이 흘렀으며 누군가 수십년간 사용했을 수도 있고 수십년간 방치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상태가 좋지 못한 만년필은 본래의 이상적인 필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여줄 것이다. 이 또한 예를 들어본다면 아무리 명차라 한들 30만km를 탄 차라면 얼마못가 고장나고 주행질감이 국산신형 보다도 못하는게 당연하다.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상태가 안좋은 빈티지 만년필을 쓰고선 빈티지 별로다, 현행만도 못한다 이러는건 30만 탄 벤틀리를 구입하고 속도도 잘 안나오고 엔진소음 심하며 서스펜션 다 터져있는걸 무시하고 승차감 별로라고 말하는 꼴이다. 주변에 차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막상 본인은 차가 없는 경우도 많다. 혹여 차가 있더라도 번호판 보면 허, 하, 호 번호판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다. 지금껏 동호회, 지인들, 해외펜쇼에서 빈티지 만년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중 상태가 좋은 빈티지 펜을 쓰고서 현행보다 별로라고 평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현행을 수집하다 다들 빈티지로 넘어가는데는 이유가 없을리가 없다. 굳이 구하기 어려운 단종된걸 찾아 헤매는 수고를 왜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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