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맨 패트리션 빈티지 만년필.
3대 빈티지 만년필 중에서 유일하게 독일제가 아닌 모델이다. 운 좋게 NOS 닙을 구해서 써볼 기회가 생겨 닙 교체 작업 및 내부 러버 색도 교체해주었다. 그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적어본다. 하드러버 재질로 제작된 그립부는 마찰력이 커서 굳이 나사산 가공으로 되어 있지 않아도 내구성, 고정성이 보장된다. 잦은 분해로 마찰력이 떨어진다 한들 열가공 변형이 쉽기 때문에 수리용이성은 높다.
우선 러버색 교체부터 짚어보자. 패트리션이 작은 펜이 아니기에 러버색 길이와 두께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내부 프레스바가 제대로 눌러줄 수 있다. 두께가 너무 얇으면 프레스바가 깊게 눌러주지 못하고 너무 짧으면 뒤쪽을 못눌러주기에 의도한 만큼의 잉크주입량을 보장받기 어렵다. 고무색 장착시엔 셸락을 사용하여 씰링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버튼 필러 보다 러버색 삽입은 더욱 쉬우며 넣는 과정에서 프레스바에 찢기지 않게 잘 넣어주면 된다. 그립부와 배럴 결합시엔 지나치게 뻑뻑한 경우 힘으로 밀어 넣으면 안되고 열처리 해주어 결합해주면 된다. 러버색에서 이미 누수 처리를 해주므로 그립부엔 따로 처리해주지 않아도 된다.
다음은 닙 교체 방법. 닙과 피드는 슬리브 방식으로 결합되는데 고무 집게 형태로 된 툴을 이용하여 닙과 피드를 동시에 빼내줘야 한다. 따로 분해하는 경우 닙이 그립부 안쪽을 갉아버릴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펜촉이 워낙 커서 어느정도 깊이로 삽입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피드의 라운드 섹션까지 넣어주면 된다. 이정도 깊이면 펜촉은 하단 인그레이빙이 딱 collar 부근에 걸치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펜촉 결합 위치다. 배럴의 레버 위치도 펜을 쥐었을 때 손아귀에 걸리지 않게끔 10~11시 방향에 위치하는게 이상적이다. 이 부분은 오늘날 펠리칸 m816 골프 에디션에서도 볼 수있는 이상적인 위치다.
마지막으로 NOS닙 후기. 확실히 빈티지 연성닙은 첫 획을 그을 땐 연성감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다고 현행처럼 수년간 쓰며 쌓인 금속 피로도로 인해 연성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1주일 정도만 써주면 플렉시블함이 크게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런 느낌이 큰 이유 중 하나는 벤딩 가공 때문인데 스트레이트 닙과 비교해서 써보면 확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어느 지점까지는 필압을 주어도 획의 변화가 미미하지만 기준점을 넘어서면 변화의 폭이 커진다. 반면 스트레이트 닙은 미세한 필압으로도 획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펜촉의 저항감도 더 크며 사각거림이 강조되고 탄성감은 쓰면 쓸수록 부드러워지는게 체감될 정도다. 패트리션 역시 manifold 닙도 존재하는데 지나치게 단단하여 흐름이 박해 쓰기가 어렵다.
참고로 manifold 닙(먹지용 펜촉)도 18k 금촉으로 제작되면 현행 수준의 경도를 갖는다. 14k 버전은 슬릿이 절대 벌어지지 않는데 금 성분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단단하게 가공이 안되는 듯 하다. 화려한 외관답게 화려한 기교 섞인 획을 그어주는 패트리션. 다만 몽블랑이나 펠리칸에서 느꼈던 메커니즘적 감동은 살짝 아쉽다. 이렇게 다른 펜들과 비교해보면 펠리칸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는지 하나 더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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