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위 사진을 먼저 보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한번에 이해가 될 것이다. 위 펜의 연식은 1950~1960년대 생산된 빈티지 만년필이며 스틸 펜촉 끝에 이리듐이 달리지 않고 양 옆을 집어 펜촉처럼 가공해낸 타입이다. 2012년 이탈리아 플리마켓에서 구매하였고 구매 당시에도 상당한 사용감이 있었으며 실사용 기간은 8년 정도다.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적는데 사용했는데 팁의 마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만년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비싼 만년필을 구매했는데 펜촉이 닳아버릴까봐 아껴쓰는 것이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사포 위에 글을 쓰는게 아니고서 만년필 펜촉이 닳아서 펜을 못쓰게 되는 경우 보다 다른 이유로 그 펜을 못쓰게 되는 것이 더 먼저 찾아올 것이다. 1930~40년대 펜을 주로 수집하고 있는데 사용량이 꽤 많았던 펜이라도 아무리 적어도 티핑의 20~30% 정도는 남아있는게 대부분이다. 티핑이 다 떨어져 나가더라도 글씨를 쓰는데 큰 지장은 없다. 정상적으로 발린 이리듐이라면 거진 평생을 써도 닳아버려 못쓰게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주로 빈티지 만년필을 구매하면 이전 주인이 오래 길들여 새로운 주인이 쓰면 필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친 필감으로 인해 폴리싱을 하는데 이 때문에 티핑 감소폭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이다. 단순 사용만으로 닳아버릴 정도면 그 펜의 주인은 장편 소설 작가 뿐이다.
지금 쓰는 만년필의 필감이 조금 거칠다고 폴리싱을 해버리는 것은 그 펜의 수명을 수년 단위로 단축 시키는 행동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 산 만년필의 펜촉이 닳아버릴까봐 아껴 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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