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당시 펠리칸의 성장 원동력은 만년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의 가장 주력 상품이었고 해외에 생산공장을 가장 많이 늘렸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럽, 남미 등 거침없이 확장했으며 만년필을 선봉으로 각종 문구제품까지 품질을 인정 받아 세계 전역으로 수출되었다. 펠리칸의 최전성기는 2차대전이 끝나기 전으로 볼 수 있는데 직원수가 전쟁발발과 동시에 2배 가까이 불어났고 공장들도 각지에 지어진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화려했던 전성기는 전쟁에 패하면서 무너졌는데 해외공장들은 모조리 몰수되었다. 당시의 펠리칸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인기를 누렸는데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지만 재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펠리칸 100 시리즈의 최초 가격은 당시 화폐단위인 독일의 마르크 기준으로 13 마르크 정도였다. 당시 몽블랑의 139 모델은 45 마르크. 세이프티 모델인 구형 필러 104, 106G 모델이 24 마르크, 20 마르크 정도 했다. 그나마 펠리칸 100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로 내려가면 마이스터스튁 132 모델인데 이 마저도 18 마르크로 100 보다 비쌌다. 여기서 정리할게 그냥 마르크는 2차대전 독일의 패전 이후 1948년도부터 사용된 화폐단위이고 정확히는 라이히스마르크, RM으로 단위를 써야한다. 1924년도부터 1948년도까지 사용한 단위로 아래 단위는 라이히스페니다. 가격만 보더라도 펠리칸 만년필의 가격 경쟁력은 독일 내에서도 상당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단, 여기서 다른 주장도 있는데 극초기형 모델인 first year 출시 당시엔 100 시리즈의 가격이 13 마르크가 아닌 15 마르크였는데 가격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초기 몽블랑에서 닙을 수주 받아 생산하다가 자체생산 닙으로 교체하면서 원가가 낮아진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나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
펠리칸에서 최초로 사용된 만년필 로고인 4마리 새끼 펠리칸 버전은 몽블랑의 노르스름한 별 수준으로 엄청난 빈티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캡 하나만으로도 감성은 끝내는 수준. 후기의 만년필 트렌드는 클립에 포인트를 주어 포켓 바깥으로 캡탑이 튀어나오지 않고 절제된 액세서리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인데 당시엔 캡탑이 튀어나와 로고를 보여주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이러한 트렌드는 몽블랑에서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펠리칸에서도 중간에 캡탑을 짧게 만드는 시도가 있었는데 역시 트렌드는 돌고 돈다는 말이 역사 속에 담겨있었다. 캡과 그립, 노브는 하드러버 소재가 사용되었고 잉크창은 호박색으로 투명하여 잉크잔량 확인 가능하다. 100N의 경우엔 1밴드 버전도 존재하지만 100에서는 1밴드 버전은 존재하지 않고 밴드리스 버전만 존재한다.
필감 자체는 100N에 비해 연성감이 대체적으로 더 큰게 특징이다. 사각거리고 플렉시블하고 어느정도 딥펜러운 필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몽블랑의 필감은 사각거림, 부드러움, 연성감 등이 은은하게, 묵직하게 다가왔다면 펠리칸의 필감은 조금 더 가볍고 경쾌하다. 큼직한 닙으로 종이에 달라 붙어 녹녹한 필감을 내주지는 않지만 반대로 사각거림이 더욱 크고 종이의 질감이 곧바로 손끝에 전달된다. 확실히 몽블랑과 구분되는 특징들을 갖고 있어서 펠리칸에도 끌렸는데 한번 더 비교하자면 몽블랑은 빈티지 모델이 빈티지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크다. 그만큼 품질,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반면 펠리칸은 딱 빈티지스러운 필감을 내주어 이 또한 매력적으로 쓸 수 있다.
아직 더 써볼 만년필이 하나가득이지만 지금까지 써본 만년필 중 딱 3가지만 고른다면 몽블랑 139, 워터맨 패트리션, 펠리칸 100이다. 확실히 독일제 모델들이 어떤 펜을 쓰던 만족도가 높고 1950년대 이전 pre war 연식이라는 조건까지 갖춘다면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라도 사용자의 손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경쟁사가 몽블랑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몽블랑의 한때 라이벌이었던 펠리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분야 |
평점 |
코멘트 |
상태 |
10 |
빈티지 만년필의 필감은 상태가 좌우한다 |
필감 |
10 |
빈티지 만년필 필감의 정석 |
사용성 |
10 |
휴대성, 실용성 모두 겸비 |
감성 |
10 |
펠리칸 만년필의 최초 로고 하나만으로 완성된 빈티지 감성 |
내구성 |
10 |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3 라멜라 피드에 힘을 주어도 파손되지 않는다 |
수리용이 |
10 |
수리가 워낙 용이해서 조합품이 하나가득 |
가격 |
10 |
연식대비, 플래그쉽 모델 중 가장 접근성 좋다 |
가치 |
10 |
펠리칸 최초의 만년필, 최초 피스톤 필러 |
무게감 |
10 |
새처럼 가볍고 캡을 뒤에 꽂아도 가볍다 |
디자인 |
10 |
2000년대에도 복각된 클래식한 디자인 |
총점: 10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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