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복원된 펜인데 복원 과정이 미흡하여 흐름이 답답하고 누수 가능성 존재.
[해결]
우선 닙파츠 부터 작업. 펜촉과 피드 결합이 불량하여 잉크 흐름이 굉장히 답답한 상태다. 닙이 덜 꽂혀 피드와의 간격이 멀기 때문인데 재결합이 필요하다. 분해과정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는데 피드와 닙 그리고 하우징 결합시 실리콘 그리스를 피드에 도포하였다. 보통 이런식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전용 도구 없이 맨손으로 결합하려하면 하우징에 잘 끼워지지 않는데 윤활 작업을 하여 끼워넣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번만 생각해보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우징과 닙, 피드 파츠는 견고히 고정되며 결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곳에다가 실리콘 그리스를 도포해둔 것이다. 당연히 마찰력이 줄어들어 필기시 펜촉에 유격이 발생하고 피드엔 실리콘 그리스가 엉겨 붙어 잉크 흐름을 막을 수 밖에 없다. 사용자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단순히 외관만을 위해 작업된 흔적이다. 볼트 조이는데 볼트에 윤활제 바르고 끼우는 격이다. 볼트에는 볼트용 접착제를 따로 팔 정도로 고정성이 필요한 곳에 절대 윤활제를 바르는 것이 아니다. 필러 수리시 필러 스레드 나사산에 윤활제를 바르는 것도 마찬가지.
두번째는 여러번 64년식 리뷰에서 언급했던 필러 부분이다. 64년식 플라스틱 필러 스레드는 분해 결합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복원 과정에서 힘으로 필러를 뽑으려다가 바디 하단부에 틈이 발생하였다. 분해 툴이 없다면 드라이기를 사용하여 열처리 후 열어주면 수월하긴 한데 해당 펜은 열처리 조차 없이 그냥 힘으로 뽑아낸 모습이다. 이로인해 스레드 유격이 발생하였고 사용하다보면 누수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여 간단한 방수처리 해주어 마무리했다. 물론 해당 펜은 필러를 분해하여 피스톤 오일링이 작업된 개체라 피스톤은 부드럽게 작동된다.
빈티지 만년필의 민트 기준을 사람들이 외관으로 판단하기에 이런 미흡한 작업 개체들이 만연하고 있다. 1960년대 펜이면 오늘로부터 60년은 된 펜이다. 당연히 세월의 흔적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행 수준의 외관을 바라기 때문에 빈티지 펜을 망치는 케이스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냥 빈티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빈티지를 쓰질 않는게 낫다. 본인 집에 10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 중 새제품이 있으면 한번 확인해보길 바란다. 10년만 묵어도 코팅이 벗겨지거나 착색, 변색 등 사소한 세월의 흔적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60년 된 펜에 현행 새제품의 기준을 갖다대니 이런 귀한 펜을 망쳐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아라.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보톡스로 펴버릴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온 삶의 무게다.
[만년필 수리] 몽블랑 149 80년대 닙 단차 조정 (0) | 2021.02.22 |
---|---|
[만년필 수리] 펠리칸 100 잉크 누수 (0) | 2021.02.15 |
[만년필 수리] 몽블랑 149 70년대 헛발질 수리 (0) | 2021.01.28 |
[만년필 수리] 1920년대 워터맨 패트리션 닙 교체 및 러버색 교체, NOS닙 후기 (0) | 2021.01.27 |
[만년필 수리] 파일럿 시르반 빈티지 만년필 점검 (0) | 2021.01.1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