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하드러버 100N을 소개했었으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준수한 녀석을 다시 소개해본다. 펠리칸 100N 자체가 공식적으로 소개된 연도는 1937년도 이후라서 4마리 로고가 새겨진 개체는 프로토타입인 매그넘 이머지 모델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형 100N 중 금촉이 장착된 연식은 1937년식으로 특정지을 수 있으며 하드러버 재질로 제작된다. 잉크창은 갈색에 그립부가 후기형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나사산 앞쪽으로 접합부가 튀어나와 있으며 그립부와 잉크창 부위가 나사산 방식으로 결합된다. 결합시 셸락을 도포하여 누수를 방지해주는게 이상적이다.
초기형 100N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두가지를 꼽으라면 하드러버 재질과 코르크 씰이라는 점이다. 코르크 씰은 피스톤 헤드가 배럴면을 따라 내려오면서 또도독거리며 미끄러지는 소리가 매력적인데 굉장히 아날로그틱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외 외관 자체는 동일한데 닙 사이즈가 후기형 100N처럼 크지 않다. 100 시리즈도 100에서 100N으로 갈수록, 후기형으로 갈수록 펜 자체 사이즈도 커지지만 닙도 커져간다. N이 붙으면서 잉크주입량도 늘어나서 이점이 많아졌지만 감성적 측면에선 100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데일리로 쓰기엔 100 보다 100N이 사이즈도 적당하고 두께감도 조금 더 나아져서 편안한 사용이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이 항상 가슴 포켓에 지니고 다닌 이유를 직접 체험하는 기분.
갈색 잉크창은 초록색 잉크창에 비해 투과율은 적은데 바닥이 아닌 들어서 보면 투명하게 비치는 개체들도 있다. 참고로 100N의 N은 New의 약자이다. 지난번에 정정했듯이 100N은 1밴드 모델도 초기에서부터 생산되었으며 1밴드 하드러버 버전 개체를 확인한 바 있다. 물론 매그넘까지 타임라인에 넣는다면 2밴드가 앞서는 것은 사실.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캡의 밴드는 미관상 목적 뿐만 아니라 캡의 크랙을 방지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세이프티 모델을 배럴 뒤쪽에 꼽다가 크랙이 발생한 케이스도 확인했다. 캡 밴드가 없는 빈티지 개체는 되도록 캡을 꽂지 않고 사용하길 추천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게 있는데 3 라멜라 에보나이트 피드 중 가운데 comb가 컷어웨이 된 연식이 100 시리즈에 존재한다. 30년대 중반의 특정 연식에서만 확인되고 있어서 초기형의 특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일부 컬렉터들은 파손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률적인 컷어웨이가 계속해서 확인되어 파손인 확률은 제로이며 특정 기간동안 다른 형태로 디자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들을 명확히 구분 짓지 못하고 있어 1년 단위로 히스토리 타임라인을 다시 연구 중에 있다. 가장 큰 해결 포인트는 필감의 차이. 연식별 특징이 아닌 마감 품질에 따른 개체편차인데 어느정도 흐름이라는게 서서히 보이고 있어 연식별 특징으로 어느정도 그룹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당 개체는 K닙인데 몽블랑의 K닙은 티핑이 완전히 볼처럼 가공되어 부드러움이 극대화 되는게 특징인 반면 빈티지 펠리칸의 K닙은 샤프했던 티핑이 뱃머리처럼 들려 사각거림에서 쫀득함으로 바뀐 성향이다. 물론 개체편차가 존재하므로 참고만 하길 바란다. 필각이 높은 아시아권 문자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K닙의 필감이 낫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확실히 몽블랑과 펠리칸은 성향이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100N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연식 답게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펜이다. 잉크 흐름은 배럴 안에 잉크를 모조리 소진하기 전까지 단 한번의 끊김없이 나와주며 탄성감 있고 쫀득한 필감은 현행 어느 펜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필러 노브를 돌리면 코르크 씰이 잉크창에 비치며 잉크가 빨려 올라가는 모습을 감상하는 과정 조차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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