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롤러 볼 펜으로 등장한 벡터 시리즈. 일반적인 뉴 라인업 소개시 대부분 볼펜, 샤프, 만년필 3종 세트가 함께 소개되지만 벡터는 달랐다. 롤러 볼 펜은 일반 볼펜과 만년필의 장점을 섞어놓은 필기구로써 사용성은 높이고 유성 볼펜의 뻑뻑한 필기감을 개선했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인들의 서명용 펜은 만년필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진 롤러 볼 펜으로 서명을 한다. 롤러 볼 펜이라는 명칭이 어색한데 국내에서는 수성펜으로 불리우는게 일반적이다. 제트스트림과 같은 겔펜의 부드러운 필기감을 고급 펜에서 쓰고싶다면 최선의 선택이 되리라. 다만 수성심은 대부분 M심이 많기에 제트스트림과 같은 세필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 볼펜이나 수성펜은 그어지는 굵기에 따라 사용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들어 F심으로 50m를 쓸 수 있다면 M심으로는 20m 쓰기도 힘들다. 서명용으로 쓸거라면 M심이 좋겠으나 일반 필기용이라면 두꺼울 가능성이 크다. 만년필 펜촉의 두께로 M닙과 비슷한 수준으로 써지기 때문인데 수성펜을 선택하기 전에는 항상 리필이 F심까지 판매를 하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파카에서 롤러 볼을 시도한 첫번째 사례는 1966년이며 본격적인 보급화는 1974년 시스템마크라는 모델이다. 이후 81년도에 롤러 볼 펜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등장한 모델이 벡터이다. 벡터 모델은 대부분의 가정집에 한자루씩은 꼭 있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필기구다. 모나미 볼펜처럼 한자루에 100원, 200원 하는 볼펜도 아니고 만원대의 볼펜인데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잘 만든 역작이라는 반증 아닐까. 주력 라인이 수성펜이기에 만년필 보다는 수성펜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근 몇년 전 오래된 문방구에서 만년필 탐방하는게 붐이었는데 그때 빈티지는 재고가 떨어져 문방구들에서 대체품으로 가져다 두는 모델이 벡터 만년필이기도 하다. 가격대는 2~3만원 정도 부르는 것 같은데 현행 모델이니 속지 말자. 연배가 30대 이상이거나 40대 이상의 부모를 둔 10대 가정집이라면 필히 벡터 한자루는 있을 것이니 잘 찾아보길 바란다. 디자인이 수성펜과 만년필이 동일해 그립부 호환이 될 것 처럼 보이지만 호환되지 않으니 참고. 리필심은 오늘날 국내에선 M심만 구할 수 있다. 생각할수록 F심을 안파는 이유는 빨리 소진시켜 리필 장사를 하려는게 아닌가 싶은데..
↓아래는 카페회원 HekHek님이 앞서 리뷰한 파카 벡터 만년필 리뷰. 우리 카페 회원분도 갖고계신 만년필이다. 잘 찾아보면 집에 한자루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닙의 인그레이빙을 보니 PARKER 각인이 새겨져 있어 후기형으로 보여진다. 초기형은 올린 사진처럼 닙에 아무런 인그레이빙이 없는게 특징이다. 그외의 차이점은 클립의 미세한 디자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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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펜 출시 이후 3년이 흘러 1984년 만년필 모델도 출시를 하게 되면서 모델명도 RB(수성펜 라인), FP(만년필 라인) 뭐시기에서 벡터로 바뀌게 된다. 정확히 몇년도 시점에 펜촉 가공 방식이 달라졌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80년대 후반으로 예상한다. 아래 사진처럼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티핑이 빈티지 형태와 현행 형태로 명확히 구분이 된다. 슬릿 역시 닙 깊숙히 안까지 갈라져있는 빈티지와 중간에 끊어지는 현행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HekHek님이 언급했던 답답한 잉크 흐름이 빈티지에서는 보다 풍부하게 느껴진다. 필감 역시 뭉툭한 티핑은 독특한 개성을 느끼기엔 어렵지만 빈티지의 얄쌍한 티핑은 사각거림이 강조되어 같은 펜이지만 빈티지와 현행을 구분 시켜주는 필감을 선사한다.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전에도 몇차례 언급했는데 굳이 비싸지 않아도 된다. 만년필의 가치는 가격이 아닌 펜 주인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비싼 펜이라도 손에 맞지 않아 익숙해지지 않으면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길들임 과정을 함께 할 수가 없다. 만년필은 오래 써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비싸고 한정수량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 내 손에 맞는 펜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 손에만 맞게, 내 필각에만 맞게 길들여진 만년필은 그 어떤 만년필보다 만족스러운 필감을 보여줄 것이다.
아직도 빈티지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지 못했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저가형 모델을 2자루 구매해보길 바란다. 한자루는 빈티지, 다른 한자루는 현행으로. 두 만년필의 연식 차이는 최소 40년을 두길 바란다. 그러고 눈을 감고서 두 펜을 번갈아가며 써본다면 이 카페가 왜 생겨났는지, 우리 카페가 왜 빈티지를 고집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 매력이 배가 되는 물건을 본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옛날 것을 찾는 일이기에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사람도 10년, 20년 세월이 흐르면 병이 나고 나이를 먹는데 만년필이라고 새것처럼 멀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한 수리 방법도 익혀두어야 하며 매장에 가면 진열되어 있는 물건도 아니기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필기구들은 대부분 리필을 교환해가며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 쓰면 통채로 버려지는 형태의 필기구들이 많다. 애착이 생길 때 쯤이면 버려지는 것이다. 잘 만든 물건을 내 손떼가 묻어가고 같이 세월이 묻어가면서 애정을 갖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고장나면 고쳐쓰길 선호한다. 만년필은 그럴 수 있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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