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블랑 애호가다. 가장 최고로 꼽는 만년필 역시 몽블랑의 제품이다. 하지만 손에 쥐어져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펜은 펠리칸 100 모델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손에 쏙 들어오고 빈티지 모델이지만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만년필의 흐름은 크게 아이드로퍼 방식과 셀프 필링 메커니즘, 2가지로 분리되는데 그 중 셀프필링 메커니즘에서 가장 만년필스럽고 가장 오랜기간 사용되는 완벽한 필링 메커니즘인 피스톤 필러를 최초로 사용한 모델이 바로 펠리칸 100이다. 펜은 정말 작지만 잉크 충전량은 동시대 워터맨 패트리션, 파카 듀오폴드 등 대형기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캡을 닫은 상태에서의 사이즈는 굉장히 컴팩트하여 휴대성을 높여주었는데 이정도만 되더라도 실용기 끝판왕으로 볼만한 자격은 충분하다.
다양한 컬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올 블랙 컬러가 깔끔하고 심플하여 휴대하며 데일리로 쓰기에 무난하다. 닙 사이즈가 크지 않아 같은 닙 사이즈여도 타 브랜드 대형기에 비해 훨씬 가늘게 나오는게 특징적이다. 수첩 같은 작은 노트에도 필기하기 좋고 아시아 문자권에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사각거림이 굉장히 큰데 정면에서 보이는 티핑의 면적이 상당히 작고 얄쌍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탄성감은 사각거리는 필감에 손맛을 더해준다. 주로 영문 필기체를 쓸 때는 몽블랑을 쓰지만 메모를 할 때에는 펠리칸을 자주 쓰게되는 특징들이다. 무엇보다 빈티지 만년필 입문자들이 쓰기에도 좋은데 분해결합이 상당히 간단하다. 따라서 유지관리도 누구나 쉽게 해주며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100과 100N의 필감은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데 100N쪽이 조금 더 정제된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펜촉 마감의 퀄리티도 높아진게 아닐까 싶은데 100을 길들였을 때의 필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확실히 펠리칸의 최초로 제작된 만년필답게 100은 야생에서 온 듯한 느낌이다. 캡탑의 로고도 4마리 로고인데 투박하게 각인되어 있으며 펜촉의 필감도 러프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로 빈티지 감성은 더욱 극대화 되는데 피스톤 씰이 코르크 재질인 점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직접 코르크를 손으로 깎고 다듬어 새로 교체해준 뒤 배럴면을 따라서 또도독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피스톤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필기구가 아닌 그 이상을 느끼게 된다. 그냥 잉크를 채우고 쓰는 것 이외에 느끼는 오리지날 아날로그 감성이 담겼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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