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마이스터스튁, 마스터피스가 사라지고 마이스터스튁으로 통합되는 시기, 1950년대 후반 시점. 이제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불명예를 점차 벗어나기 시작한다. 독일어인 마이스터스튁을 쓰지 못하고 마스터피스인 영어로 인그레이빙하여 수출품들을 제작했지만 50년대가 넘어가면서 다시금 독일어를 펜에 새기게 되었다. MASTERPIECE에서 MEISTERSTÜCK. Ü는 움라우트로 독일어 발음 ㅟ이다. masterpiece와 동일어이며 뜻은 '명작'이다. 그 이름답게 몽블랑 149는 오늘날 현존하는 최고의 펜으로 손꼽히며 아주 오랜기간 단종없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정치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품격있는 서명용 만년필로써 몽블랑 149 자체만으로 브랜드와 국가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1세대 몽블랑 149인 셀룰로이드 버전 중 후기형에 속하며 스펙은 셀룰로이드 캡, 바디, 18c 쓰리톤 금촉, 깊은 고랑 라운드 에보나이트 피드, 숏 잉크창, 텔레스코픽 필러로 구성된다. 1940년대만 보더라도 마이스터스튁 라인업에 대부분 14c 닙들만 장착되었다가 50년대부터 18c 금촉이 장착되기 시작한다. 특히나 1세대 149 중에서도 18c 닙은 그 개체수가 적어서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형닙의 18c닙과 14c닙의 차이점은 눈을 감고 탄성감을 주면 구분이 될 정도인데 그 탄성감이 18c가 미묘하게 더욱 부드러운 감촉을 선사한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149 중에서도 18c 닙들을 선호하게 된다. 티핑은 OB닙으로 139의 OB닙과는 확연히 다른 성향이다. 139의 스텁닙들과 다르게 50년대 149는 티핑이 상하로 두텁게 발리게 된다. 139는 스케이트 날처럼 종이를 그어가는 느낌이라면 149는 이제 종이에 쩍 달라붙어 부드럽게 밀려나가는 느낌.
이 때문에 몽블랑 애호가들 사이에서 149와 139 사이에서의 고찰이 생겨난다. 서명용으로 본다면 149의 필감이 더욱 적합하며 편지 등의 필기용으로는 139가 더 매력적이다. 물론 149로도 필기가 가능하고 139로도 서명이 가능하지만 둘 중에 더욱 적합한 특징들은 분명 존재한다. 필기시에 획이 너무 부드럽게 나아가버리면 필체가 휘날리게 되는반면 서명시 너무 날카로운 필감이면 종이를 긁거나 잉크가 튀기 마련이다. 이를 토대로 만년필이 서명용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 시점은 1950년대로 보고 있다. 1950년대는 볼펜이 보급화된 시기인 것도 놓쳐서는 안될 역사적 이슈다. 오늘날 만년필을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년필 필감 중에서도 부드러운 필감을 선호한다. 조금이라도 거칠거나 잉크흐름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만년필을 바로 팔아버리는데, 그 어떤 만년필도 쓰다보면 부드러워지고 잉크흐름이 점차 풍부해진다. 그게 길들여가는 과정이다.
또한 만년필 펜촉은 무조건 14c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듯 한데,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금 함량은 18c다. 금 함량이 높아 너무 무르기에 펜촉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1964년식 149 18c닙을 수년간 메인으로 쓰고있을 정도로 멀쩡하다. 18c 조차도 펜촉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무르다면 20c, 21c 금촉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금 함량이 높음에서 오는 묵직한 부드러움은 단순 스틸 연성닙이 주는 감촉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이러한 차이는 현행보다 빈티지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데 현행의 경우 강한 필압을 견디기 위해 제작되므로 18c 금촉은 75% 이외 다른 합금이 강도가 높은 것을 쓰게된다. 빈티지의 경우 브랜드, 연식에 따라 다르지만 18c와 14c 닙 금 이외 들어가는 합금은 동일하기에 18c의 닙들이 좀 더 부드러운 탄성감이 큰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행에서 연성필감을 느끼기 위해선 금 함량이 높은 필감이 아닌(18c 초과 제외) 탄성감이 있는 소재가 들어간 펜촉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깊은 고랑의 라운드 에보나이트 피드는 마이스터스튁 라인의 피드 중 플랫에서 최초로 라운드로 넘어간 형태의 피드이다. 이러한 가공으로 인해 149 중 가장 가벼운 연식을 정확히 따지자면 62년식이 된다. 62년식과 64년식의 차이는 닙 가공 방식이 달라지므로 필감에서 크게 다르므로 구분되는 것. 50년대 149와 60년대 149는 무게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의 펜이라고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을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위와 같은 모습을 한 149는 1961년도까지 생산되며 1962년부터는 레진 버전으로 제작된다. 추가로 60년대 역시 18c와 14c닙 두가지 모두 생산되었기에 금 함량으로 연식을 구분하는 것은 적용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닙 자체의 연성감이 빠지기 때문에 18c 닙을 선택한다고 한들 내가 해당 펜 리뷰에서 언급한 필감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펠리칸 m800 20c닙도 오랜기간 실사용 해보았고 몽블랑 149 18c닙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금 함량이 14c 보다 높다고 하여 펜촉 내구성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어차피 종이와 맞닿는 면은 이리듐이기에 마모 염려는 배제해도 된다. 연성도의 임계점만 돌파하지 않는다면 단차가 발생할 염려도 없기에 18c 닙을 선택지에서 배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8c 금촉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을 정도로 만년필 펜촉으로써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금 함량과 합금의 구성에 따른 필감, 연성감의 차이를 분석해보고 싶다면 18c manifold 닙을 써보면 단번에 이해가 될 것이다. 참고로 현행 149는 14c 닙은 단종되고 18c 금촉으로만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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