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파츠가 1mm 유격 없이 완벽히 맞물리는 느낌은 상당히 이상적이다. 커스텀 파츠 없이 1930년대 오리지날 감성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때 빈티지 만년필의 매력은 치솟아 오른다. 하드러버 변색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그때 펠리칸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하드러버는 검정색이 아니다. 사진상으로는 블랙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물에선 미묘한 갈색빛이 도는데 진한 블랙보다 은은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드러버를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펠리칸 100 시리즈는 이너배럴에 투명한 잉크창을 위하여 셀룰로이드가 함께 사용된다.
가장 가치가 높은 연식은 아무래도 1929년식인 first year겠지만 펠리칸의 인하우스 닙이 아니라 몽블랑 제작 닙이 장착된다. 펠리칸 고유의 맛을 느끼려면 29년식 이후가 좋지 않을까. 그 중에서 내가 고른건 위 세자루다. 100 하드러버 블랙, 100 하드러버 그린 모두 4마리 로고가 새겨지며 100N은 초기형으로 하드러버 재질이 사용된 연식이다. 위 세 펜 모두 캡과 노브는 짙은 검정색이 아니라 살짝 갈색빛이 도는걸 확인할 수 있다. 하드러버는 아무리 밀봉된 상태로 보관되어도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색없이 보관될 수 있는 방법은 제로다. 해외펜쇼에서도 커스텀 복각된 개체가 아니고선 단 하나의 개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100N을 처음 접했을 때 100처럼 하드러버 재질로 제작되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싶은 생각이 자주 들곤 했는데 수집하다 보니 극초기형은 하드러버로 제작된걸 확인했을 땐 유레카였다. 100 시리즈는 저 작은 사이즈에도 모든 파츠가 마찰 방식이 아닌 나사산 결합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별다른 도구 업이 완전분해가 가능하다. 캡탑, 클립, 캡배럴로 3개 파츠로 캡이 구성되어있고 닙, 피드, 하우징 3개 파츠로 닙 섹션 구성. 그리고 그립부, 이너배럴, 아웃배럴로 몸체가 구성된다. 그립부 역시 그립과 배럴의 잉크창이 나사산으로 결합된다. 유일한 마찰방식은 아웃배럴이다. 아웃배럴도 2가지 파츠로 세분화 되는데 바깥 면의 도색된 면과 내구성을 위한 아웃배럴과 이너배럴 사이의 금속 배럴이 존재한다. 그리고 필러는 필러 스레드, 피스톤 헤드, 피스톤 로드, 노브로 구성되어 전용 툴 필요없이 완벽히 분해된다.
하우징에서 닙을 빼낼 때를 제외하고선 단 하나의 툴도 필요하지 않다. 사실 만년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캡의 구조를 보면 펠리칸 100 시리즈는 캡탑의 나사산이 깊숙히 들어가는데 그 안쪽의 작은 원통 안으로 닙이 안착한다. 안쪽 원통은 그립부에 타이트하게 잠기는데 그 잠기는 위치가 배럴의 나사산 결합 위치와 동일선상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캡 속에 캡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배럴 위로 캡이 닫히고 그 내부의 캡탑 안쪽으로 닙이 쏙 들어가는 것인데 충격으로 잉크가 튀더라도 캡 전체에 튀는 것이 아니라 캡탑에만 맺히게 되어 그립부를 항상 깔끔히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세이프티 수준으로 밀폐가 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커버가 되는 기능이다. 몽블랑 13x 시리즈도 동일하게 들어가는 기능이다. 만년필 캡탑은 단순한 캡탑이 아닌 것이다. 이로인해 빈티지 펜의 캡탑 관리 역시 중요한 부분.
작지만 있을건 전부 구성되어 있는 펜이 바로 100 시리즈다. 단순히 설계만으로 본다면 만년필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설계로 20201년 지금까지 현행 만년필의 기본 토대, 뼈대가 되는 모델이다. 거진 100년이나 된 펜을 지금도 데일리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 죽기 전에 꼭 써봐야 할 만년필 중 절대 빠지지 않는 펠리칸 100이자 3대 빈티지 만년필에 속하는 100이다.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그 진가를 알게되는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다. 펠리칸 100 시리즈는 당시 독일 여성들이 학교 교실처럼 생긴 작업공간에서 책상 위에 부품들을 쌓아두고 조립하여 생산했는데 닙 마감을 제외하고 단순 조립 품질 자체는 현행이랑 별 차이도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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